흥미로운 결론 중 하나는, 돈이 실제로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까지만이며, 그 정도를 넘어서면 돈은 중요치 않다.
경제 사다리의 맨 밑에 붙박여 있는 사람의 경우 , 돈이 많으면 행복이 커진다.
만일 당신이 식당 아르바이트로 연간 1,200만 원을 벌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인데
갑자기 5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되었다면,
당신의 주관적 안녕은 오랫동안 큰 폭으로 높아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더 이상 빚의 늪 속으로 빠져들지 않고 아이들을 먹이고 입힐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연봉 2억 5천만 원을 받는 대기업 임원이
10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되었다거나 회사 이사회에서 갑자기 연봉을 두 배로 올리기로 결정했다면,
이로 인해 높아진 행복감은 몇 주밖에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험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것은 장기적으로 기분에 큰 차이를 만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더 세련된 차를 사고, 저택 같은 집으로 옮기고, 시바스 리갈 12년산 대신에 밸런타인 30년을 마시는 데 익숙해지겠지만,
이 모든 것은 머지 않아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발견은 질병과 행복의 고나계다.
질병이 단기적인 행복감을 낮추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행복감을 감소시키는 것은 두 가지 경우뿐인데,
하나는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병이 사람을 쇠약하게 만드는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것이다.
당노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은 단기간 우울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만일 병이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사람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
이들이 평가하는 주관적 행복은 건강한 사람과 같은 수준이다.
중산층 싸웅이인 루시와 루크가 주관적 안녕 연구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치자,
심리학 실험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루시의 차가 버스와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루시는 뼈가 여러 개 부러졌으며, 한쪽 다리를 영원히 절게 되었다.
구조팀이 찌그러진 차를 부수고 그녀를 꺼내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리는데,
그 너머에서 푸크가 30억 우너짜리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외친다.
2년 후 루시는 다리를 절 것이고, 루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부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자가 추적 연구를 위해 들렀을 때 이들의 행복감에 대한 답변은
사고가 난 2년 전 그날의 것과 동일한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가족과 공동체는 우리의 행복에 돈과 건강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간에 유대감이 강하고 구성원을 잘 돕는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
즉 가족이 제 구실을 못하거나 소속될 공동체를 찾지 못한 이들에 비해서 훨씬 행복하다.
결혼은 특히 중요하다.
좋은 결혼은 행복과, 나쁜 결혼은 불행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각종 연구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조건은 물론이거니와 신체적 조건과도 상관없다.
무일푼의 병자라도 사랑하는 배우자, 헌신적 가족, 따스한 공동체의 보살핌을 받는 사람은
소외된 억만장자보다 행복감이 높다.
다만 병자의 가난이 너무 심하지 않고, 그 병이 퇴행성이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549-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