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급 공무원은 왜 일괄사표를 내는가?
왜 1급 겨냥 했나 위기극복 급선무… 장·차관 당장 교체 힘들어
공직사회에 파급 효과 큰 1급들 먼저 물갈이
왜 1급 공무원이 인사쇄신의 '표적'이 됐을까.
공직사회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에 이어 12월 1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외교통상부 1급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거나 사표 권고를 받은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설왕설래가 많다.
우선 "장·차관 등 정무직은 왜 그대로 두느냐"는 불만에 대해 여권의 한 인사는 "장·차관 인사는 내년 초에 예정돼 있지 않느냐"고 했다. 통상 새로운 장·차관이 고위공무원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발등에 떨어진 경제위기 극복과 연말로 앞당겨진 내년 초 업무보고 때문에 장·차관 인사를 미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말연초가 공무원 정기인사 시즌인데 그렇다고 고위공무원 인사를 마냥 미룰 수도 없어 1급부터 자연스레 인사쇄신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일부 부처가 1급을 쇄신 대상으로 택한 것은 사표를 받기가 수월한 데다 그 충격파가 공무원 사회에 빠르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급은 2006년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분보장(정년 60세)이 됐지만 그 이전엔 '정무직'이라 신분보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그런 관행이 남아 있다"고 했다.
물론 사표를 요구받은 1급이 반발해 법적 투쟁을 벌이면 강제로 물러나도록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1급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농림부 등은 1급 일괄사의에 대해 "대상자들이 선뜻 응했다"거나 "본인들이 먼저 분위기를 일신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사표를 기분 좋게 내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최고위 직업공무원으로서 권력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1급들이 '용퇴(勇退)'하면 후진들에게 활로가 트이는 측면도 있지만, 공직사회의 사기가 그만큼 위축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2008.12.20 / 종합 A6 면 기고자 : 주용중
1급 공무원
김동섭 논설위원 dskim@chosun.com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1급 로또론(論)'이 나왔다. 행정자치부 1급 12명 중 11명이 명예퇴직하거나 사표를 내고 해양수산부도 1급 3명이 사표를 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공무원은 1급이 되면 일단 다 한 거죠. 로또 복권도 그렇고…"라고 했다. "1급은 로또와 같아 자기 운이나 시대 흐름에 맞지 않으면 집에 가서 건강도 회복하고 배우자와 놀러 다닐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해 1급 40%, 77명이 사표를 내 평균 연령이 52세에서 50세 10개월로 낮아졌고 행시 기수는 14~17회에서 17~20회로 넘어갔다.
▶1급은 관료사회의 꽃으로 불린다. 정무직인 장·차관과 달리 내부승진으로 오를 수 있는 최상위 직급이다. 실장이나 청장, 차관보 직함을 갖는다. 1급까지 25~30년이 걸리고 한 기수에서 보통 20%쯤에게 차지가 온다. 연봉제로 8000여만원을 받고, 퇴직하면 월 300만원 정도 연금을 받는다. 재직기간은 1~2년. 차관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물러난다.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김종대씨처럼 YS정권부터 DJ정권 초까지 6년 6개월을 장수한 이도 있다.
▶재작년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되면서 1급 공무원도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1년 이상 무보직인 경우를 제외하곤 60세까지 신분보장을 해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론 일괄사표를 내게 하거나 후배나 동기를 승진시키면 알아서 퇴직해야 한다. 조용히 물러나야 산하기관이나 대학 등에 뒷자리가 보장된다.
▶정권교체기마다 큰 폭의 1급 인사가 있었다. 이번에도 교육부 1급 7명에 이어 국세청 1급 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정권에서 중용됐던 사람들을 정리하는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 정부 정책을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거나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진 다른 부처들도 물갈이가 거론된다. 1급은 중앙부처와 청와대 합쳐 291명이다. 1급이 타깃이 되는 것은 공직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공무원들의 고삐를 죄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1급들은 1970년대 후반 들어온 행시 21회부터 25회까지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국장급으로 승진해 대들보 역할을 했다.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날짜변경선을 지나면 손목시계 바늘을 움직이듯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무원들에게 '의식의 시곗바늘'을 바꾸라고 요구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공무원들더러 영혼을 아예 빼놓으라고 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조선일보 입력 : 2008.12.18 22:59 / 수정 : 2008.12.22 09:09
1급 공무원 줄사표, 공직쇄신 출발점 돼야
온 사회 구성원이 구조조정 중인데 공직사회라고 예외일 순 없다. 교육과학기술부 1급 공무원 7명, 국세청 1급 공무원 3명의 일괄사표 행렬은 공직의 구조조정과 혁신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돼가지만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에 대한 질타가 끊이질 않고 있다. 대통령부터 “공무원들에게 내 뜻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공직 쇄신이 진작에 했어야 하는 중대 사안임을 다시금 확인해 준다.
변화를 거부하는 교과부의 관료주의적 행태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조직적인 저항이었다고 한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좌편향 역사 교과서 수정, 대입제도 개선, 학교 자율화, 영어 공교육 강화 등 교육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교과부와 산하 위원회 등에 현정부와 이념 방향성이 전혀 다른 전교조 출신이 포진한 점 등이 이번 물갈이의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교과부 인사가 부처 내 자율적 판단이라며 청와대 기획설을 부인했다. 교과부 개혁을 진두지휘하려면 청와대가 나서야 하는 것이 상식인 데도 굳이 토를 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고충으로 읽힌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관료주의적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선 이명박정부 전체가 다 나서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 같은 선진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면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적 태도에 가장 골치를 썩는다. 복지부동과 면피행정, 변화에 대한 적대적 자세, 장관 물 먹이기 등 병폐가 만연돼 있다. 진보냐 보수냐는 이데올로기나 정당·학연·지연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반적 현상이다. 따라서 공직사회에 새 기풍을 불어넣는 작업은 교과부에 그칠 일이 아니다.
정부 다른 부처도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사례에 대해 반성하고 공직 혁신의 길에 동참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 분야 책임자들이 미증유의 금융위기 속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 등이 일선에 제대로 전달·작동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가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국정원과 검찰 간부들이 과거 방식과 과거 정권 사람과의 인연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공직사회가 생산성 높은 일 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의 수범이 되자면 고위공직자의 헌신은 불가피하다.
우려되는 대목이 없지 않다. 공직 물갈이가 현정부의 코드 강요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그래선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어진다. 당장 야당이 “공직자는 국가에 봉사하는 공복인데, 국가에 봉사하지 말고 정권에 봉사하라는 것이냐”며 공직자 협박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누구를 차관 자리에 앉히기 위한 사전 정비라는 얘기가 벌써 흘러나온다. 이런 의구심을 걷어내고 공직혁신의 어려운 길에서 성공하려면 물갈이는 실력 위주로 가야 한다.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러한 작업은 노무현정부에 이어 또다시 영혼 없는 공무원을 양산할 뿐이다.
세계일보 기사입력 2008.12.17 (수) 20:32, 최종수정 2008.12.17 (수) 20:42
우리나라의 1급 공무원
9급 - 서기보
8급 - 서기
7급 - 주사보
6급 - 주사(요즘은 '주무관'으로 부름)
5급 - 사무관(행정고시 합격자의 첫 보임 직급)
4급 - 서기관(중앙부처 과장급)
3급 - 부이사관(중앙부처 국장급, 일부는 고위공무원단 소속)
2급 - 이사관(중앙부처 국장급, 전원 고위공무원단 소속)
1급 - 관리관(중앙부처 실장급, 전원 고위공무원단 소속)
1급의 공식 직급명은 ‘관리관’이며, 중앙부처의 차관보나 기획조정실장(과거의 기획관리실장)을 맡고 있다.
그 밖의 부처에 근무하는 1급 공무원들로는
1) 병무청, 특허청, 문화재청 등 외청의 차장,
2) 부산, 대구, 대전 등 광역시 부시장 및 각 도의 부지사
3) 치안정감(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3인) 및 소방정감
4) 법원의 고참 부장판사 및 검찰의 차장검사 급
5) 12, 13등급 외무공무원
6) 육군 준장(★, 여단장)
7) 청와대 비서관 중 일부(2급 비서관도 있음)
8) 국가인권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사무총장, 사무처장 등
2008년 10월말 현재 3급 이상으로 구성된 고위공무원단이며, 이 가운데 1급 공무원은 총 286명이고, 직업공무원 중에서는 최고위직이다.
1급 공무원의 급여는 얼마나 될까요? 성과급적 연봉제가 적용되는데, 연봉은 상한이 7천만원을 조금 웃돌며, 하한은 4천700만원 정도 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재산공개’ 대상이다.
1. 신분보장에 대한 법적 규정(국가공무원법 제68조) : “공무원은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1급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2. 1급 공무원의 종류 : 1급에는 입법부·사법부의 1급과 1급에 상당하는 행정부의 실장급 고위공무원이 있다. 엄밀하게 보면 위 규정상 ‘1급’이란 계급이 1급인 입법부·사법부의 1급만을 말한다. 행정부 실장급은 고위공무원단제도가 도입되면서 계급이 폐지되고 고위공무원단(가, 나, 다, 라, 마 직무등급으로 구분)으로 흡수되었으므로 엄밀하게는 1급이 아니다. 따라서 위 국가공무원법상 신분보장이 안되는 1급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3. 그러면 왜 행정부 1급 상당(실장급) 공무원이 최근 일괄사표를 내는가? : 고위공무원단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행정부 실장급도 모두 1급 공무원이었으므로 위 국가공무원법 제68조 단서규정에 따라 신분보장이 되지 않았었다. 그리고 현재도 입법부나 사법부의 1급은 신분보장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입법부·사법부와의 형평과 과거 오랜 기간동안의 관행상 1급에 상당하는 공무원들은 신분보장이 안된다는 점은 정부 내부에서도 공무원들 스스로가 다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최근 행정부 1급 공무원이 사표를 내는 것은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고, 법적으로 사표를 강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는 위 단서규정을 ‘1급 또는 이에 상당하는 고위공무원“으로 개정하여 행정부 실장급 공위공무원을 신분보장에서 공식적으로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