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소설 /김교영
'손바닥소설이 바로 김밥이구나!'
집에서 아내가 정성껏 말아준 김밥을 먹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그렇다면 장편(長篇)과 단편(短編)소설은? 그야
구첩반상이요, 삼첩반상이 아닐까 싶다.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냐고
타박하지 마시라. 요 며칠 성석제와 김솔의 소설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
손바닥소설 읽기의 매력은 김밥 먹는 재미와 비슷하다. 김밥은 간편식이다. 하지만 영양과 맛을 두루 갖췄다. 예전엔 소풍 때나 먹었지만, 지금은 일상 음식이 됐다. 김밥을 찾는 이유는 바쁜 일과와 혼밥 세태의 영향 탓이 크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닐 게다. 김밥은 진보적이다. '제한된 여건'에서 끝없이 변신하고 있다. 꼬마 김밥과 누드 김밥이 나왔다. 시각'미각적 혁신도 이어지고 있다.
손바닥소설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기호, 조경란, 김솔, 성석제 등이 초단편 소설집을 선보이고 있다. 성석제는 이 분야에서 선구자 격이다. 그는 1994년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란 소설집을 냈다. 무려 62편의
짧은 소설이 수록돼 있다. 당시 이 책을 읽고, 소설이 이래도 되나
싶었다. 산문시나 수필 같았다. 하지만 맛깔났다. 짧은 분량에 풍자'해학'익살이 김밥 속처럼
잘 조합돼 있었다. 몇 달 전 서점에 나온 성석제 소설집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문학동네)에 실린 작품은 55편. 짧은 것은 3쪽, 긴 것은 8쪽이다.
지난해 출간된 김솔의 소설집 '망상, 어'(문학동네)에는 36편이 실려 있다. 이 가운데 '교환'이란 작품은 내용은 짧지만, 서사
구조를 갖췄다. 장모의 애완견과 자신의 아이를 바꿔서 키우는 이야기를 통해 맞벌이 부부의 자녀 양육과 반려동물의
문제를 풍자했다.
손바닥소설이라고 하니 낯설다. 손바닥에 다 쓸 수 있을 만큼의 짧은 소설을 말한다.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는
장편(掌編)소설로 배웠다. 보통 200자 원고지 20~50장 안팎의 분량이다. 손바닥소설은
일본 문단에서 붙인 이름이다. 프랑스어 콩트(conte)의 의역어이다.
한국소설은 단'장편이
중심이다. 출판계 관행과 문예지의 원고 청탁 시스템(단편의 경우 원고지 70~120장으로 제한) 때문이다. 손바닥소설은
이 현실의 벽을 깨고 나온 장르다. 왜? 소설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으려는 의도다. 모바일 및 영상매체 콘텐츠에 익숙한 사람들은 두꺼운 소설이 버거울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즐길 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손바닥소설은 스마트폰 세대와 호흡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