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관광객 느는데 제주 하수 처리는 ‘첩첩산중’
제주하수처리장 포화 심각, 삼화‧봉개 하수 처리위해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계획
주민들, “하수처리장 증설 결사반대”...道, “도두 증설 완료되면 월정리로 안 보내”
도내 거의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처리용량을 크게 초과하면서 '하수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사진은 제주시 사수동 앞바다에 설치된 배수관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쏟아지는 모습.
넘쳐나는 하수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서 제주지역이 하수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화북과 삼양, 봉개 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동부하수처리장으로 옮겨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하수처리장 하수처리율은 지난 2017년 83.92%에서 지난 2018년 91.49%로 7.57% 폭등했다. 시설별로 보면 성산이 54.77%로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제주하수처리장 99.89%, 서부 99.34%, 색달 95.81%, 대정 94.06%를 보이며 넘쳐나는 관광객과 유입인구 증가 등으로 하수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바다로 그대로 흘려 보내야하는 상황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이다.
제주도는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선정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지만,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확정, 실시 설계 등 실제 공사가 진행되기까지는 수년이 예상되는 만큼 제주지역 하수처리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전망이다.
제주도는 지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도내 8곳 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1곳이 끝났고, 7곳이 현재 사업이 진행중이다. 제주도는 증설 사업을 통해 기존 24만톤에서 42만8000톤으로 하수처리 용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국비 2399억원을 더해 총7167억원이다. 그러나 총 8곳 사업장 가운데 5곳이 공사가 멈춘 상태거나 설계단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제주하수처리장은 지난 1월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 면제를 받은 뒤 한국개발연구원을 통해 사업 적정성 검토를 받고 있고, 서부‧색달‧남원하수처리장은 설계중이다. 성산하수처리장은 2017년 완공돼 현재 가동중이며, 대정과 보목하수처리장은 공사중이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당초 2020년까지 사업비 279억원을 들여 동부하수처리장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또 삼화지구·봉개동에서 동부하수처리장까지 관로를 잇는데 17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이 완료되면 하루 2만4000톤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동부하수처리장에서는 하루 1만2000톤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은 “아름다운 월정바다가 하수로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고 주민들이 크게 반발해 지난 2017년 12월 공사가 멈춘 상태다.
실제 해녀들은 지난달 17일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동부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오수로 인해 바다가 썩어가고 있다”며 제주도가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월정리 해녀들은 “마을 어장에서 썩은 냄새가 나고 물질을 하고 나면 구토 증세가 나는 등 바닷물이 급속도로 오염되고 있다”며 “월정리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인한 월정 바다의 오염과 해녀 생존권 위협이라는 현실에 개탄한다”고 밝혔다.
곽기범 월정리 이장은 “제주도가 삼화지구, 봉개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으로 보내겠다는 계획인데, 마을 주민들은 결사반대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월정리 앞 바다가 황폐화 되고 있다. 매우 잘못 됐다. 행정이 마을 주민들과 일대일로 만나서 설득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증설사업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제주하수처리장(도두)이 9만톤까지 처리할 수 있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동부하수처리장으로 보내던 하수를 다시 도두하수처리장으로 옮겨서 처리할 예정”이라며 “향후 구좌읍에서 추가로 하수가 발생될 수 있는 만큼 안전과 바다오염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