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의 노예
한 상 용
어느 지인이 아파트 자기 호수에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몰라서 반나절을 속상하게 고생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비밀번호의 노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오늘 세태속의 한 중심엔 디지털이 있고 사이버가 있다. 산업물질 문명이 고도로 발전된 오늘의 사회상에서 비밀번호 속에서 하루가 지샌다. 아파트 동 속으로 들어가려면 첫째 비밀번호를 눌러야 문이 열리고 두 번째 자기 아파트 호수 앞에 당도해도 요즘엔 다시 비밀번호를 눌러야 문을 열 수 있다.
여행용 가방에도 비밀번호가 장착되어 있어 그 번호를 잊어버리면 꼼짝없이 일이 복잡해진다. 열쇠 공을 불러야하고. 정보관련 얘기를 할 때 비밀 번호를 몇 달 만에 수시로 변경해야 해킹을 당하지 않는다는 등 갈수록 복잡해진다. 어떤 이는 은행 현금카드의 비밀번호를 몰라 이것저것 세 번 틀리게 눌러서 그 카드자체를 못쓰게 만들어 재발급 받는 수도 있다고 한다.
은행 365일ATM 기계 앞에서도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한참동안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들 ,이리저리 집으로 전화하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다 . 인터넷 뱅킹도 하려면 첫째 접속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고 그 다음엔 인증서 암호를 알아야 하고 이용자 ID(이것도 일종의 비밀번호) 도 눌러야 된다. 폰뱅킹을 하려면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둔탁한 장애음이 나도록 해두고 중간에서 엿듣기 어렵도록 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도 각각 비밀번호가 틀려서 곤혹을 치를 때 가 있다 .
엠파스는 그것대로 , 야후는 그것대로 각각 비밀번호가 있고, 프레시안 , 이슈투데이, 미디어오늘, 워크넷 , 철도공사 는 그것 대로 비밀번호가 모두 있다 . 백화점 카드 몇 장도 각각 비밀번호가 있고 각종 신용카드에도 그것대로 번호가 있고 포인트 뱅킹은 또 그것대로 모두 비밀번호가 있으니 뭐가 뭔지 비밀번호 밀림 속을 헤매는 것 같다.
며칠 전 워크 넷에 들어가기 위해 로그인 하려니 비밀번호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노동부 관련부처에 비밀번호를 인터넷으로 조회하니 그 이튿날 비밀번호가 메일로 답신이 왔다 . 그런데 그 후 알고 보니 이미 내 노트에 그 비밀번호가 메모되어 있었든 것이다. 이래저래 머릿속만 어질어질 하다.
그래서 이렇게 하니 도저히 혼란이 오고해서 모두 통일을 시켜놓으려고 하니 아내가 한사코 반대한다. 관여할 일 이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럼 모두 어디 메모를 하려고 하니 비밀번호를 메모해 놓으면 " 비밀의 의의 " 가없지 않느냐 하는 대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래도 노트 안쪽에 모두 비밀번호를 일괄 기록해두고 필요할 때 찾아가면서 이용하지만 그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해킹을 당하면 당하는 대로 대처 하지 , 해킹을 어디 밤낮으로 몰고 다니나 싶고 머리가 아파서 어디 맘 놓고 살 수 있나 싶기도 하다. 비밀번호 하고는 좀 차이 나는 얘기이지만 내 아내 휴대전화번호도 갑자기 말하라고 하면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두 휴대전화 안에 단축번호로 저장시켜 놓고 걸고 있으니 아내 전화번호도 모르고 아들 전화번호도 모른다는 게 조금도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기계문명이 발전할수록 그 기계에 의존하는 세태가 디지털치매를 양산한다는 말이 현실감 있게 들린다. 기계에 의해 구속당하고 비밀번호의 노예로 전락한듯한 현실이다. 기계문명 속에 인성은 거칠어지고 우리들 삶이 점점 각박하고 인간성이 상실되고 황량한 세상에서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여 의지 약한 사람들이 자살한다고 하는 세상이 무섭다.
그럴수록 친구와 이웃과 대화를 자주하고 자연과 자주 접하고 음악과 친해지고 싶다. 점점 왜소해져 가는 인간성 앞에 우리의 정서도 메말라져 가는 듯 하다. 옛날엔 비밀번호라는 게 없이도 잘 살았지 않느냐 고 말 하겠지만 옛날엔 지금처럼 문명과 산업이 복잡해지지 않았다. 비밀번호 없는 시대에는 참 모두들 어렵고 환경이 열악했다.
좋으나 싫으나 비밀번호와는 땔 수 없는 연을 맺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거대한 산업화 물결 앞에 도태당하지 않고 살아나려면 함께 물결 속에 출렁이며 헤엄치고 고운 소리이든 듣기 싫은 소리이든 장단도 마쳐 가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첫댓글 글 주제가 정말 공감이 갑니다. 비밀번호의 노예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나의 생활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보게하는 글입니다. 과학문명의 발달은 우리를 더욱 기계의 노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노예의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을 연구해 낸다면 좀 더 자유스러워 질까요? 또 다른 굴레가 나타나겠지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