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에서 가장 오래 벌어진 전쟁인 여몽전쟁은 무려 30년이나 지속되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했던 몽골의 군대를 상대로 고려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30년의 시간 동안 치뤄진 각종 전투에서 고려가 승리한 전투가 두 개 있다. 그 첫번째가 국가유산 지킴이 활동을 통해 찾게 된 처인성 전투이다. 처인성은 자그마한 토성으로 당시 부목민들이 전쟁을 피해 모여 있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승려였던 김윤후는 적장 살리타를 사살하고 정규군이 아닌 지역민을 이끌고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김윤후 장군은 21년 후 충주성 전투에서 또 한번 몽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된다. 고려는 오랜 거란과의 전쟁, 그리고 몽공과의 전쟁으로 힘든 시기를 겪는다.
역사는 보통 큰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된다.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 왕과 귀족의 다툼 등 역사적 맥락을 이루는 주요 물줄기를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인성을 직접 눈으로 둘러보니 힘겹고 어려웠던 그 시절을 지내 민초들의 불안, 그리고 기개, 나라와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느껴진다. 작은 토성이지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현장의 기운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