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와 재판장 비유, 최악의 절망에서 꽃피는 희망 이야기 - 예수님의 비유 34(누가복음 18:1~8, 2015년 12월 6일 주일설교)

[김승지]

과부와 재판장 비유, 최악의 절망에서 꽃피는 희망 이야기(눅 18장 1~8)

<내일은 해가 뜬다.>라는 노래를 아실 것입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때도 올 테지./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던가./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쩨쩨하게 울지 말고 가슴을 쭈욱펴라/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이 가사는 66년 가수 쟈니 리가 부른 원곡의 가사입니다. 리메이크된 가사는 조금 다릅니다만 전체적인 뜻은 거의 같습니다. 사는 게 팍팍하고 암울해도 포기 않고 가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 아무리 흐린 날에 구름이 잔뜩 껴있어도 그 날이 지나면 반드시 해가 뜬다는 희망입니다.

이 노래는 과거 군사 독재 정부 아래, 답답한 현실을 헤어나고 싶던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암담한 현실을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희망으로 달랜 것입니다. 한때 좋은 날이 온 것만 같았는데, 요즘은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이 노래를 불러야 할 것 같은 참담한 현실입니다. 2008년 미국 경제 위기 이후, 아니 그 훨씬 더 이전인 1997년 IMF 차관 도입 이후,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불황에 불황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OECD에 가입을 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그로인해 무늬만 선진국이 되어 고용노동현실의 악화, 물가상승 등으로 국민들의 삶은 점점 더 핍절해 가고 있습니다. 세금은 매년 야금야금 올리고 있습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도 야속하게 껑충껑충 뛰어버립니다. 공공 위생을 핑계로 어느 날 지하철에서 떡볶이, 어묵 파는 것을 불법이라고 자기들 맘대로 결정해놓고 전날까지만 해도 합법적으로 장사하던 상인들을 공기업이 강제로 내쫓는 말도 안 되는 갑질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6시간 근무제가 확산되고 있고, 중국의 위안화는 기축통화에 가입하고,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 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의 99%를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에 사용하도록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총액으로 따지면 52조 1100억 원입니다. 이는 자신의 거의 전 재산입니다. 이런 마당에 우리나라의 시계만 거꾸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다시 불러야만 할 것 같습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때도 오겠지” 도대체 좋은 날이 언제쯤 올까요. 노래 말처럼 좋은 날이 오기는 할까요. 살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는 현실이 그와는 반대라는 말일 것입니다. 힘이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억울하고 분해도, 어찌 할 바를 찾지 못하는 힘없는 약자들의 인생.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60%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사법부라면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 정의롭게 판단을 내리는 기관입니다. 우리나라는 3권 분립의 원리에 따라 행정부인 정부, 입법부인 국회, 사법부인 법원으로 그 권력이 나눠져 있습니다. 이는 국가의 권력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이 세 기관이 서로 견제하여 힘의 균형을 맞추라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그 중 하나인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60%가 나왔습니다. 글쎄, 60%나 될까요. 좋게 봐서 60%지 실제로는 50% 이하나 밑바닥을 치지 않을까요. 이는 사법부가 그만큼 공정성과 정의로움으로 국민을 위하는 기관이라는 사실로부터 멀어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실 입법, 사법, 행정 기관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기구들입니다. 국가란 곧 국민을 뜻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법부나 국회나 정부가 언제 서민들의 편에서 서민들을 위해 일한 적이 있기나 할까요. 가진 자들에 손을 들어주고 없는 자들에게서 뜯어 먹는 위선자들 아니던가요. 요즘은 국가가 국민보다는 정부와 정부 여당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은 항상 암담하고 답답합니다. 힘없고 돈 없고 빽없는 약자 무지렁이들에게는 현실은 항상 ‘언제나 좋은 날이 오려나.’하는 희망고문에 다름 아닙니다.

예수님은 이런 암담한 현실, 억울하고 분해도 어디 가서 풀 데 없는 약자들의 하소연에 뭐라고 대답하실까요. 본문에서 예수님의 대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본문은 재판장과 과부의 비유입니다. 1절에서 이 비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항상 기도하고 낙심하지 말아야 할 것을 비유로 말씀하여” 기도에 관한 비유입니다. 기도하되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이 비유의 주제는 명확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졸라대듯이 기도하면 하나님이 다 들어주신다는 의미로 성급하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3절에서 과부가 ‘원수에 대한 나의 원한을 풀어 주소서’라고 한 것으로 보아, 절망스러운 암담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당하는 억울함, 원한 등의 사무치는 일에 대한 하나님의 도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세상을 살면서 당하는 억울하고 분한 일, 원통하고 한에 사무치는 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속상한 일을 반드시 갚아주시고 도와주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에 있어서 쉽게 절망하고 포기하거나 자포자기 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이 비유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절망에 빠진 이들의 관심을 “불의한 재판장”에게 돌린다는 사실입니다. 6절을 보십시오. “불의한 재판장의 말을 들으라.” 예수님은 재판장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장이 아닌 ‘불의한’ 재판장으로 설정하십니다. 재판장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야만 절망에 빠진 이들의 원한과 억울함과 한에 사무치는 입장을 제대로 변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유에 등장하는 재판장은 “불의한 재판장”입니다. ‘불의한’이란 말은 16:9에서도 사용됩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재물과 관련해서 사용되어 ‘세속에 찌들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재판장은 돈을 좋아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자기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는 재판장이라는 자부심에 빠져있습니다. 그는 소위 속물이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그는 당시 이스라엘의 재판장이 가져야 할 중요한 두 가지 덕목조차도 갖지 못한 무자격자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는 자”(2)입니다. 이사야 1:17, 23에 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재판장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17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 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하셨느니라. ~ 23 네 고관들은 패역하여 도둑과 짝하며 다 뇌물을 사랑하며 예물을 구하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지 아니하며 과부의 송사를 수리하지 아니하는도다.”

고아와 과부의 원한을 풀어주라는 말씀입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쏟아질 하나님의 진노는 무섭습니다. 출애굽기 22:22-24입니다.

“22 너는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 23 네가 만일 그들을 해롭게 하므로 그들이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반드시 그 부르짖음을 들으리라. 24 나의 노가 맹렬하므로 내가 칼로 너희를 죽이리니 너희의 아내는 과부가 되고 너희 자녀는 고아가 되리라.”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요 과부의 재판장(시 68:5)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재판장들은 고아와 과부라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를 사게 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재판장이라면 그가 얼마나 안하무인에, 절대 권력에 취해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는 사람을 무시하는 자입니다. 하나님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사람이야 당연히 무시하겠지요. 여기서 ‘무시한다.’는 말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사정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과 자기에게 이익이 되느냐만 관심이 있는 철저한 속물입니다. “불의한 재판장”은 결국 절망스러운 과부를 도와줄만한 위인이 못 된다는 사실을 가리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아와 과부는 당시 사회적 약자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와 같습니다. 약자인 과부가 원수에게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원한에 사무쳤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절망스러운 사람이 공정함이나 정의 따위엔 전혀 관심도 없는 불의한 재판장에게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런 재판장의 입에서 “내가 그 원한을 풀어 주리라.”는 답이 나왔다니. 갑자기 이 재판장이 돌아버린 걸까요. 벼락이라도 맞고 갑자기 정신을 차린 걸까요. 아니면 하나님의 진노를 깨닫고 회개라도 한 걸까요.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회개하거나 정신을 차린 것도 아닙니다.

그가 과부의 원한을 풀어주겠다고 한 것은 정의, 공정함 때문이 아닙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는 여전히 자기 자신만을 생각합니다. 오직 자신의 명예만을 생각합니다. 자신의 명예와 위신이 땅에 떨어지면 자신이 법관으로서의 지위와 특권을 누릴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인의 원한을 풀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재판장이 과부의 원한을 풀어주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5절을 보십시오. “이 과부가 나를 번거롭게 하니” 과부는 절망스러운 약자였고, 게다가 원수로부터 원한에 사무칠만한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다. 그로인해 과부는 자주 재판장을 찾아갔습니다. 재판장이 그의 억울함을 풀어줄 희망이 없는데도 그는 계속해서 찾아갔습니다. 과부로 하여금 자주 찾아가게 한 것은 그의 절박함이었습니다. 그로인해 난처해진 사람은 바로 재판장이었습니다. “나를 번거롭게 하니”는 그런 난처함을 표현해주는 말입니다. ‘고통을 준다.’는 말로 직설적으로 해석하자면 ‘나를 구타한다.’는 말입니다.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늘 와서 나를 괴롭게 하리라” ‘늘 와서’는 ‘끝까지’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괴롭게 한다.’는 말은 원래 ‘눈 밑을 멍들게 하다.’는 말입니다. 우리식으로 풀자면,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팬다.’는 말입니다. 과부의 끈질긴 간청은 결국 안하무인인 재판장의 위신에 해를 가했습니다. 즉 재판장은 그가 아무리 하나님도 두렵지 않고 사람도 무시하는 사람이라 해도, 최소한 자신의 명성, 자신의 자존심은 위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가면 다른 재판과 송사도 맡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는 그 도시에서의 밥벌이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비유의 초점은 과부의 끈질긴 간청에 있지 않고, 바로 불의한 재판장도 최소한 자신의 명예에 금이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부의 원한을 들어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자신이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든 망신스러운 꼴이 된다면, 자신의 일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아무리 불의한 자라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재판장도 그렇다면 선하신 하나님은 더더욱 당신의 선하고 거룩한 영광을 위하시지 않겠습니까? 밤중에 찾아온 친구를 위해 빵을 구하러 온 친구의 방문을 받은 사람 비유를 기억하시지요. 그가 빵을 내준 것은 친구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 아니라, 그 부탁을 외면했을 때 마을로부터 “야박한 놈, 친구를 외면한 배신자”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말입니다. 기도는 간청하는 자의 간절함이 아니라, 듣는 자의 위신과 명예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떠올리십시오.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명예에 금이 가고 더 이상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의한 재판장이 과부의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물며 그보다 더 선하신 하나님은 망신이나 지신의 명예에 금이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당신의 선하심과 영광을 위해서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그 택하신 자들의 원한”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우리를 택하셨습니다. 우리를 택하셨다면 우리의 원한과 억울함과 분함을 그대로 방치하실 리가 없습니다. “하물며”를 주목하십시오. 하물며는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을 서로 비교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짐승도 제 새끼 귀한 줄 아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느냐, 들의 풀도 입히시고 공중의 새도 먹이시는데 하물며 너희를 돌보시지 않겠느냐, 는 것이지요. 가장 절망스럽고 들어줄 가능성이 희박한 불의한 재판장이 과부의 원한을 풀어 준다면, 하물며 가장 믿을만하고 희망을 둘만한 하나님이 당신이 선택한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시지 않겠느냐는 이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오늘의 비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사방이 꽉꽉 막히고 아무도 나의 사정을 몰라줄 때, 하나님이 여러분과 함께 계심을 기억하십시오. 최악의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면, 항상 당신이 택하신 백성의 최선을 위해 일하시는 하늘 아버지께서 우리의 원한을 풀어 주시기 위해서 최적의 때와 최선의 방법을 준비하고 계심을 믿으십시오.

거지 나사로를 생각해보세요. 부자는 음부에 떨어지고, 거지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습니다. 부자가 음부에 떨어진 것이 단순히 부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마땅히 다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감당해야 할 의무란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크 주커버그처럼 재산의 99%를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요, 빌 게이츠처럼 재산의 상당액을 기부하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자신의 집 앞에서 구걸하는 거지에게 밥 한술 떠주는 것이었을 뿐입니다. 그는 그 최소한의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음부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거지 나사로는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가 단순히 가난한 거지이기 때문에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그는 무엇 때문에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습니까. 자세한 이유는 비유에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한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의 이름. “하나님이 도우신다.”는 의미의 그의 이름입니다. 그에게는 그저 이름뿐이었습니다. 그는 이름처럼 하나님이 도우신다는 믿음 하나만을 붙잡았을 뿐입니다. 그마저도 그가 사는 동안에는 그에게 하나님의 도우심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저 하나님이 도우신다는 믿음 하나만 가지고 살다가 죽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믿음이 결국 그를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게 했던 것입니다. 믿음은 때때로 그 수준까지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끝까지 믿음을 붙잡는 것. 끝까지 믿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보는 것.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쩌면 나사로의 믿음이 보여준 그 사실을 요구하시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몰라주고, 아무런 믿음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것.

예수님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잊지 마십시오. 예수님의 관심은 약자들입니다.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요 과부를 변호하는 분이십니다. 불의한 세상에서는 힘을 가진 자들이 힘이 없는 약자들을 위협하고 억압하고 알게 모르게 그들로부터 빼앗아갑니다. 그래서 현실의 세상에서 약자들은 항상 절망스럽습니다. 정부와 정당과 사법부도 쉽게 약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세상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와는 반대되는 하나님의 나라를 그려주십니다. 그 아름다운 거짓이 만드는 반(反)세상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그려주십니다. 그것은 현실과 반대되는 가상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그 반세상이야말로 예수께서 약자들, 특히 당신이 선택하신 자들을 위해 만들어주시는 진실의 세상, 진리의 세상입니다. 그 세상에서는 힘없는 과부가 결국 힘을 가진 불의한 재판장을 이깁니다. 그에게 한방 먹입니다. 계속해서 잽과 어퍼컷을 날려서 그의 눈을 시퍼렇게 멍들도록 두들겨 팹니다. 힘을 갖고 약자들을 압제하는 자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립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하나님이 누구의 편이냐에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의 하나님, 약자들의 하나님, 세상에서 절망하고 가진 자들에게 치이고 그로인해 분노하며 억울하고 원한이 맺힌 당신의 백성들의 편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바로 이 하나님을 끝까지 믿고 바라보는 데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의 사정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계십니다. 그리고 속히 그 원한을 풀어 주실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를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8절입니다.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 믿음입니다. 끝까지 그 선하신 하나님을, 힘없고 억울한 한이 맺힌 약자들을 책임지시고 돌보시겠다고 약속하시는 그 하나님을 바라볼 믿음 말입니다. 그분이 일어나 그분의 때에, 그분의 방법으로 나의 원한을 풀어 주실 것을 바라보십시오. 하나님은 여러분의 사정을 들으셨고, 아시고, 지금 가장 최적의 때를, 최선의 방법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당한 그 억울한 일과 분한 일 그리고 한 맺히는 그 경험은 여러분에게 가장 최고의 은혜를 베푸시기 위한 하나님의 너그러운 호의일지도 모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보았을 때, 지난날들의 고생이 그때만큼 고생으로만 기억되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마찬가지로 지금의 고생과 기다림이 한없는 것처럼 느껴져 절망스럽고 낙심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고생이 해결되면, 마침내 일이 해결되고 우리의 바람이 이루진 후에 돌이켜 보면, 기다림이 그렇게 길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남들은 승승장구하는데, 나는 남보다 좀 뒤처지는 것 같고, 나만 일이 꼬이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믿음을 가지고 길게 보면 결국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던 우리가 먼저 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믿음이 부족하거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만큼 믿음이 크다는 것일 겁니다. ‘속히’라는 시간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속히’는 우리의 성급함, 우리의 조금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은 하나님의 시간, 하나님의 속도에 맞추십시오. “속히 그 원한을 풀어 주시리라.”는 약속을 궂게 잡으십시오. 그리고 끝까지 하나님을 바라보고 의지하십시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주님은 그 믿음을 귀하게 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