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지식의 원전 5. 사냥 거미 로버트 훅
(참고 사항) 파란 글씨는 편저자가 쓴 글이고, 아래 검정 글씨는 원저자의 글이다.
로버트 훅은 (1635~1703)은 영국 왕립학회의 실험 보조원이었다. 천문학자며 물리학자이고 자연주의자였던 그는 로버트 보일Robert Boyle을 도와 최초의 공기펌프를 만들기도 하였다. 1665년에 발표된 그의 저서 『미시세계(微視世界)Micrographia』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물체들의 초기 확대 그림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는 눈의 결정구조, 기생충, 벼룩, 바구미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책에서 코르크의 미세 벌집 모양을 설명하면서 최초로 ‘세포’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전 세계 거미의 종류 중 반 정도만이 거미줄을 펼쳐놓고 먹이가 잡히기를 기다리며, 나머지 거미들은 먹이를 잡기 위해 직접 나서거나 잠복해서 공격한다. 훅의 아래 설명은 자연에 대한 그의 면밀한 관찰을 잘 보여준다.
사냥거미는 몸 전체에 검은 점들이 예쁘게 찍혀 있는 회색의 작은 거미다.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면, 이 검은 점은 나비나 흰 나방의 날개처럼 일종의 털임을 알 수 있다. 이 거미는 순간적으로 매우 빨리 움직이는데, 어떤 때는 뛰거나 혹은 메뚜기처럼 뛰어오른 뒤 뒷다리로 가만히 서있기도 한다. 사냥거미는 재빨리 몸을 돌릴 수도 있지만. 모든 방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6개의 눈도 가지고 있다, 6개의 눈 중에 앞에 달린 두 개로는 앞을 볼 수 있고, 양옆에 달린 다른 두 개로는 정면과 측면을 그리고 등 중앙 부분과 머리에 달린 가장 큰 두 개의 눈으로는 뒷면과 측면을 볼 수 있다. 눈은 검은색의 원형 표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 표면이 매우 매끄러워서 창문이나 사람의 손, 그리고 종이 든 모든 물체의 형상이 명확하게 반사되어 보인다.
훅은 사냥거미에 관해 그의 친구인 존 에블린John Evelyn(1620~1706)과 토의하고 했는데, 다음의 글은 에블린이 이탈리아에서 훅에게 보낸 갈색 거미의 사냥에 대한 편지이다. 에블린의 거미는 훅이 말하는 회색의 사냥거미와는 다른 것이 분명하다. 그는 이 거미가 늑대거미의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다. 늑대거미류는 라이코시대Lyocosidae과(영국 정원의 자갈 위에서 햇빛을 쬐고 있는 것이 많이 발견되는 타란툴라나 좀 더 흔한 늑대거미인 파르도사 아멘타타가 속해 있는 과)에 속하는 것으로 2,500종 이상이 있다. 늑대처럼 먹이를 좇기 때문에 늑대거미로 붙여졌다.
모든 곤충들 중에서 늑대거미과에 속하는 베나토레스를 관찰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흥미로운 일이라네. 집의 틈새나 우툴두툴한 벽에 주로 서식하는 이 거미는 갈색의 정교한 점이 있고 몸집이 작은 놈인데, 뒷다리가 나머지 다리들보다 길지.
나는 로마의 발코니에서 이 거미가 사냥하는 광경을 자주 보았네. 이 거미가 3, 4야드 떨어진 곳의 파리를 발견하면, 바로 달려가지 않고 난간 밑을 기어서 목표물에 접근하는데 거의 놓치는 법이 없었네. 거미는 뒤쪽에 있는 먹이를 잡을 때에는 슬쩍 엿보고는 목표물이 잘 보일 때까지 몸을 틀어 그 파리의 등을 덮친다네. 그 목표물이 단숨에 덮쳐 잡을 수 있는 거리 안에 있지 않으면 매우 서서히, 마치 해시계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접근하여, 파리가 날아가지만 않는다면 거미와 파리가 한 몸인 것처럼 파리가 움직이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앞으로든 뒤로든 혹은 옆으로든 움직인다네.
그러나 변덕스러운 파리가 거미의 뒤쪽 다른 곳으로 날아가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빨리 몸을 돌려서 항상 머리가 파리를 향하도록 한다네. 그러고는 나무에 박혀 있는 못처럼 거의 움직임이 없이 단번에 잡을 수 있는 거리까지 목표물에 접근하여 덮친다네. 잡은 파리를 자기 머리 앞에 놓고는 배가 부를 때까지는 절대로 놓지 않고 실컷 포식을 한 뒤, 나머지는 집으로 끌고 가지.
나는 거미가 새끼에게 먹이 사냥법을 가르치는 것도 목격했는데, 주의 깊게 굴지 않는다고 벌을 주기도 한다네. 그렇지만 가끔은 어미 거미도 사냥하다가 실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그 거미는 부끄러운 듯 틈새에 몸을 숨기고 네다섯 시간 이상 몸을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