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辭> 장모丈母님 영전에
壻 德田 이응철
장모님이 떠나시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좀더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 회한이 가슴을 칩니다.
일찌기 장모님은 일본서 신교육을 받으시고, 서예로 아끼던 德田이란 이호를 물려주셔 제 삶의 한획을
긋는 좋은 계기였지만, 백년손님 百年客을 증명이라도 하듯 걸머지고 다닌 못난 사위였습니다.
장모님은 정든 서울을 훅 떠나, 낯선 타향인 물의 고장 봄내春川으로 낙향해 저를 열매맺게 하셨습니다.
그림같은 신촌리 집 마당에 어린 살구 묘목을 양구서 구해드리면, 정성껏 심고 가꾸시어 살구를 맛보시며 기쁨을
만끽하셨고, 진부령 준령에 흐드러진 야생 붓꽃을 캐다 드리면 이서방 고맙다고 크게 웃으시며 밤낮으로 돌보던 장모님이셨지요
철썩이는 동해안 화진포에서 낚은 배도미를 주말에 갖다드리면 , 반색을 하며 맨발로 달려나와 소중히 받으셨지요.
어망에 작은 치어들까지 젓갈을 담그시어, 오래오래 삭혀 수년간 찬饌으로 들때면 이서방을 자랑하시고 항상 사위편에 서셨던 장모님! 장모님은 몸담으시던 신촌리 마을에서 가난한 이웃 농삿꾼들에게 한껏 베푸시고 배려해 지금도 그곳 주민을 만나면 장모님 칭송이 자자합니다.
이제 장모님은 거꾸로선 나뭇잎이 떨어져 진정 자유의 몸이 된 것처럼 , 구만리 장천 그 어디에도 날아올라 천국의삶을 설계하시겠지요?
최근 병석에서도 장모님은 어찌나 꽃을 좋아하시는지, 포토로 값싼 화초를 수시로 구해 드렸는데, 엊그제 새벽 문안인사를 가보니 와ㅡ 13층 베란다는 온통 꽃밭이라 놀랐고, 가시는 길도 삼베가 아닌 즐겨입으시던 한복을 차려 입으시고 꽃속에 편히 잠드신 모습에 또한번 놀랐습니다.
장모님! 물의 시원始原 춘천에 오래 머무르시며, 부족한 사위 갈길을 탄탄히 받혀주시던 은혜, 당시는 그저 무뚝뚝히 아니 귀찮기까지 했던 불효자를, 이제 뒤늦게 깨닫고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용서해 주시고 거문고와 책을 가까이 하면 항상 즐겁다고 하사하신 휘호, 금서장자락 琴書常自樂을 보며 겸허한 몸짓으로 덕전 德田이란 아호를 더욱 빛내겠습니다.
장모님! 우리 장모님! 진정 고맙습니다. 편히 천상에 올라 큰 별 되소서-
-2024.6.10 단오를 앞두고 부족한 사위가 일자 상서一字上書 올립니다
첫댓글 아이고! 장모님이 별세하셨군요.
하늘나라 평안을 기도합니다.
부디 잘 보내드리시고 사모님 위로도 많이 해 드리세요
감사합니다. 세종시에 큰아들이 살아 거기서 장례를 치루었습니다. 지근거리가 아니라 연락도 생략하였습니다.
금서장사라가ㅡ금서상자락으로 고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