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泊2日 智異山 37km 21時間 종주!*****
[1일차]
전에 無泊1日 지리산 반쯤 죽다 살아 돌아온 기억을 상기하며 앞으론 이런 미친짓을 하지 않겠다고 했건만 그러나 산모가 산고의 고통을 망각하고 이 세상에 둘째, 셋째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큰소리 처보지만 망각이란 이름으로 2째,3째 거기에 더보태 늦둥이까지 생기나 보다. 1박2일! 이게 정동진 해맞이나 눈꽃열차 정도만 되어도 퍽이나 낭만적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한다면 아주 폼 나겠지? 자랑 아니하고는 배기지 못할 만큼이나... 그러나 1박2일의 일정이 턱하니 내 앞에 떨어졌으니 시작은 작은 물결로 그러나 그 끝은 폭풍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그냥 지리산 퍼뜩(?) 다녀오자는 자신의 꼬임에 빠져 이 죽음의 장도에 겁 없이 나섰나 보다. 나는 초여름이라 더우니까 더 더워지기 전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조바심을 내며 녹음의 지리산을 사랑하리라며 들뜬 기분으로 1박2일의 여정을 시작해본다. 5월 마지막 날인 31일 저녁 9시49분 온양온천을 출발하여 천안역에서 밤 10시25분에 구레구역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고 어둠속을 달려, 다음 날 6월1일 수요일 01시52분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새벽 02시30분에 성삼재에 마치 공비토벌 작전하듯이 숨죽여 내려(야간산행은 금지랍니다) 무조건 말없이 발길을 내딛는다. 모두가 잠들은 고요한 밤이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헤드렌턴을 착용하고 손전등을 비추며 국립공원 성삼재분소를 지나려는 순간 직원이 03시부터 출입을 허용한다며 저지를 한다. 어쩔 수 없이 준비한 따듯한 물에 커피 한잔을 타서 마시며 개방 시간을 기다린다. 맑은 공기와 짙은 녹음이 품어내는 지리산의 숨결과 곳곳의 숨은 매력에 빠져든다. 온몸을 감싸는 아침 공기는 최적의 온도로 산행의 긴장감을 적절히 조절해주어 가벼운 마음으로 새벽 2시45분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까지 36.93km 이정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망망대해를 순항하는 함선처럼 약40분 등에 땀이 밸만할 때 노고단고개를 지나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단잠에 빠져있고 마치 도둑질하듯 노고단(1,507m) 위를 향해 땅만 보고 걷는다. 칠흑같이 깜깜한 산길을 헤드라이트 한개 불빛에 돼지령을 지나 피아골 삼거리 전망데에서 헤드라이트를 끄고 배낭에 넣는 순간 번개가 치며 호박 깨지는 소리와 별이 반짝인다. 엎드리는 코앞에 데크를 만든 기둥과 헤딩을 한것이다. 아픔도 잠시 임걸령샘터에 도착, 흘러넘치는 시원한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나니 홀로 산행중인 여성분이 인증사진을 부탁한다 핸폰을 받아 들이대고 그녀가 마스크를 벗는 순간 많이 본듯한 얼굴이다. 지인으로 부터 소개받은 카친이다. 실제로는 오늘 처음 만났지만 너무 반가움에 악수를 나누고 이얘기 저얘기를 나누며 함께 걸으니 완전 산꾼이다. 그러나 여지없이 시간은 흘러 뿌연 여명이 산 전체를 감싸고... 아침을 밝히는 여명의 유혹에 빠져 자연이 연출하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일출을 가슴에 품으며 충만한 행복을 만끽했다. 6월 첫날의 아침 해를 본다. 새해 첫날 덕유산에서 본 해보다 더 붉고 둥그런... 차츰 노랗게 변하는 태양을 즐길 겨를도 없이 걷고 또 걷는다. 새벽잠에 빠진 노루목에 도착하여 그녀와 기념사진을 찍고 반야봉(1,733m)삼거리를 뒤로하니 경남, 전남, 전북이 만나는 삼도봉(1,500m)을지나 화개재에서 그녀를 따라 잡을 수가 없어 내가 뒤처지며 먼저가라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거기서 헤어진 후 한번도 마주 한적이 없다. 토끼봉(1,534m), 총각샘을 지나 명선봉(1,586m)을 지나니 연화천 대피소에 닿는다. 아침식사는 준비해온 누룽지탕에 김치하나 시원한 샘물을 들이키고는 등산장비도 재점검하고 부지런히 또 삼각고지(1,462m), 형제봉(1,433m)을 지나 벽소령대피소 에 닿으니 12시다. 밤길 새벽길을 걸은 지 이미 9시간이나 지났다. 자리깔고 앉아 편히 쉴 틈조차 없어 다시 길을 재촉한다. 누군들 천국을 알며 지옥을 알겠는가? 마의 500계단, 아니 500m 계단... 지옥문을 향하는 것 같이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 하나님 똥꼬라도 찌르려는지 끝이 안 보이는 오르막 계단 길...이게 천국 가는 길이라 해도 사양하고 싶다. 이 길이 하늘로 가는 계단이라 하더라도 난 이 세상에 남고 싶다. 이 계단 길을 만든 위대한 손길을 생각하노라면 나는 무지랭이 벌레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남을 위해 자신을 그토록 불태워 본 적이 있는가? 그대는?” 그 옛날 어느 연탄광고 카피 문구를 떠올려 보며... 덕평봉(1,522m) 신비로운 전설이 내려오는 선비샘의 물 한잔은 꿀맛 이상으로 세상 최고의 달콤하고 시원함으로 지친 몸을 재충천 하는데 충분했다. 한참을 걸어 칠선봉(1,576m)을 숨이 턱에 차도록 오르니 암릉 바닥에 주저 않아 거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을 때, 종주하는 산객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종종 마주친 분들과 나누는 격려의 인사와 짧은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휴식시간이 길어지면 페이스 조절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세석대피소를 향해 쉼 없이 걷다 보니, 다시금 영신봉(1,652m)이 저멀리 비틀거린다. 세석평전과 숲속이 보이기 시작하고 업치락 뒤치락 같이 걷던 어느 팀 누군가가 ‘곡소리’를 낸다. 그 팀의 선두는 이미 세석산장에 도착했노라 핸폰 때려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누구 염장 지르나? 잔돌로 이루어진 마지막 남은 철쭉을 보며 세석평전에 닿으니 4시30분. 출발한지 이미 14시간. 나의 능력 한계를 넘은 지 이미 오래다. 이미 초 죽음이다 나의 모든 에너지를 여기 세석대피소까지 오는데 쏟아부었다. 나는 배정받은 침상에서 잠쉬 휴식을 취하다 늘어진 몸으로 흐느적거리며 가지고 온 냉동 삼겹살과 냉동밥을 데워서 바로 하늘 밑 천상의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만찬을 즐기고 오늘 하루를 내가 나를 위로하며 지리산 밤하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1일차를 마무리한다.
[2일차]
새벽3시 여기저기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어디로 내려갈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따뜻하고 구수한 누룽지로 속을 채운 뒤 04시30분 정각에 대피소를 출발 그러나 힘은 들었어도 단련은 되나보다. 걷는데 이골이 난 것이다. 죽지 못해 걷는다. 촛대봉(1,703m)으로 곧장 오르니 정상의 차가운 바람과 그속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나에게 선사하는 감동의 선물을 준다. 고지 셋을 넘고서야 삼신봉(1,354m)에 다다르니 저 멀리 연하봉(1,667m)이 기다린다. 장터목대피소에서 간단한 행동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휴식을 가진 후 오늘의 목표 '천왕봉‘을 향해 한발 한발 돌계단에 오르니 천왕봉 정상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옛 선인 (최치원, 김종직 조식)들이 지리산과 관련된 의미 있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선인들의 유람길"과 제석봉 고사목 그리고 저아래 칠선계곡을 지나는 비탈길, "하늘을 오르는 통천문“을 통과하니 드디어 천왕봉 정상이 코앞에 보여 감개무량하였다. 천왕봉(1,915m)에서 인증샷을 찍고 하산하는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방면은 간간히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예전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천왕샘의 시원한 물 한 모금과 가져온 호두과자를 씹으며 내 다리는 죽은 지 사흘된 꽃게 뒷다리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돌길 바위틈을 돌아 법계사 로타리대피소에 도착 짝지가 길떠나는 낭군을 위해 싸준 불고기와 남은 밥을 먹으니 온몸이 나른하다. 데크에 벌렁 누워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게 미친짓이 아니고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눈이 가물가물하며 졸음이 찾아와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걸으니 순듀류 법계사입구 날머리에 도착하니 1시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중산리에 2시35분에 도착하니 산행 총21시간30분 종주거리 36.93km 이거 미친 짓 아니고 무었인가? 누구의 확인도, 아무런 상품도 격려도 없다. 이렇게 지리산 천왕봉 백두대간 1구간이 코로나19로 통제되었던 대피소가 해제되면서 많은 인원이 몰려 원하던 대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2박3일의 여유있는 종주를 하려던 계획은 대피소 예약실패로 이룰 수 없었지만 지리산의 장엄한 능선들을 제대로 감상하며 눈에 담지 못한 미련과 잊을 수 없는 많은 추억들이 한편의 영화를 감상한 것 처럼 만감이 교차하면서 무탈하게 지리산 1박 2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어차피 내려올 산을 무슨 영화 보려고 그리도 기를 쓰고 올랐던고?
아내는 5월에 집 떠난 사람이 6월에야 돌아왔다며 눈을 흘긴다.
오늘의종주코스 : (36.93km) (21시간30분)
성삼재(02:50출발)-노고단고개초소(03:45)-돼지령(04:45)-피아골삼거리(05:10)-임걸령표지목(샘터)(05:10)-노루목(06:00)-삼도봉삼각조형물(06:20)-화개재표지목(06:40)-토끼봉(07:15)-총각샘(08:45)-명선봉(09:00)-연하천대피소(09:10)아침-삼각고지(10:05)-형제봉(10:45)-벽소령대피소(12:00)점심-덕평봉(13:04)-선비샘(13:40)-칠선봉(14:50)-영신봉(16:20)-세석대피소(16:38)1박(04:45출발)-촛대봉(05:05)-삼신봉(05:40)-연하봉(06:45)-장터목대피소(07:15)아침-제석봉-(07:45))-통천문-천왕봉(09:00)-천왕샘(09:30)-법계사,로타리대피소(11:00)점심-순두류(환경교육원입구)(13:00)-중산리탐방안내소
소요시간및거리 : 36.93km/21시간30분
누구와 : 나홀로
언 제 : 2022.06.01.~02일(1박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