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가득 외가에서
선월 이성칠
엄마의 강 건너온 희미한 옛 추억
몸뚱이 가득 담는다
오줌싸개 소금 받아오던 키 넘쳐
빈 장독대마저 전설 속에 졸고 있다
조금만 병아리 주먹에 남겨진 사랑
대를 이어 외손주 머물다 간 여운 속에
어머니의 어머니께서 선물로 싸매준 포대기
젖내 둘러친 모친의 등에 업힌다
오남매의 막내마저 서방 정토 밟아
주인 바뀐지 오래된 외가
텅 빈 마당 지키는 고욤나무
먹음직스러운 굵은 알들
이빨 사이로 단내 빨아 먹던 아련함
꿈결 속에 익어간다
배부른 가식의 한 점
추억으로 되돌릴 태엽 버겁다
하룻밤 붙잡아 새우고픈
막내딸의 간절함마저 외면한다
꿋꿋한 외할머니의 가시는
꼬부랑 길마저 스산한데
외손주들 뒤로하고 산모롱이 해거름 내리면
숨겨둔 지팡이 쥐어드린다
한 세대 비껴간 고향집 부엌이
하마처럼 눈물짓는다
(20240805)
외갓집의 추억
덕암 이성칠
강 건너온 희미한 옛 추억 몸뚱이 가득 담고도 넘쳐
오줌싸개 소금 받아오던 키 넘쳐 빈 장독대마저 찰랑댄다
조금만 병아리 주먹에 남겨진 사랑이 대를 잇고 외손주 머물고 간 여운 속에
아직 어머니의 어머니께서 선물한 포대기 젖내 둘러친 모친의 등에 업힌다
오남매의 막내마저 떠나고 주인마저 여러 번 바뀐 외갓집
텅 빈 마당을 지키는 고욤나무 먹음직스럽고 굵게만 느꼈던 까만 알들
단내를 이빨 사이로 골라 먹던 아련함이 꿈결 속에 익는다
씨앗 가득 입에 찼는데 배는 부르고 한점 추억 되돌리는 태엽이 버겁다
하룻밤 주무시고 보내고픈 막내딸의 간절함마저 외면하고
꿋꿋한 외할머니의 귀향길은 꼬부랑 허리 땅을 향해 무심한데
외손주들 뒤로하고 산모롱이 해거름 내리면 숨겨둔 지팡이 쥐어드리면
한 세대 비껴간 고향집 부엌이 하마처럼 눈물짓는다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