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 스파르타는 왕과 귀족이 통치했다. 이러한 정치체제를 아리스토크라티아(Aristokratia)라고 불렀는데 아리스토(Aristo)는 고귀한 신분이라는 뜻이고 크라티아(Kratia)는 통치체제 또는 정치체제라는 뜻이다. 영어로 아리스토크라시(Aristocracy)라 하며 사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캠브리지(Cambridge) 사전
An aristocracy is a government ruled by or consisting of people of a high social class.
아리스토크라시는 높은 사회적 계급의 사람에 의하여 통치되거나 그들로 구성된 정부이다.
두산백과사전
Aristocracy : 귀족제(貴族制) - 혈통 또는 문벌, 교양, 재산 등을 이유로 특권을 인정받은 소수자가 지배하는 정치체제로서 귀족정치와 같은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는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참정권을 부여하고 투표와 추첨으로 공직자를 선출했다. 이러한 정치체제를 데모크라티아(Demokratia)라고 불렀다. 데모스(Demos)는 시민이나 국민이라는 뜻이고 크라티아(Kratia)는 정부(government)라는 뜻이다. 영어로 데모크라시(Democracy)라 하며 사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캠브리지(Cambridge) 사전
Democracy is a system of government in which power is held by elected representatives who are freely voted by the people, or held directly by the people themselves.
데모크라시는 국민의 자유로운 투표로 선출된 대표가 권력을 장악하거나 국민이 직접 권력을 장악하는 정부체제이다.
이에 더하여 국가의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분산 및 국가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이 데모크라시(Democracy)의 핵심이다.
도쿠가와(德川) 막부(幕府)를 타도하고 왕정복고(王政復古)를 이룩한 메이지 시대의 일본인들은 아리스토(Aristo)를 귀족(貴族)으로, 크라시(Cracy)를 통치체제 또는 정치체제로 번역하고 아리스토크라시(Aristocracy)를 귀족제(貴族制) 또는 귀족정(貴族政)으로 번역했다. 또한 국가의 통치권 즉 주권(主權)이 텐노(天皇)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정치체제를 군주제(君主制) 또는 군주정(君主政)이라고 했다.
왕(王)과 귀족(貴族)이 통치하는 정부는 일본에서도 낯익은 제도였으나 데모크라시(Democracy)는 경험한 적이 없는 낯선 제도였다. 데모크라시(Democracy)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정치체제이므로 민주제 또는 민주정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이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는데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년 ~ 1901년)가 민주주의(民主主義)로 번역했다. 그 연유는 다음과 같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중국에서 귀족(貴族)과 사족(士族)을 인(人)이라 칭하고, 농공상(農工商)에 종사하는 백성 및 노비(奴婢)를 민(民)이라 칭하였다. 지방 수령을 목민관(牧民官)이라고 했는데 목(牧)은 소(牛), 말(馬), 양(羊) 같은 가축(家畜)을 사육(飼育)한다는 뜻이니 목민(牧民)은 가축을 사육하듯이 민(民)을 돌본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에 정약용(丁若鏞, 1762년~1836년)이 저술한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민(民)을 돌보는 지침서라는 뜻이다. 민(民)을 가축처럼 대하는 것이 한자(漢字) 문화권의 전통적 관념이었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데모크라시(Democracy)란 가축이나 다름 없는 민(民)이 통치권 즉 주권(主權)을 행사하는 정치체제로서 이는 군주(君主)에 대한 하극상(下克上)이라고 인식했기에 이런 체제를 용인할 수 없었다.
이념(理念)이나 사상(思想) 체계를 영어로 ism이라 하는데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주의(主義)로 번역했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데모크라시(Democracy)는 정당한 정부체제가 아니라 수 많은 사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여 민주주의(民主主義)로 번역했다. 이것이 식민지 조선에 전파되어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데모크라시(Democracy)를 민주주의(民主主義)로 번역한 탓에 한국에서는 민주정(民主政)이라는 본래 의미에 온갖 추상적 관념이 덧씌워지고 자의적 해석이 난무하게 되었다.
이 결과 민주주의(民主主義)의 반대 이념은 공산주의(Communism), 사회주의(Socialism) 또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라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반대 이념은 자본주의(Capitalism)이고 전체주의의 반대 이념은 개인주의(Individualism)이다.
일각에서는 민주주의(民主主義)의 적(敵)은 파시즘(Fascism)이라고 주장한다. 1917년 11월 7일 러시아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의 영향으로 공산주의가 유럽 전역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탈리아에서 베니토 무솔리니가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1921년 11월 9일 파시스트(Fascist) 당을 창당하고 1922년 10월에 당원들을 이끌고 로마로 진격하여 집권했다. 귀족, 대자본가, 대지주(大地主), 교회, 군부(軍部) 등 엘리트 계급이 파시스트당을 적극 지지했다.
독일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일단의 무리가 독일노동자당(DAP, Deutsche Arbeiterpartei)을 창당하였고 1920년 4월에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NSDAP , National 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으로 개명하였다. 적대진영에서는 비하의 뜻으로 나치(Nazi) 또는 나치스(Nazis)라고 불렀다. 현역 군인으로 하사(下士)였던 아돌프 히틀러가 1919년 9월에 입당했다. 1921년 7월에 히틀러가 당의 지도자로 선출된 후 당세를 확장하여 1933년 1월 30일 수상에 취임하였다.
파시스트와 나치스의 이념을 포괄하여 파시즘(Fascism)이라고 부른다. 파시즘은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배격하고 통치자의 절대권력을 옹호하며 민족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 사회유기체설(Social Organism) 등 다양한 이념이 뒤섞여 있다.
간결하게 요약하면 강자(强者)가 약자(弱者)를 지배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인간사회의 순리라는 사상이 파시즘이다. 파시스트와 나치스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여 멸망했으나 학계에서는 1939년부터 1975년까지 집권한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정권, 제2차 세계대전 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창궐한 군부독재정권과 일인독재정권을 유사(類似) 파시즘으로 규정한다.
데모크라시(Democracy)에 반대되는 정부체제는 오토크라시(Autocracy)로서 사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옥스포드(Oxford) 사전
Autocracy is a system of government ruled by one person with absolute power.
오토크라시(Autocracy)는 절대권력을 가진 한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정부체제이다.
오토크라시(Autocracy)의 올바른 번역은 독재정부(獨裁政府) 또는 독재체제이다.
민주(民主)라는 용어는 군주(君主)에 대칭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오늘날에는 민(民)의 위상이 옛날에 비하여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상류층을 인(人)이라 부르고 하류층을 민(民)이라 부른다. 정치인, 경제인,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 의료인에 비하여 농민(農民), 어민(漁民), 서민(庶民), 하층민(下層民), 빈민(貧民), 화전민(火田民), 철거민, 피난민, 유랑민은 고달픈 신세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민주주의(民主主義)는 데모크라시(Democracy)의 의도적인 오역(誤譯)이고 이로 인하여 사상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데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정치체제를 제정(帝政), 왕정(王政), 전제군주정(專制君主政), 입헌군주정(立憲君主政), 공화정(共和政), 과두정(寡頭政)으로 구분하는 방식에 따라 데모크라시(Democracy)를 민주주의(民主主義)가 아니라 민주정(民主政)으로 번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