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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언이비(食言而肥)
말(言)을 먹어 살이 찐다는 뜻으로, 신의를 지키지 않고 말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食 : 밥 식(食/0)
言 : 말씀 언(言/0)
而 : 말이을 이(而/0)
肥 : 살찔 비(月/4)
출전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애공(哀公) 25年
춘추시대 노(魯) 나라에는 계손(季孫)씨, 맹손(孟孫)씨, 숙손(叔孫)씨의 세 귀족 가문이 있었다.
애공(哀公) 때에는 맹손씨의 맹무백(孟武伯)이 재상으로 있었는데, 그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애공은 그를 매우 싫어하였다.
BC 470년(애공 25년) 6월, 애공이 월(越)나라에 갔다가 돌아오자 계손씨의 계강자(季康子)와 재상 맹무백은 오오(五梧)까지 나가서 애공을 맞이했다.
六月, 公至自越. 季康子孟武伯逆於五梧.
이때 애공의 수레를 몰던 곽중(郭重)이 계강자와 맹무백를 보고 애공에게 말했다. '저들은 왕에 대해 나쁜 말을 많이 했습니다. 왕께서도 일일이 추궁하십시오.'
郭重僕, 見二子, 曰; 惡言多矣, 君請盡之.
애공이 오오에서 베푼 주연(酒宴)에서 맹무백은 장수를 비는 술잔을 애공에게 올리고는, 곽중에게는 미운 소리를 하였다. '어찌 그리 살이 찌셨소?'
公宴於五梧, 武伯爲祝, 惡郭重, 曰; 何肥也.
계강자가 거들었다. '이 살찐 돼지에게 벌주를 내리십시오. 노나라가 적국에 너무 가까이 있어 신하들이 그 때문에 군주를 수행하지 못하고 먼 길 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는데, (군주의 길고 먼 여행을 수행한) 곽중에게 살이 쪘다니요.'
季孫曰; 請飮彘也. 以魯國之密邇仇讎, 臣是以不獲從君, 克免於大行, 又謂重也肥.
애공은 (두 사람이 자신이 아끼는 신하인 곽중을 조롱하는 것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말을 많이 먹었으니 살이 찌지 않을 수가 있겠소?'
公曰; 是食言多矣, 能無肥乎.
술자리는 즐겁지 못했고 애공과 대부들의 사이에는 나쁜 감정이 생기게 되었다.
飮酒不樂, 公與大夫始有惡.
애공의 말에서 '식언이비'가 유래했다.
'식언(食言)'에 대해 '이아(爾雅)'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식(食)은 말의 허위이다. (···) 말을 해 놓고 행하지 않음은 마치 음식을 다 먹으면 없어져 버리는 것과 같다. 후에 끝내 움직이지 않으면 앞에 한 말이 허위인 것이므로 위언(僞言, 거짓말)을 식언이라 통칭하는 것이다.'
食, 言之僞也. (···) 言而不行, 如食之消盡. 後終不行, 前言爲僞, 故通稱僞言爲食言.
식언(食言)은 다음의 전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하(夏)나라 걸왕(桀王)의 폭정을 보다 못 해 군사를 일으켜 정벌하기로 했다.
그는 영지인 박 땅에서 백성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그대들은 나 한 사람을 도와 하늘이 (걸왕에게)내리는 벌을 이루도록 하라. 공을 세운 자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니라. 그대들은 나를 못 믿어 하지 말라. 나는 식언을 하지 않는다. 만약 그대들이 나의 맹서를 따르지 않아 내가 그대들을 노예가 되게 하면 사면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爾尙輔予一人, 致天之罰, 予其大賚汝. 爾無不信, 朕不食言. 爾不從誓言, 予則孥戮汝. 罔有攸赦. (書經/湯誓)
식언(食言)은 말을 해 놓고 그 말을 삼켜 버리며(言已出而又呑沒之), 그 말에 대한 신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뜻의 '언이무신(言而無信)'이라고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4원 15일 선거가 조용한 듯 하며 깜깜이 투표가 될 것 같은데, 언론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식언(食言)이 난무하고 있고 앞으로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니, 살찔 모리배가 많아 질 것이다.
식언이비(食言而肥)
아첨하거나 교묘하게 말을 잘 꾸며대는 사람이 착하기는 드물다고 했다. 공자(孔子) 말씀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이다.
미국 링컨 대통령도 유명한 말을 남겼다. ‘모든 사람을 얼마동안 속일 수는 있다.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다.’
한번 입 밖에 낸 말을 도로 입 속에 넣는다(食言)는 말은 앞서 약속한 말대로 지키지 않는 것을 뜻한다.
약속이 거짓말이 된 것인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식언을 하게 되면 일이 추진이 안 되고 조직에 큰 피해를 준다. 거짓말을 일삼을 때 식언을 하여 살이 쪘다(而肥)고 야유하는 것이다.
식언이란 말이 처음 나온 곳은 중국 고대의 기록 서경(書經)의 탕서(湯誓)편이다.
은감불원(殷鑑不遠)에도 나왔듯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하(夏)나라의 폭군 걸왕(桀王)을 멸하기 위해 병사를 일으키며 출정의 변을 밝힌 데서 사용됐다.
자신은 야심이 아니라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며 ‘공을 세운 자에게는 크게 보답해 줄 것이니, 의심을 하지 말라.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
予其大賚汝, 爾無不信, 朕不食言.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에는 맹손(孟孫), 계손(季孫), 숙손(叔孫)의 세 귀족 가문이 세력을 떨쳐 군주와 늘 반목했다.
애공(哀公) 때 맹손씨의 맹무백(孟武伯)이 재상이었는데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말을 내뱉어 모두들 싫어했다.
왕이 이웃 월(越)나라에 갔다가 돌아올 때 맹무백은 계손씨의 계강자(季康子)와 함께 국경까지 마중 나갔다. 수레를 몰던 곽중(郭重)은 몸이 비대했지만 왕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주석에서 맹무백이 곽중에게 실없이 살이 많이 쪘다고 놀리자 왕이 대신 쏘아 붙였다. ‘말을 많이 먹었으니 살이 찌지 않을 수가 있겠소(是食言多矣 能無肥乎)?’
말을 함부로 하는 맹무백이 찔끔하여 자리가 어색해졌다. 좌구명(左丘明)의 좌씨전(左氏傳) 애공조에 실려 있다.
실언(失言)과 식언(食言)
타계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키 194㎝, 몸무게 170㎏의 거구였다. 그 체구에 말투가 어눌해서 온갖 풍자의 대상이 됐다. '콜 조크'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우스갯소리로 퍼져 있다.
한번은 그가 정원을 청소하다가 수류탄 세 개를 주웠다. 아내와 함께 경찰서로 갖고 가는 길에 아내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도중에 수류탄 한 개가 터지면 어떻게 하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두 개를 주웠다고 말하면 되잖아.'
이런 이미지와 달리 그는 최연소 기록을 무수히 갈아치운 정치 거인이었다. 통일 독일 초대 총리로 퇴임하기까지 국가 번영과 유럽 통합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
그의 말투는 어리숙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완성한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이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키 191㎝에 몸무게 108㎏의 거구다. 그는 유머보다 실언(失言)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최근 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의 (미국)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정보기관 발표와 정반대 말을 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다음날 '러시아가 하지 않을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했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잘못 말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또한 '러시아가 여전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아니다'라는 답을 반복하다가 망신을 당했다.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 '대통령이 No라고 말한 건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잇단 실언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와 함께 미·러 사이버 보안대를 창설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후폭풍이 일자 '그런 일 없다'고 잡아뗐다.
정치에서 '의중을 떠보는 말'이야 있을 수 있지만 한 번 꺼낸 말을 뒤집는 식언(食言)은 곧 거짓말이다. 트럼프의 식언은 한두 번이 아니다.
북한 비핵화를 하루 아침에 해낼 것처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한껏 외치다가 지난달 김정은을 만난 뒤 '시간과 속도에 제한 없이 긴 호흡을 갖고 가겠다'고 말을 바꿨다.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말려들어 지루한 참호전을 벌일 것이라는 비판에도 귀를 닫고 있다.
트럼프가 '덩치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과 달리 레이건 전 대통령이나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말에 '유머의 옷'을 입혀서 전달했다. 그래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정치인의 말은 무게가 달라야 한다. 혀는 칼이기도 하다. 우리 정치권은 어떤가?
▶️ 食(밥 식/먹을 식, 먹이 사, 사람 이름 이)은 ❶회의문자로 饣(식)은 동자(同字)이다. 사람(人)이 살아가기 위해 좋아하며(良) 즐겨먹는 음식물로 밥을 뜻한다. 사람에게 먹이는 것, 먹을 것, 먹게 하다는 飼(사)였는데 그 뜻에도 食(식)을 썼다. 부수로서는 그 글자가 음식물 먹는데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食자는 ‘밥’이나 ‘음식’, ‘먹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食자는 음식을 담는 식기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食자를 보면 음식을 담는 식기와 뚜껑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食자는 이렇게 음식을 담는 그릇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밥’이나 ‘음식’, ‘먹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食자가 부수로 쓰일 때도 대부분이 ‘음식’이나 먹는 동작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食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모양이 바뀌어 飠자나 饣자로 표기된다. 그래서 食(식)은 ①밥 ②음식 ③제사 ④벌이 ⑤생활 ⑥생계 ⑦먹다 ⑧먹이다 ⑨현혹케하다 ⑩지우다 그리고 ⓐ먹이, 밥(사) ⓑ기르다(사) ⓒ먹이다(사) ⓓ양육하다(사) ⓔ사람의 이름(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음식을 청해 먹은 값으로 치르는 돈을 식대(食代), 부엌에서 쓰는 칼을 식도(食刀),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일을 식사(食事), 한 집안에서 같이 살면서 끼니를 함께 먹는 사람을 식구(食口), 음식점이나 식당에서 먹을 음식과 바꾸는 표를 식권(食券), 밥을 먹기 전을 식전(食前), 식사를 마친 뒤를 식후(食後),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을 식기(食器), 음식만을 먹는 방 또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집을 식당(食堂), 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을 식겁(食怯), 음식에 대하여 싫어하고 좋아하는 성미를 식성(食性), 음식(飮食)을 만드는 재료를 식료(食料), 남의 집에 고용되어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를 식모(食母), 음식(飮食)을 먹고 싶어하는 욕심을 식욕(食慾), 한번 입 밖으로 냈던 말을 다시 입속에 넣는다는 뜻으로 앞서 한 말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을 식언(食言), 각종 식품을 파는 가게를 식품점(食品店), 음식을 먹은 뒤에 몸이 느른하고 정신이 피곤하며 자꾸 졸음이 오는 증세를 식곤증(食困症), 식량이 떨어져 기운이 다함을 식갈역진(食竭力盡), 식객이 삼천 명이라는 뜻으로 함께 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음을 식객삼천(食客三千), 나라의 녹을 받아먹음을 식국지록(食國之祿), 근심 걱정 따위로 음식 맛이 없음을 식불감미(食不甘味), 음식을 잘 차려 먹지 아니함을 식불이미(食不二味),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식이위천(食以爲天)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언소자약(言笑自若)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등에 쓰인다.
▶️ 肥(살찔 비)는 ❶회의문자로 月(월; 고기)과 巴(파; 卪절)의 합자(合字)이다. 肝(간)과 몸에 관계가 있는 月(월)과 물건의 알맞은 모양이 후에 파(巴)로 변한 절(卪=卩, 㔾)의 합자(合字)이다. 알맞게 살이 찐 사람이나, 동물에서는 주로 소나 양이 살진 것을 일컬었다. 지금은 사람이나 동물 또는 토질(土質)에 모두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肥자는 ‘살찌다’나 ‘기름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肥자는 ⺼(육달 월)자와 巴(꼬리 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巴자는 ‘꼬리’라는 뜻이 있지만, 본래는 손을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고기를 뜻하는 ⺼자가 결합한 肥자는 마치 손으로 앞에 있는 고기를 끌어당기는 듯한 모습이다. 肥자는 이렇게 식탐을 부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살찌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肥(비)는 ①살찌다 ②기름지다 ③살지게 하다 ④비옥하게 하다 ⑤넉넉해지다 ⑥두텁게 하다 ⑦투박하다 ⑧얇게 하다 ⑨헐뜯다 ⑩거름, 비료 ⑪지방(脂肪), 기름기 ⑫살진 말 ⑬살진 고기 ⑭물의 갈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름 유(油), 살찔 방(肪), 기름 지(脂), 기름 고(膏),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윌 수(瘦), 여윌 척(瘠)이다. 용례로는 살지고 굳셈을 비강(肥强) 또는 비경(肥勁), 살지고 몸집이 큼을 비대(肥大), 토지의 생산력을 높이고 식물의 생장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경작지에 뿌려 주는 영양 물질을 비료(肥料), 거름을 주고 가꿈을 비배(肥培), 몸집이 크고 힘이 셈을 비장(肥壯), 걸고 기름진 흙을 비토(肥土), 살져서 두툼함을 비후(肥厚), 살지고 맛이 좋음을 비감(肥甘), 살지고 깨끗함을 비결(肥潔), 살찌고 뚱뚱함을 비만(肥滿), 땅이 기름지고 좋음을 비미(肥美), 몸에 살이 찌고 습기가 많음을 비습(肥濕), 땅이 걸고 기름짐을 비옥(肥沃), 살이 쩌서 기름진 고기를 비육(肥肉), 살지고 번지르르함을 비윤(肥潤), 몸의 살찜과 야윔을 비척(肥瘠), 살지고 무거움을 비중(肥重), 자기 몸과 자기 집만 이롭게 함을 비기윤가(肥己潤家), 제 몸만 살찌게 함 또는 제 이익만 취함을 비기윤신(肥己潤身), 자기에게만 이롭게 하려는 욕심을 비기지욕(肥己之慾),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썩 좋은 절기임을 일컫는 말을 천고마비(天高馬肥), 가벼운 가죽옷과 살찐 말이라는 뜻으로 부귀영화를 형용해 이르는 말을 경구비마(輕裘肥馬)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