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13 03:00 | 수정 : 2016.07.13 09:41
[카페·앱 통한 '심리 상담' 인기]
성격·진로 등 검사 받고 상담도
"서로 맞춰나가는 방법 배우려 커플·가족들 카페 많이 찾아"
앱으로 문자 주고 받듯 대화하고 익명 사연 남겨 '원격상담' 받기도
박상현(35)·이해연(25)씨 커플은 주말을 맞아 서울 대학로의 심리상담 카페 '카페테라피'를 찾았다. 자연을 주제로 그린 따뜻한 벽화, 테이블 위에 놓인 보드게임과 책들, 커피 마시며 수다 떠는 손님들 모습은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 이뤄지는 공간. 상담사와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처음 만난 날부터 있었던 일을 풀어놨다. "서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알게 됐다"고 했다.
◇심리 상담 받으러 카페 간다
고단하고 불안한 현대인은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려 한다. 수시로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미국처럼 이제는 국내에도 전문적인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정신과 병원'이나 '상담센터' 간판을 내건 사무실 문을 두드리기엔 아직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운 상황. 이를 대신해 카페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문턱을 낮춘 심리 상담이 인기다.
상담 카페는 전국에 20곳 정도 성업 중이다. 심리학 전공자가 상담을 해주는 곳과 에니어그램(9가지 성격 유형 지표) 검사를 해주는 곳이 반반쯤 된다.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상담사가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대기 시간이 짧고 저렴한 편이라 20~30대 커플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서울 사당동 '카페모아(母兒)'처럼 아이를 데리고 병원이나 상담센터 방문하기를 꺼리는 부모를 위한 곳도 있다. 음료와 과자를 판매하고 장난감·동화책도 마련해놨다. 발달검사와 아동·부모 상담, 언어치료, 미술치료 등은 내부 독립공간에서 진행된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상담도
'고3 학생입니다. 아빠가 바람을 피운 이후 부모님은 대화 없이 살아오셨어요.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각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당신은 부모님에게 걸림돌 같은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섣불리 짐작하고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로 만들지 말아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인드카페'에 올라온 상담글과 전문가 답글이다. 전문가와 얼굴을 마주하기 불편하다면 언제 어디서나 '원격 상담'도 가능하다. '마인드카페'에 익명으로 사연을 올려놓으면 정신과 전문의·상담심리사는 물론 사연을 읽은 일반인들도 댓글을 남긴다. 또 다른 애플리케이션 '트로스트'는 상담사와 문자메시지 주고받듯 대화하는 유료 서비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허그맘'도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다. 지난해 아들을 출산한 최미주(34)씨는 "아기를 돌보느라 외출도 못 하고 산후우울증은 심해져 힘들었는데 온라인으로 글을 보내고 전문가 답변을 받으니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정신과 병원 기록이 남을 경우 사회
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응답자가 80%를 넘었다(마크로밀엠브레인·1000명 대상). 여전히 심리 상담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박상희 샤론정신건강연구소장은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개인의 문제를 숨기는 유교적 문화가 아직 남아있지만, 사회적 스트레스가 점점 커져가는 한국 사회에서 상담 시장은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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