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결혼 이혼 급증, 다문화 사회 인식 변화 요구
최근세(본지 논설위원, 함께하는 교회 목사)
우리나라 국제결혼으로 맺어지는 신혼부부는 2019년 전체 혼인에서 외국인과의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만 건 안팎으로 9.9%를 차지했다. 국제 커플에 대한 주변의 시각은 꽤 양립적이라, '부럽다'는 시선과 '꼴 사납다'는 시선이 팽팽하게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배우자 국적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이혼 급증이라는 결코 달갑지 않은 현상 때문이다. 농촌 총각의 경우 10명 중 4명꼴로 중국 베트남 등지의 신부를 대거 맞아들인 것이다. 그 결과 농촌은 혼혈 아이를 둔 '다문화 가정'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된지 오래다. 국제결혼 이후의 이들 가정의 파탄이 늘어간다는 것은 또 다른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법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결혼 건수는 줄었으나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은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총 이혼 건수의 10.1%에 육박했다. 이혼 숙려제의 도입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데 비해 아쉽게도 국제 결혼 부부의 이혼율은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언어가 다르고 역사, 문화가 생소한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뤘으니 그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브로커를 통한 속전 속결식 '묻지마 결혼'이 계속되는 한 파탄을 막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 조사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30%가 배우자의 재산이나 성격, 직업, 생활습관 등에 대해 잘못 알고 결혼했다고 응답했다. 외국인과 결혼한 농촌남성들이 아내를 물건쯤으로 취급하고 가족들까지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부인을 돈을 주고 산 상품정도로 생각하고 취급 한다면 곤란하다. 이럴 경우 국제적으로 나라망신과 함께 국가신인도까지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농촌 총각해결을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결혼시키는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농촌의 공동화 현상 타계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 지원 조례를 만들어 결혼 비용을 지원해 주며 매매혼적 결혼을 조장하기도 한다. 2017년 현재 농촌 총각장가 보내기 지원예산은 28억 5,000만원으로 결혼 이민자 적응지원보다 6배나 많다. 한국 여성이 기피하는 자리를 아시아 여성으로 대치하려는 정책은 자국남성의 편의를 위해 아시아 나라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인종차별적 발상이다.
반면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사기 결혼을 당하는 남성들 또한 '묻지마 결혼'의 또 다른 피해자다. 이는 한 가정의 문제로 국한될 성질도 아니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는 흐름 속에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농촌 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아내를 배우자로 맞을 만큼 국제결혼은 불가피하다. 배우자나 배우자 국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것만으로도 불행한 결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비자 발급 이전에 인터뷰를 통해 혼인의 진정성을 파악하고 인신 매매성 결혼 관행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최근에는 한국 남성과 결혼해 이주해온 외국인 여성들이 이혼소송을 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적법상 한국 남성과 결혼하면 2년의 유예기간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남편의 귀책사유로 이혼할 경우 바로 귀화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 외국인 여성들의 이혼소송이 늘면서 국적을 조기 취득할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어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이 2%만 넘으면 단일민족이라 할 수 없다는데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 다문화 가정은 또 하나의 우리 사회 구성축이다. 이들 가정이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문화, 다인종 시대에 걸 맞는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이다. 부부관계나 가정유지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결혼 후 가정의 중요성, 남편과 아내의 역할 등 가정을 세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결혼생활의 정착과 언어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지원이 요구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정부의 다각적 대책으로 가정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따뜻한 이해와 보살핌이 우선해야 한다.
단일민족인 한국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시대착오적인 순혈주의 집착 등을 하루빨리 버려야 다인종ㆍ다문화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2017년에는 국내 혼혈인 초ㆍ중ㆍ고 생이 10만 명에 달하고, 농어촌 초등학교 교실의 4분의 1은 이들로 채워져 혼혈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말로는 국제화 시대를 산다고 하면서도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과 배타성을 고집한다면 선진국민이 되기 어렵다. 이들도 결국 우리의 앞날을 책임질 2세라는 점에서 국가적 인권상담, 노동상담, 다문화 가정 상담 차원의 지원과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