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 백일초등학교 명칭 변경에 관해 -
광주 서구청이 친일반민족행위자 김백일에서 비롯된 도로명 ‘백일로’를 ‘학생독립로’로 변경하기로 한데 이어, ‘백일초등학교’도 친일 역사청산 차원에서 최근 교명 공모 절차를 통해 새 이름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에 대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학교 측이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기대를 반영해 모두가 사용할 좋은 이름으로 선정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곳이 갖는 역사 문화적 의미를 감안해 조심스럽지만 보충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학교 이름이나 도로 명칭은 영구히 존속될 사회적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름을 정할 때는 그 지역 고유의 역사성과 향토성을 가진 이름이거나 자연 인문환경의 특색이 반영된 명칭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참고로 백일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는 곳은 일제 3대 항일운동 사건으로 식민지 폭압을 뚫고 독립운동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뿐 아니라, 일제시기 일본군의 본토 방어 차원에서 조성된 동굴이 새로 확인되는 등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역사적 시설들과 인접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이번 ‘백일’ 명칭 변경의 배경 자체가 친일 역사청산과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시작된 일임을 각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광주 서구청이 ‘백일로’ 도로명을 ‘학생독립로’로 바꾸기로 한 것은, 광주의 자랑인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지역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측면에서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일제 군사용 동굴 등 전국에서도 드문 역사적 현장이 한 곳에 집결돼 있어 향후 이곳이 굴곡진 근현대사를 체험할 수 있는 역사적 공간으로 탈바꿈해 갈 여지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단순히 과거 뿐 아니라 미래까지를 내다 본 선택으로 비춰진다.
이런 점에서, 백일초등학교 측에서 29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새 학교 이름으로 ‘예향초등학교’를 정한 데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예향초등학교’로 명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과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를 거친 점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고 공감하지만, 명칭변경이 추진되게 된 배경과 학교 이름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기왕에 교명 변경이 지역사회 전반의 역사에 대한 '몰각'으로 부터 비롯된 것인 만큼, 명칭 변경에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의견 수렴과정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잠정적으로 결정한 ‘예향초등학교’는 어느 고장에서나 사용하는 흔한 명칭이다. ‘예향’이 인근의 광주학생독립운동 현충시설 등 입지 환경적 특색, 특히 이번 교명 변경에 이르게 된 경위를 살필 때 얼마나 자기 정체성과 독창성을 부여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백일초등학교’가 왜 ‘예향초등학교’로 바뀌게 되는지 그 어떠한 개연성도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사회자 송해씨의 첫 인사말에서도 알겠지만 대한민국 어느 땅, 어느 고장을 가나 의례 것 자기 지역이 예향과 의향, 충절의 고장이라고 선전하지 않는 곳이 없다.
‘예향’이 무난하고 좋은 말이지만 ‘백일’에서 하루아침에 예술의 고장을 뜻하는 ‘예향’으로 바뀌는 것도 석연치 않고, ‘예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아직도 친일 잔재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드리우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른 곳과 달리 친일 반민족행위자 김백일 건이 확인되자 주저 없이 친일 역사청산에 나선 광주의 노력은 또 다른 귀감으로 남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광복 7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역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바로 세울 수 있는 소중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우리는 이번 학교 이름 변경이 역사청산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각별한 노력과 함께, 이곳이 갖는 역사 문화적 가치 및 지역사회의 기대를 반영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유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아울러 향후 새로운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2014년 12월 30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의견서-2] 백일초등학교 명칭 변경과 관련해.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