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곡 혼들이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는데 야위는 까닭
이제 지체하지 않고 올라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산길이 좁아 우리는 아래위로 줄을 지어 계단처럼 올라갔습니다.
단테는 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선생님께 폐가 될까 봐 망설이는 중 선생님의 말에 용기를 얻어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 말에 마음이 놓여 나는 말을 꺼냈다.
저들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들 야윌 수가 있습니까?
베르길리우스는 나무토막이 불에 다 탔을 때 멜레아그로스가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기억하고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이 네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것이라고 합니다.
멜레아그로스는 어머니의 난로에서 나무토막 하나가 불에 타고 있는 동안만 목숨을 유지하게 되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고 나무토막을 불에서 꺼내 다 타지 않도록 간수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멜레아그로스가 농사를 망치는 멧돼지를 잡았는데 그 가죽을 여성 영웅 아탈란테에게 주려 하자 외삼촌들이 시비를 걸고 모욕하여 외삼촌들을 죽이게 됩니다. 두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어머니가 나무토막을 다시 불 속에 던졌고 다 타버리자 그도 죽었다는 이야기(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제8부 인간의 시대, 6 알타미아의 복수와 멜레아그로스의 죽음)입니다. 여기 25곡에서는 육체와 영혼이 함께 한다는 뜻으로 인용한 신화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이 네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영체(새로운 형상, 망령)는 영혼의 움직임을 따른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다음에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알타미아의 복수와 멜레아그로스의 죽음'의 신화 이야기 그림입니다.
알타미아와 멜레아그로스, 야곱 요르단스,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선생님은 이렇게 은유적인 말로 짧게 이야기를 마치고 스타티우스에게 단테의 의문을 설명해 주라고 했습니다.
스타티우스는 내가 설명하는 것은 베르길리우스의 뜻을 거절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리고는 내게 말을 이었다. “아들이여, 내가 하는 말을
그대의 마음으로 잘 새겨 보면
‘어떻게’ 라는 그대의 의문이 풀릴 것이오.
이제부터 우리는 ‘육체와 영혼이 함께 한다는 것’을 머리에 두고 글을 읽어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 될 듯 합니다.
연옥편 25곡은 기원전 4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설을 13세기의 단테와 신학자들이 믿고 있었던 단테 당시의 과학, 철학, 신학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생소하고 어렵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 생성의 이론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교리를 바탕으로 영혼의 몸에 대한 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먼저 인체의 형성을 이야기 합니다.
온전히 보존되는 완전한 피(정액)가 있는데 피는 사람의 몸을 키우지만, 그 완전한 피는 창조를 합니다.
그렇게 심장에서 다시 맑아진 피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그곳(자궁)으로 흘러들고, 그런 다음
그 자연의 그릇에서 다른 피(월경)에 방울져 떨어집니다.
스타티우스는 남녀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심장의 맑아진 피로 육체가 탄생하고 인간 내부의 능동적인 힘에 의해 하나의 단일 영혼이 탄생하는 원리를 설명합니다.
거기서 각각의 피가 서로를 받아들이는데,
그들이 준비되는 완벽한 곳(심장)에 따라서
하나는 수동적으로, 하나는 능동적으로 됩니다.
그렇게 결합된 피는 자기의 질료대로 구성하게 만든 것에 생명을 줍니다.
능동적인 힘은 영혼(태아의 영혼)이 되는데 처음에 식물의 영혼과 비슷합니다. 태아의 영혼은 식물적 혼의 성장 기능이 있고, 동물적 감각 기능으로 발전하여 지적 기능을 통하여 인간이 됩니다.
뇌의 조직이 태아에서 완전해지면 곧
부동의 원동자(하느님)께서 자연의 그런 기술에 대해
기뻐하시며 힘을 지닌 새 영혼을
그 뇌에 불어넣어 주십니다. 그러면
그것은 능동적인 것으로 동화되어서
하나의 단일 영혼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그 자체로서 살고 느끼며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인체의 형성 과정이 끝났습니다.
위 시의 ‘그때 비로소 그 자체로서 살고 느끼며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한다는 뜻으로 단테에게 이성이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이며 반성하지 않는 인간을 짐승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인체의 형성을 시적 표현으로
내 말이 의심쩍다면, 태양의 열기가
포도의 흘러내리는 즙에 힘을 결합시켜서
포도주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보시오.
햇볕이 포도즙과 어울려 포도주가 되는 것처럼 영혼도 육신과 어울려 하나의 인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태양열을 하느님의 영으로, 포도즙을 동물성의 힘으로 술을 새로운 인간성으로 은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후의 영혼 상태와 사후 영혼이 야위게 된 까닭을 이야기합니다.
라케시스의 손에 더 이상 실이 없을 때(사후)
사후 육체에서 풀려난 영혼은 인간적인 본질과
신적인 본질을 갖게 됩니다.
육신과 함께하는 영혼의 기능은 침묵하지만
기억과 지성, 의지는 활발해지고
전보다 훨씬 더 날카로워집니다.
사후 육체로부터 풀려 난 영혼은 인간적 (식물적/ 동물적)기능과 신적인(지적)기능을 가진답니다. 인간적 기능은 감퇴하나, 신적인 기능은 전보다 더 왕성해집니다.
지옥의 영들은 아케론강 언덕으로, 연옥의 영들은 테베레 언덕으로 제 갈 길로 갑니다. 일단 영혼이 그렇게 처하게 되면 형성하는 힘은 몸이 전에 지녔던 형체를 다시 갖추도록 작동합니다.
영혼을 둘러싼 공기는
거기에 머무르게 된 영혼 자체의 힘으로
형상을 갖추게 됩니다. 그래서
불(영혼)이 어느 곳으로 가든
불꽃(영의 그림자)도 함께 따라다니는 것처럼,
새로운 형상은 영혼을 어디고 따라다닙니다.
그 형상을 둘러싼 공기는 우리 눈에 보이는데,
그것을 망령이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시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기관들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스타티우스와 죽은 자들)는 말하고 웃고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망령은 우리의 욕망의 형태를 취하는데, 우리가 지니는 느낌에 따라 변화를 합니다.
이 먹고 마시고 싶은 탐욕이라는 욕망이 영혼에 닿아 변화를 일으켰고 뼈가 살을 뚫고 나올 정도로 야윈 모습을 하게 된 것입니다. (영혼과 육체(망령)가 함께 한다. 영혼이 생각하면 육체가 그렇게 된다.)
영혼은 육신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본질과 신적인 본질을 갖게 됩니다. 영혼은 그 자체로서 살고 느끼며 생각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즉 육체를 통해 영혼이 탄생하지만 육체가 죽어 없어져도 영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육체의 사망 이후 영혼이 지옥 혹은 연옥에 가게 되는데 영혼은 육신에 행사했던 힘을 그대로 가지고 가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싼 공기는 영혼 자체의 힘으로 형상을 갖추게 되고 그 공기는 우리 눈에 보이는데 그것을 망령이라 부릅니다. 이 망령들은 시각을 포함한 감각 기관을 갖게 되고 말하고 웃고 울고 한숨을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망령은 우리의 욕망의 형태를 취하는데 우리가 지니는 느낌에 따라 변화를 합니다. 이 먹고 마시고 싶은 탐욕이라는 욕망이 영혼에 닿아 변화를 일으켰고 뼈가 살을 뚫고 나올 정도로 야윈 모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혼과 육체가 함께한다. 영혼이 생각하면 육체가 그렇게 된다.) 영혼들이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는데 야윌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욕망 때문에 탐식가들의 영혼이 야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지막 굽이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연옥 산의 일곱 번째 단지에 도착했습니다.
둔덕 안쪽에서는 불꽃이 밖으로 뻗어 나갔고
바깥쪽 가장자리에서는 바람이 불어 덮쳐 와 불꽃들을
안으로 몰아넣으며 좁은 길만을 남기고 있었다.
일곱 번째 단지에서는 욕정의 죄를 범한 영혼들이 불꽃 속에서 자신의 죄를 벌하고 있습니다.
불길 속에서 애욕의 죄를 정화하는 망령들
단테 신곡 삽화 중에서
불과 불길은 제 7둘레의 성격을 나타내는 은유입니다. 불은 욕정과 태움의 이중적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서 우리는 일렬로 간신히 걸어갔습니다. 그 때 찬송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꽃 속에 걷고 있는 영혼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의 찬송은 순결을 지녔던 일을 이야기 합니다.
찬송을 마치자 그들은 커다랗게
외쳤다. “나는 남자를 모릅니다!”
부드럽게 찬송을 다시 시작했다.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자 마리아가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했던 이야기입니다. 마리아의 순결을 찬미합니다.
수태고지들입니다.
수태고지, 시모네마르티니, 우피치미술관, 피렌체, 이탈리아
- 2012년 피렌체 여행 중에
수태고지, 프라 안젤리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 2014년 마드리드 여행 중에
수태고지, 한스 멤링. 그로닝게 미술관, 브뤼헤 벨기에
- 2019년 벨기에 여행 중에
수태고지(왼쪽)와 방문(오른쪽)의 조각상, 랭스대성당, 프랑스
- 2010년 랭스 여행 중에
수태고지는 그림 뿐 아니라 성당 벽에 조각 작품도 있습니다.
랭스 대성당의 전면(파사드)에 장식된 수 많은 조각이 있는데 그 중 왼쪽의 수태고지와 오른 쪽의 방문입니다.
오른 쪽은 마리아가 세례 요한의 어머니인 사촌 엘리자베스를 방문하고 서로의 임신한 사실을 알리는 장면입니다.
그 불꽃 속에서 걷고 있는 영혼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이 불 속에서 타야 하는 한 계속해서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러한 치유와 그러한 음식으로
상처는 마침내 아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