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쏘는 지금의 활쏘기 방식만이 능사일까요? 앉아 쏘는데 적합한 의자는없는 걸까요?
의자의 재발견
김상규 지음/세미콜론·1만5000원
의자의 다리는 왜 네 개일까? 대지와의 접점이 많을수록 안정감이 있다는 공학적 해석도 있지만 신화적인 해석이 더 다가온다. 원래 의자는 다리가 세 개였다. 카메라 다리처럼 가장 안정적이라는 세 다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의자는 인간과 가까운 개를 시기해 네 개의 다리를 원했다는 것이다. 의자는 개처럼 인간과 가까운 존재다. 의자는 일하고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침대는 과학’이라는 명제처럼 의자에 대한 신통한 규정은 없다. 가구 디자이너 김상규씨는 <의자의 재발견>에서 의자는 개만큼이나 인간과 친밀하면서도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잠을 위해 존재하는 침대와 달리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주로 거장들의 걸작 의자들을 간략한 설명과 함께 소개하는 기존의 디자인 화보집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시골 노인들이 앉는 평상과 골목길 아이들이 앉아 노는 시멘트 계단, 그리고 사형수의 전기의자까지 거의 모든 의자를 다루고 있다. 지은이는 의자의 철학과 디자인뿐 아니라 의자가 30만번의 등 젖힘 실험을 통과해야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의자의 자격까지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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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가장 집착하는 화두는 의자의 본질이다. 20세기 사회를 지배하던 기계와 인간을 나누던 이분법 개념에서 ‘앉음’은 직립보행의 피로를 풀기 위한 대기모드로 해석됐다. 즉 의자는 일을 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회전의자도 그래서 등장했다. 고정된 의자는 앉은 상태로 다른 쪽을 돌아보기 불편한 탓이다. 20세기 들어 인간의 동작을 효율성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하면서 회전의자는 사무실에서 보편화했다.
그러나 회전의자는 노동과 동시에 권력을 상징한다. 1960년대 텔레비전 드라마 주제가로 쓰였던 원로가수 김용만의 <회전의자>에는 “빙글빙글 회전의자 임자가 따로 있나… 억울하면 출세해라”는 가사가 나온다. 사무실에서 지위에 따라 의자의 회전 여부와 높낮이가 달라지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관점에서 의자는 일할 자격으로 해석된다.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 기념 구호가 ‘그녀들에게 의자를’인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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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예술가들이 의자에 꽂힌 것도 의자가 갖는 철학적·사회적 의미 때문이었다고 한다. 디자인적으로 다리가 없는 네모난 상자에서 시작된 의자는 19세기까지만 해도 다리가 네 개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면서 모더니즘 등 예술의 흐름에 따라 세 다리, 두 다리, 한 다리로 진화했다.
의자의 진화는 이처럼 예술적·철학적 사유와 맥이 닿아 있지만 금속, 플라스틱 같은 소재의 진화 없이는 불가능했다. 특히 플라스틱은 의자를 싼값에 전세계로 공급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가 됐다. 하지만 밀집사육으로 인한 구제역 같은 질병으로 네 발 달린 가축들이 살처분되듯이 네 발 달린 의자도 쉽게 버려지는 슬픈 존재가 됐다. 지은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소년에게 도낏자루를 내주고 결국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늙어서 찾아온 소년에게 쉴 자리를 내준 것처럼, 의자는 인간과 교감이 가능한 사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체온을 담았던 의자에게 연민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권은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