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의 졸업 여행
은퇴는 늘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수녀님이 요즘 부쩍 벌교와 구례를
들먹이시는 게 심상치 않습니다
수녀님이 임기가 다 되어 가시니
옛 발자취를 회상하시고 싶어 하시는
구나 싶어 넌지시 벌교 가자고 하니
무척 좋아하십니다
공소 봉고차가 있지만 사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으니, 저의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꽃다운 나이부터 이 성당 저 성당
얼마나 많은 곳에서 봉사를 하셨겠나요?
지금은 조용한 공소에서 마무리를
짖고 계십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고민이 되시겠지만 다녀온 성당을 한번
찾아가 보는 눈치인 듯합니다
성당도 거의 문이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도 매번 다니던 길을
회상하고 혹시나 지인이라도 마주칠까
둘러보지만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리고
낮선 이와 잠시 대면합니다
지나온 길은 변함이 없는데 사람들은
모두 바뀌어 세월을 대변해 줍니다
벌교 조정래 문학관과 현 부자네 집 소화 다리를 거쳐 벌교 천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여전한데 벌교 홍교 다리
대리석은 사람 발걸음만큼이나 번질번질 합니다
홍교 옆 성당은 신축하여 옛 모습이 사라지고 지금은 신축 성당이 무척
멋진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다음 날은
구례 읍내에 있는 성당으로 차를 달린다
구례 성당은 옛 모습 그대로이고 고목이 된 나무들만 무성하다
역시 고인이 되셨는지 주위 골목과
사람들은 낯설기만 하다
가끔 들렀던 구례 화엄사로 갔더니
화엄사도 옛 모습은 대웅전 정도
나머지 건물은 신축되었는지 잘 정돈되고 수도 없이 넓은 도량이 건물들로 가득합니다
대웅전 경내 수 백년 된 홍매화가
아직은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고
봄을 기다립니다
한 시간 정도 경내를 둘러보고
절 입구에 있는 식당으로 발길을
돌리네요
산채 비빔밥은 어찌나 맛있던지
시장이 반찬이었나
벌교에서는 시장 골목도 둘러 보고
꼬막, 갈치, 성인 다리만큼 큰 대구 등
싱싱한 생선과 싱싱한 봄나물
천지였네요
꼬막 정식의 유혹을 물리치고 시장통 식당에서 제일 맛 있을 듯한 싱싱한 쭈꾸미 볶음으로 점심을 해결하였습니다
정작 수녀님은 생선과 고기를 드시지
않으시니 네 분 일행들 몫이고, 수녀님은 소박한 반찬에 식사를 하셨습니다
유난히 아기 같은 밝은 표정의
수녀님을 보면서 이틀간의 짧은
여행이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여생을 대전 쪽의 수녀원에서
보내신다니 축복받으시고 앞날의
건강을 빌어 봅니다.
첫댓글 올려주신 옥고에 즐감하고 갑니다
편하신 휴일 열어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