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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실 우리말 스크랩 [낭송시] [윤제림] 재춘이 엄마 - 낭송 황규관
흐르는 물 추천 0 조회 14 12.03.26 07:5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윤제림「재춘이 엄마」 낭송 황규관 | 2009.06.08 
 

재춘이 엄마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출처 :『그는 걸어서 온다』, 문학동네 2008

 

詩 : 윤제림 - 1959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1987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삼천리호 자전거』『미미의 집』『사랑을 놓치다』 등이 있음.

 

● 낭송 : 황규관 - 시인. 1968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883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철산동 우체국』『물은 제 길을 간다』『패배는 나의 힘』 등이 있음.

 

 


 

한동네에서 십 수 년을 살아도 옆집 엄마들의 이름은 모르고 살았지요. 저 엄마는 동분이네 엄마, 저 엄마는 연주네 엄마, 저 엄마는 영식이네 엄마였을 뿐. 엄마는 다른 엄마를 또 그렇게 불렀지요. 나의 엄마도 큰누나를 낳고서는 희숙이네 엄마였고, 여동생을 포대기로 업은 후로는 양희네 엄마였지요. 엄마는 자식을 앞세웠지요. 당신에겐 자식보다 더 멋진 간판이 이 세상에 없었겠지요. 당신에겐 자식의 앞날을 위해 올리는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가 이 세상에 없었겠지요.

갑수와 병섭이와 상규와 병호는 모두 잘 살겠지요. 갑수야, 병섭아, 상규야, 병호야, 잘 되거든 엄마 덕인 줄 알아라!

 

2009. 6. 8. 문학집배원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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