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看脚下 - 발 밑을 살펴라
▷발치를 잘 보라 (佛果園悟)
어느 날 밤에 오조(五祖) 법연(法演) 선사가
세 사람의 제자와 함께 절에 돌아오는 도중에 바람이 불어와
손에 들고 있던 초롱불이 꺼졌습니다.
그러자 법연은 제자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두운 밤에 길을 가려면 무엇보다도
초롱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불이 지금 꺼졌으니
너희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물은 것입니다.
어두운 밤에 길을
가는 것은 인생을 살아 가는 것을 가리킵니다.
지팡이나 기둥으로 생각하여 의지하고 있던 것을 잃어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심경을 물은 것입니다.
옛날에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인생을 음미했습니다.
시인 바쇼(芭蕉)는,
길을 가는 사람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구나
이 쓸쓸한 늦가을에...
하고 읊었으며, 편조(遍照) 선사가,
내가 묵은 여인숙은 길까지 황폐했구나
무정한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에..
하고 읊은 것이 그 한 예입니다.
법연선사의 세 제자는 각각 자기의 의견을 말했는데
그 중에서 불과원오(佛果園悟-벽암록의 완성자)의
"발치를 잘 보라(看脚下)"는 말이, 스승 법연선사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간각하(看脚下) ―그것은 평범한 말입니다.
초롱불이 꺼지면 발치를 잘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선도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도 자기를 똑바로 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풍요로운 일상생활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같은 말에 "조고각하(照顧脚下)"가 있습니다.
발치를 잘 비추라는 뜻입니다. 선사(禪寺)의 현관에는 흔히
"간각하(看脚下)"니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써 붙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 말을 현실 생활에 응용하여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으라"는 것입니다.
불도(佛道)는 발치에 있는 것부터 깨닫게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마음의 단속입니다.
설사 손에 든 초롱불은 꺼져도 마음의 빛은 꺼지지 않습니다.
자기 안을 비추는 초롱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초롱불을 들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간다.
어두운 밤을 두려워 말고 오직 초롱불 하나를 의지하라"고 한
어느 유학자는 말했습니다.
선은 자기 안에 초롱불을 갖는 것입니다.
추악한 자기 마음의 밑바닥에 불을 켜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허망한 인간의 생명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발견하라는 가르칩니다.
"석존께서 최후로 하신 설법이 무엇입니까?"하는 물음에
"의뢰심을 버리라는 것이었지"하고 대답하는 것도,
자기 속의 빛을 보라는 뜻일 것입니다.
- Deuter(도이터)명상음악 / Nada Himal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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