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목도리/김문억
배가 가라앉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이
너를 지키던 개를 잡아먹고 초인종을 철거하고
아는 눈 없다고 시상대에 성큼 올라 황금송아지를 부상으로 받았지
선글라스로 빛을 가리고 해를 가리켜 낮달이라 수정했지
친구를 잃은 거위가 밤새워 울고 있을 때 깃털이불로 포근한 잠을 자며
금송아지 입에 문 채 눈 뜨고 잤지
본 사람 있느냐고 물었을 때
기억 없다고 했지.
*귀면아鬼面兒 : 꽃이 가면을 쓰고 귀신 형용 춤을 춘다/ 꽃 중에 꽃 되고 보니 너무 외로워서/ 곡소리 웃음소리가 가면극을 하고 있다. |
*난의 일종으로 꽃잎 모양이 뒤틀려 있어 귀신같다 하여 붙여진 예명
김문억 시조집<김문억의사설시조>중에서
여우 목도리는 기득권자가 권세를 부리는 위장술에서 기인된 제목이다
교활한 여우를 이미지화 시키면서 고급 모피로 추위를 감추면서 살고 있는 자들을 비양거린 제목이기도 하다
그네들은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는 위장 속에서 살면서도 자신의 부정이 드러나면 모두 부인하면서
기억 없다고 시치미를 떼면서 살고 있다
상식적이 못 되는 수준 낮은 해명으로 법과 맞서는 억지로 악행을 하는 무리를 보면서 청소년들이 본받을까 봐서 걱정이 되고
자라나는 어린 소년들 보기에도 민망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