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상 산 : 지리산(1915m)
2. 일 정 : 2002. 10.19.(토) ~ 10. 22(화) (1무2박3일)
3. 인 원 : 청명(윤기환), 윤원용(장남, 초등학교 6학년) 총 2명
4. 날 씨 : 짙은안개, 비, 맑음, 천왕봉에서의 체감온도 약 영하15도
5. 교 통 : 기차, 택시, 버스
연말이 다가와 사무실이 바쁜중에 어렵게 휴가를 내서 큰아들(초등학교6학년)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게되었다. 전부터 설악산이나 지리산 갈 때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었지만 계속 거절당했었다. 이번에는 큰아들이 매번 동행하지 못해 미안했었다며 이번에는 같이 가겠다고 해서 지리산종주를 택하였다.
나는 최근 2년동안 여기저기 산행을 쫓아다니며 학창시절을 비롯해 지금까지 젊은 나이에 이렇게 좋은 운동을 해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던 차에 우리 아이들한테 선택은 자신들이 하더라도 동기부여정도는 해 주고싶은 마음에 큰아들이 따라가겠다고 하니 나에게 있어 절호의기회로 여겨지게 되어 지리산종주 중에서도 가장 긴 코스로 가기로 했다.
나는 높은 산에 올라가면 호연지기가 충만해짐을 느끼므로 어려운 일이 있거나 지치면 높은 산을 찾아간다. 산장에서 자고 난 후 일출, 바다와 같은 운해, 쏱아지는 별 등의 감동과 산기운이 벌써 느껴지는 것 같다.
토요일 오후 일찍 퇴근해서 준비물을 배낭에 넣어 짊어지니 내가 그 동안 메고 다녔던 무게 중 최고로 무겁다. 아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기에 오버트라우저, 비옷, 침낭, 부식 등 장비준비가 소홀해서는 안 되기에 이것저것 챙기니 꽤 무겁다. 무릅이 잘 견뎌야 할텐데....아들배낭에도 햄, 과자, 햇반, 오이, 옷가지 등 짐을 분담했다.
수원역에 도착해서 밤11시53분 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잠을 청해본다. 옆자리에 집안잔치에 가는 듯한 아줌마 두분과 아저씨 한분이 떠드는 소리에 잠이 잘 오지 않지만 새벽산행에 대한 부담 때문에 부자가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 본다.
ㅇ둘째날 (10월20일, 일요일)
새벽4시38분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새벽4시40분이다. 화엄사까지 택시비는 만원이란다.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갔다. 가는도중 택시기사가 왜 성삼재로 안가고 화엄사로 가냐고 묻는다. 성삼재로 시작해서 전에 종주한 적이 있는데 진정한 종주로 쳐주지 않기 때문에 가긴 가지만 나도 화엄사로 가기 싫은데 간다고 했다.
화엄사 앞에 도착해서 택시가 돌아가니 사방이 컴컴하다. 아들은 컴컴해서 그런지 꼭 이 시간에 시작해야 되냐고 묻는다. 어두운 새벽에 출발해야 힘도 덜 들고 속도가 나기 때문에 계획대로 산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노고단방향을 알리는 화살표 표지판이 있다. 시계를 보니 새벽5시20분.
등산로를 들어서니 길은 반듯하게 잘 나있다. 랜턴 불에 등산로만 보이고 사방이 컴컴하고 사람도 없으니 아들이 자꾸 어두운 숲속으로 랜턴을 비추며 주위를 살핀다. 나도 슬슬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까지 와서 흔들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정신재무장을 하고 아들에게 한시간 후면 날이 밝아 오니 걱정 말고 가자며 갈 길을 재촉했다.
초입은 경사도 심하지 않은데 처음이라 그런지 숨이 차온다. 6시10분경이 되어 주위가 밝아오고 랜턴불빛이 희미해진다. 우리뒤로 갑자기 스님 한 분이 나타났다. 깜짝 놀랬다 불빛도 소리도 없이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니... 휴~ 속으로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니 스님께서 다른 사람들은 성삼재로 가는데 왜 힘든 이 코스로 가냐고 하신다. 형식적인 대답 후 스님은 먼저 앞서가신다.
큰 바위 위에 아들이 대자로 누웠다. 힘 좀 들게다..라는 생각에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게 하고 오이 한 개를 나누어 먹고 나서 다시 출발한다. 길가 왼편에 파란색 프라스틱 바가지가 있어 가까이 가보니 바닥이 흙인 조그만 구덩이에 물이 고여있다. 아마 참 샘인 듯 싶다.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코재로 보이는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고 너덜 길을 지나니 이제 날이 완전히 밝아지고 위에서부터 등산객들이 내려온다.
아들은 아직까지는 불평 없이 잘 따라온다. 어디서부터 투덜대기 시작할까? 가파른 언덕을 얼마나 올랐을까? 위에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가까워졌으리라. 드디어 도로에 올라 섯다.
잘 닦여진 도로가 안개낀 고속도로같이 느껴진다. 약30분을 가니 노고단대피소다. 도착시간 오전10시. 취사장에 가서 가스버너로 육계장을 끓이고 휘발유버너로 햇반을 데우는데 아들은 그 새 식탁에 업드려 잠이 들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에 앞서 노고단 이정표 앞에서 증명사진 한방 찍고 개스가 자욱한 노고단에 오르니 등산객들이 많다. 다시 임걸령을 향해 출발. 걸으며 아들에게 발걸음 한번 잘못 디뎌서 넘어지거나 발목이 삐면 큰 고생을 하게된다는 주의사항을 가르치며 임걸령에 도착하니 12시. 식수를 보충하고 쉬며 주위를 둘러보니 등산객들이 꽤 있다.
주변이 왠지 모르게 어수선하다. 남자4명에 여자1명의 등산객은 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먹고있는 것 같은데 과일껍데기가 바위 위에 그대로 남아있다. 저 사람들은 갈 때 버려 두고 갈 사람들 같다. 절반 정도의 사람들의 분위기가 그렇게 느껴진다. 답답한 마음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다시 갈 길을 떠난다.
삼도봉에 도착해서 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 뱀사골대피소에서 1박을 하려했는데 아들 발걸음이 예상외로 빨라서 잘 하면 연하천대피소까지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연하천대피소에서 1박을 하면 세석대피소에서의 2박을 장터목대피소로로 변경해도 될 듯싶다. 그렇게 되면 하루 앞당겨 하산이 가능하니 몇일전 TV에서 지리산 단풍과 함께 소개한 지리산온천랜드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아들에게 의향을 물으니 온천이라는 유혹에 단번에 "오케이".
오후 2시에 뱀사골산장 0.2Km 이정표 앞에 도착하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뱀사골대피소산장에 예약이 되어있다. 예약을 해 놓고 그냥 지나치면 안되겠기에 뱀사골대피소로 내려갔다. 예약취소를 위해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이 계단이라 그런지 꽤 멀고도 힘들게 느껴진다.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토끼봉과 명선봉을 지나는 길을 비를 맞으며 걷는데 돌밭 길과 경사도도 제법 있는 힘든 길이 여럿이다. 아침 먹은지 5, 6시간이 지나니 배도 고픈 가운데 아들도 나도 꽤 지쳤다. 저 언덕 만 넘으면 연하천대피소겠지 하면 또 언덕.... 뒤 따라 오는 아들도 언덕을 넘을 때마다 기대가 무너지면서 계속 "환장하겟네~"를 연발한다. 이번 산행 중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오후5시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해서 잠자리 배정을 받고 "지리산이 좋은 사람들" 뱃지 2개를 얻고 취사장에서 삼겹살을 굽고 계란라면을 끓여먹는데 너무 추워서 손이 곱다. 캔맥주 하나를 사서 먹는데 아들한테도 한 모금 먹어보라고 권하니 한 모금 먹고 추워서 덜덜 떨면서 저녁을 먹는다. "저러다 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든다. 추위에 어렵게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젖은 옷 때문에 잠 잘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들 바지를 갈아 입히고 맨소래담으로 종아리를 맛사지 해 주고 잠을 청한다. 비 때문에 사기는 저하되고 추위에 떠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아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이 아닌지 약간의 후회가 든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ㅇ셋째날 (10월21일, 월요일)
일찍 서두르는 사람들 덕분에 아침 6시20분에 깻다. 밖에 나가보니 비는 안 올 것 같다. 짐 정리를 끝내고 밖에 나와보니 취사장 안 보다는 밖이 더 낳을 것 같아 샘 옆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누룽지를 끓였다.
천안에서 왔다는 40대 후반에서 50대의 아줌마 5명이 국을 끓여 갖고 온 찹살밥을 먹으려는데 가스버너가 가스가 새서 버너를 빌려 달라고 해서 휘발유버너를 빌려 줬다. 이 아줌마들은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대원사로 간다한다. 다음 일정이 우리하고 같다. 결국 장터목대피소에서도 같이 자고 치밭목대피소에서도 마지막 아침을 같이 먹고 진주까지 동행하게 된 팀이다.
아들은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몰래 안도의 한 숨을 쉬고 7시30분에 연하천대피소를 떠나 벽소령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오전 내내 날씨는 좋았다.
벽소령 가는 길에 사진도 몇방 찍고... 벽소령에 도착하니 오전10시.. 어제보다 산행이 훨씬 수월한 것 같다. 점심식사를 먹기에는 빠르고 해서 세석까지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쵸코파이를 하나씩 사먹었다. 천안아줌마들은 서둘러 먼저 출발했다. 아들이 백소령대피소에 있는 "이현상아지트"이정표를 보고 뭐냐고 묻는다. 과거 우리의 아픈 역사인 지리산의 빨치산활동에 대해 설명을 하고 선비샘을 향해 출발했다.
덕평봉을 지나 선비샘에 도착하니 20대 중반의 남자 한명이 텐트를 말리고 있다. 샘물로 식수를 보충하고 칠선봉을 지나 영신봉을 가는데 지난 9월말에 왔을 때의 철계단은 조금만 남아있고 나무계단이 많이 설치되어있다.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니 숨이 차단 가다서기를 반복하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취사장에서 아이스크림 포장용 스치로폴 용기에 준비해 간 고추장양념돼지고기를 굽고 햇반2개를 사서 점심식사를 했다. 옆자리에는 대원사 하산 길에 알게 되었지만 의정부에서 왔다는 남자1명과 여자2명이 라면을 끓이고 있다. 우리만 먹으려니 미안했지만 양도 많지 않았고 아들을 챙겨야하는 아버지의 입장이라서 쉽게 권하게 되질 않았다. 나중에 아들은 의정부 팀 중 여자 한분(이선경씨라고나중에 알게됨)은 한달전 쯤에 SBS에서 방영한 특집프로그램인 엄홍길대장과 함께 한 한국청소년해외원정대의 악발이박 이라는 여자대원을 닮았다고 한다.. 짜식 어느새 그렇게 자세히 봤는지...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니 개스가 많이 차서 시야도 가리고 비도 올려고 한다.
오후3시 장터목을 향해 출발... 촛대봉에 올라 핸드폰이 잘 터진다는 장터목방향을 가르키는 이정표 뒤에 서서 집사람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삼신봉, 연하봉을 거쳐 오후5시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후5시이다. 당초 2번째 박을 위한 잠자리는 세석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세석은 취소하고 왔기에 장터목대피소에서는 대기자명단에 접수를 하고 중앙홀에서 쉬었다가 자리배정을 받으니 입구쪽에 가까워서 그런지 약간 추웠다. 밖에는 너무 추워서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역시 천왕봉에 가까이 와서 그런지 바람도 거세게 분다.
저녁7시가 지나니 바람은 많이 불지만 구름이 걷히기 시작해 별과 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름이 그저께라 그런지 달이 밝아서 내일아침 멋있는 일출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짐을 느낀다. 점심을 늦게 먹어 아직 배가고프지는 않지만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일출을 봐야하니 컵라면 하나 사먹고 밤8시에 잠자리에 든다. 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보다 더 쌩쌩해지는 것 같아 대견스런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 옴을 느끼며 지리산의 밤은 깊어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날 저녁에 지리산 주능선에서 20대 젊은 사람이 동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절대로 산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아 한다. 높은 산의 기상상태는 알 수 없는 일이기에 항상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산행기간 중에 봄, 가을, 겨울 날씨를 모두 겪어 본 것 같다.
ㅇ넷째날 (10월22일, 화요일)
새벽 4시30분 잠에서 깻다. 아들을 깨우니 일출을 꼭 봐야겠냐며 꾀를 부린다. 일찍 출발해야 대원사길로 하산해서 온천에 갈 수 있다는 말에 투덜대며 일어난다. 바람은 많이 불고 춥지만 날씨는 맑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취사장으로 가서 라면을 끓여먹고 아들은 오버트라우저 안에 윈드스토퍼를 입히고 나는 비옷을 속에 껴입고 중무장을 하고 5시30분에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새벽 밤하늘의 별들과 둥근 달이 주위를 밝혀준다. 라면을 먹어서인지 제석봉 오름 길이 힘이들어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제석봉에 올라서니 천왕봉을 향하여 일출 보러 올라가는 사람들의 랜턴불빛이 보인다.
천왕봉은 저 앞에 보이는데 가도가도 계속 봉우리가 나오니 아들은 왜 이렇게 머냐고 짜증을 낸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부니 짜증이 나나보다. 천왕봉까지는 정확히 1시간이 소요되었다. 천왕봉을 코앞에 두니 바람이 하도 쎄서 정상부 20여미터는 바람에 떠밀려 올라갔다. 일출도 좋지만 얼어 죽을것같이 춥다. 그래도 기왕에 여기까지 왔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으니 멋있는 일출을 기대하며 아들의 증명사진을 계속 찍어댔다. 혹시 사진이 안 나올까봐 한 장소에서도 여러 번 찍었다.
짙푸른 여명이 밝아오며 동쪽 하늘은 붉게 물들어있다. 언 듯 석양 같다는 생각이 든다. 6시30분에 일출이 시작되었다. 구름이 붉게 물든 저쪽 지평선에서 빨간 불덩어리가 불쑥 올라오는 것이 분명히 "해"다. 아들도 천왕봉 일출에 감탄한 듯 하다. 천안 아줌마팀들과 대전에서 오신 남자분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7시경에 대원사방향으로 출발했다.
천왕봉 옆의 중봉은 천왕봉 위에서 보기에 옆집같이 가까워 보였는데 넘기가 만만찮다. 중봉에 올라서니 경치가 좋아 지리산 주변일대의 전망대 같다. 써리봉을 가다가 의정부팀을 만났다. 우리보다 출발은 빨랐는데 속도는 조금 느린 것 같다. 아들은 기대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추위에 떠는 것이 안스럽다.
9시30분경 양지바른 장소에 그림 같이 서있는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해서 아들과 함께 따듯한 원두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산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카레, 짜장, 고추, 햄 등 갖고 간 음식을 모두 꺼내 데우고 요리를 했다. 소주를 하나 샀다. 연하천대피소에서의 캔맥주 한 개를 제외하면 산에서 술은 처음이다. 의정부팀의 남자 분께 한잔 권하니 차 운전 때문에 안 한단다. 혼자 한잔 하고있자니 의정부팀의 이선경씨가 코펠공기를 갖고 와서 한잔 달란다. 반가웠다.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마치고 11시경에 치밭목대피소를 출발해서 대원사 방면으로 내려가다가 양지바른 계곡을 만나니 몇일간 감지 못한 머리가 근질근질해져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머리를 계곡 물에 담가본다. 차다못해 머리가 저려오는 듯 하다. 그래도 근질근질했던 머리가 이제는 산뜻하다. 대원사 하산 길은 경치도 좋고 계곡과 폭포, 산죽, 바위 등이 어우러진 숲속 길로 등산객도 별로 없어 한적함을 갖고있어 지루한 지도 모르고 걸었다. 모자도 벗어버리고 아들과 함께 수다를 떨어보는 여유를 가져보며 유평에 도착하니 오후3시가 좀 넘었을 시간이다. 의정부팀 이선경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대원사 버스정류소에 도착하니 오후4시다.
진주행버스는 4시30분에 있단다. 남원에 가야할 사람들은 "원지"라고 하는 곳에 가서 남원행 버스를 타야하고 우리는 진주에 가서 하동을 거쳐 구례로 가야 온천에 갈 수 있다. 진주를 거쳐 구례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니 지리산온천랜드까지 택시비가 1만5천원이다. 모텔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니 방번호가 404호다. 아들이 방번호에 4자가 둘이나 들어가서 잠이 안올것 같다고 해서 밤새 불을 켜놓고 잠을 잤다.
ㅇ다섯째날 (10월23일, 수요일)
아침5시에 일어나 온천을 하고 구례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아침 8시이다. 역 앞 식당에서 올갱이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8시47분차를 타고 수원에 도착하니 오후1시13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학교 끝나는 시간이라서 아들이 배낭을 메고 집에 들어가다가 같은 학교 아이들을 만나면 쪽팔린다고 투정을 한다. 일부러 택시비가 없다고 하고 8백원 내고 버스로 이동해서 집까지 걸어 들어갔다. 아들에게 무엇이 창피하냐고 했지만 그 나이아이들에게는 있을 수 잇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니 뿌듯하다. 나 자신도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지리산 종주는 처음이지만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같이한 종주가 더없이 자랑스럽다.
우리 아들에게 있어서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으리라...
지리산정기를 받아 호연지기가 충만해짐을 느낀다...
출발에 앞서 일정 등을 결정하는데에 도움을 주신 정민수님을 비롯한 "지리산카페"의 여러님들의 조언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