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김은닢
가족인데 가면 안 써도 돼요?
저의 얼굴은 가면이 없습니다
핥는 혀와 할퀴는 발톱을 깊숙이 감춘
두 개의 행성이 궤도를 돌고 있어요
네가 내 뺨을 마구 핥다
발톱으로 할퀴고 가버리면
나는 그림자가 길어지는 서쪽 의자에 앉아
흐르는 피를 닦아내죠
몸의 다른 이름은 역광입니까
심장과 발목은 나의 것이었습니까
너를 집에 혼자 두고 가는 여행을 하지 못해서
너라는 여행을 해요
언제든 열려 있는 문처럼 침대는 우리를 이어주죠
출렁이는 배를 타고 도착한 낯선 타국에서
우리는 아름답고 괴상한 이방인
몽돌은 몽돌의 몸으로
두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몸으로
나란히 앉은 눈동자에 쏟아지는
모래톱
모래와 톱
부서지는 눈동자에 날카로운 눈동자가 겹칠 때
네가 내 손목을 살짝 깨무는 송곳니의 비언어
사랑이라는 뜻인가요?
깨진 손에서 돋은 질문이 부드러운 촉수로 뻗어가요
네 눈동자에 감긴 해변이 춤을 추며 밀려와요
펄떡이는 심장과 선홍빛 혀를
부서졌다 생겨나는 흰 손이 건네요
오래전 너와 긴 여행을 할 때
바다에서 타오르던 이름
세이렌이 검은 날개로 날아와 우리 곁에 앉아 있습니다
카페 게시글
좋은 시 읽기
여행/김은닢
장민정
추천 0
조회 35
26.09.07 07:18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