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등 공기관 8곳 251명, 가족 차명으로 태양광 장사”
감사원 “신재생 정책 총체적 부실”
‘차명 발전소’로 수억원대 이익
“신재생 확대 국가안위에 위협 등… 文정부, 산업부 보고 4차례 묵살
靑 질책뒤 전기료 상승 예상 낮춰”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태양광 발전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8곳의 임직원 251명이 가족 명의로 ‘차명 발전소’를 세우고 발전 전력을 판매해 부당 이득을 챙긴 사실 등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태양광 발전 사업 관련 비밀 정보를 아는 이들이 겸직 금지 의무 등을 어기고 직접 ‘태양광 장사’에 나선 것.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30%”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당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면 국가 안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등 최소 4차례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냈지만 문재인 정부가 묵살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당시 청와대가 산업부를 압박해 “전기요금이 2018∼2031년 최대 10.9% 오를 것”이라는 왜곡된 결과를 내놓게 한 사실도 알려졌다. 산업부는 그에 앞서 내부적으론 “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높일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전 직원 182명 차명 발전소 운영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182명), 한국전기안전공사(36명) 등 임직원들은 ‘차명 발전소’를 운영해 이득을 챙겼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부터 지금까지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 7만5000여 명을 전수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한전 충북본부의 대리급 직원 A 씨는 가족 명의로 6개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총 5억여 원의 전력 판매 매출을 올렸다. A 씨는 자신의 발전소 인근 배전선로 공사를 다른 발전소보다 먼저 시행하도록 했다. 한전 전북본부의 한 지사장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배우자 명의로 된 태양광발전소 2곳 인근의 배전선로 보강 공사를 추진하는 투자심의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감사 결과가 공개된 이날 한전은 “직원들에 대한 조사 이후 고의성·중대성이 발견되면 해임·승진 제한 등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 “靑, 산업부에 ‘정무감각 없냐’ 호통”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인 ‘2030년까지 20∼30.2%’ 방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산업부는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 6월 당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에 “매우 의욕적인 목표이고, 필수 인프라 확보 없이 사업 목표를 대폭 확대하면 전력 공급 차질로 국가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두 차례 부정적인 의견을 보고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는 그때마다 “다시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산업부는 2017년 6월 10일 세 번째 보고에서 “발전 목표를 충실하게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2017년 7월에는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설정한 11.7%에서 20% 수준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을 높이는 안이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이후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기준 30.2%까지 늘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앞서 산업부가 “최대한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4.2∼26.4%”란 의견을 두 차례 이상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감사에서 당시 산업부 관계자들은 2021년 상황에 대해 “숙제로 할당된 수치였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정무적으로 접근했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산업부가 전기요금 상승률로 10.9%라는 축소된 전망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선 산업부 관계자가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오를 수 있다고 보고한 이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로부터 ‘2030년 전기요금 인상 전망이 20%가 넘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정무적 감각도 없느냐’란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고도예 기자, 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