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농부의 마음
2023년 5월 25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초엿샛날
이틀간 내리던 서리도 멈추고
이른 아침 기온도 많이 올라가 영상 6도,
조마조마했던 촌부의 마음이 한결 가볍다.
기후변화에 노심초사(勞心焦思) 해야하는
농부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이서방과 함께 두릅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마을분들 의견이 분분했으나 이서방이 검색을
해보니 일반적으로 지금 이 시기가 적당한 것
같았다. 다른 고장과는 달리 봄이 늦게 왔었고
두릅 채취가 끝난 시점 또한 얼마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관리를 않고 그냥 자연상태로 두었다.
그래서인지 고사(枯死)하는 나무도 있고 워낙
크게 높이 자라 잡아당겨 휘어서 두릅을 꺾다가
나무가 부러지는 경우도 때때로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 몰라서 가지치기를 하지않고
그냥 두어도 두릅을 채취할 수가 있었기에 거의
관심을 두지않았던 것이 맞다. 뒤늦게 알았지만
가지치기를 해야 더 많이 번식이 되고 여러갈래
가지가 생겨 더 많은 두릅을 채취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이제라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엔진톱으로
비스듬하게 잘라 정리를 했다. 이서방은 잘려진
가지에 남아있는 음두릅(곁순)을 먹을 만한 것만
골라서 꺾었다. 꽤 양이 많다. 가지치기를 했으니
내년에는 더 많은 두릅을 채취할 수가 있겠지?
농부의 마음이고 바람이겠지만...
마치 여름과 같은 강한 햇볕에 고개를 푹숙이고
있는 고구마순이 안스럽고 안타까워 걱정이었다.
처음 심어본 것이라 경험이 없어 아무래도 멘토
마을 아우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마을에 내려가서 아우에게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너무 걱정할 필요없다고 했다. 한 며칠 물을 흠뻑
주면 될 것이라고 했다. 뿌리가 나있는 모종과는
달리 고구마순 마디에 붙어있는 자그마한 뿌리가
땅속에서 자라게 물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해질녘 호스를 연결하여 밭고랑에 물이 자박자박
고이는 듯할 정도로 듬뿍 주었다. 촌부의 생각에
물을 주는 것이지만 농부의 마음을 넘칠 만큼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촌부의 마음을 녀석들도
눈치채고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잘 자라겠지?
나무그늘이 진 마당 야외탁자에 앉아 쉬고있다가
마당 한가운데 잔대싹이 보였다. 남이 보면 풀밭,
촌부는 야생화 정원이라고 했던 앞마당을 정리해
지금의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아내의 아주 간절한
바람이었기에 삽으로 안돼 도라지삽, 곡괭이까지
동원하여 마당을 깊숙이 파헤쳤다. 그랬는데 그때
땅속 깊숙이 남아있던 잔대가 지금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도라지삽으로
한번 파면 되겠지 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그렇게
두 번을 팠더니 그제서야 큼지막한 잔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매끈하게 잘 생겼다. 먹어도 되긴
하지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그 깊은
땅속에서 살겠다고 햇볕과 공기를 쐬려고 새순을
내보내느라 흙을 헤집고 나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옆에서 나온 숫잔대도
함께 자리를 옮겨 다시 심어주고 더 잘 자라 많은
꽃을 피우며 많은 번식을 하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또한 자연을 사랑하는 농부의 마음이겠지?
얼마전 아내, 처제와 함께 다이소에 갔다가 꽃씨를
두 봉지 사왔는데 어디에 뿌릴까 하다가 모종판에
부어 모종을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금껏 꽃은
그냥 씨앗을 뿌려 직파를 하였지 모종을 만들어 본
적은 없다. 시험삼아, 재미삼아 해봤더니 싹이 제법
많이 나왔다. 시기가 많이 늦기는 하지만 꽃을 늦게
보면 된다는 생각에 아침 저녁으로 정성 다해 물을
열심히 주었더니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싹을 틔워
촌부를 기쁘게 한다. "무럭무럭 자라거라! 너희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준비해 두마!"라고 녀석들에게
반가움을 전했다. 꽃을 좋아하는 촌부의 마음이다.
첫댓글 모종을 보니
봄과 더불어 싹이 쑥 나오는 것을 봅니다.
날씨에 상관없이 농사가 대풍이 날 수있기를 바랍니다.
어제는 바빠서 답글 못드렸네요.
오랜만에 꽃씨를 부어 모종을 만들어 봅니다. 고맙게 싹이 트는군요.
날씨가 도와줘야 농사가 순조로운데 요즘 비가 내리지않아 물주기로 바쁩니다. 주말에 비소식이 있어 기대해봅니다. 응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게 하루 만들어 가세요
답글 늦어 송구합니다.
하루하루 보람으로 채우느라 바쁩니다. 감사합니다.^^
칭찬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좋은 날 되세요.
생명의 신비 ㅡ
모종판에서도 쑥쑥~
바닷속 뱀장어 같은
잔대도 불쑥 ~
뭐든 생동하는 분위기네요.
고구마순도 빨리 고개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죠.
생명의 신비,
멋진 표현입니다.
마당에서 캔 잔대지만
깊숙한 땅속을 헤집고 나온 것을 보니 살겠다는 의지가 보여 그냥 다시 심어놓았습니다. 연일 물주기를 했더니 고구마순이 고개를 드는 것 같습니다. 함께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