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복지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제약 업종은 정책 수혜주로 떠올라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정부는 총 30조 6,000억원을 투입해 현재 63.4%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미용, 성형 품목 등을 제외하고 약 3,800개 의약품은 급여항목으로 등재가 됩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할수록 개인의 부담이 줄어 의약품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치매 본인 부담률도 20~60%에서 10%로 인하될 예정이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의료비의 90%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이에 따라 치매 관련 제품을 주요 라인업으로 갖추고 있는 제약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환인제약(016580)도 수혜주로 꼽히고 있어 살펴보았습니다.
정신질환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
한국의 자살자 비중은 13년 연속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습니다. 자살문제와 관련된 국제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한결같은 한국의 순위는 한국사회를 떠받친 고성장의 어두운 뒷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자살의 원인은 주로 우울증, 우울증의 원인은 스트레스, 그리고 스트레스의 원인은 불균형적인 사회 구조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변인과의 교류가 적고 의사소통 빈도가 낮은 1인 고령가구의 증가 현상이 뚜렷한 한국의 인구 및 가구 구조는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추계에 따르며, 2015년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한 1인가구는 2045년이면 36.3%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회적 단절이 높은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에 비쳐 보면 이는 곧 '자살 고위험군'의 증가를 뜻합니다.
지난 2016년 정부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은 한국인이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전 국민 4명 중 1명이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한 번 이상 경험하고 있는데, 낮은 행복지수, 높은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아직 미미한 사회적 인식수준도 잘 드러내고 있는데, 정신건강 문제를 앓는 인구 중 15%만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며, 그마저도 최초 치료가 이뤄지기까지 84주일이라는 시간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진행된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자살자의 88.4%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이 중 정기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은 비율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아직까지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터부가 한국사회에 뚜렷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신뢰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정신질환이 치료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 자체도 옅으며, 무엇보다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혀 취업 등 사회생활에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이 정신건강 진료소를 찾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은 우리 사회가 파편화돼 갈수록 확산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 범죄자 수는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해 가까운 사람이 범행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정신질환 치료의 중요성과 인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책 변화와 함께 성장하는 정신건강의약품 시장
지난 5월 30일 정신보건법 시행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 경제적 차별을 최소화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보험가입 차별을 금지하고, '우울증, 알코올중독' 등 가벼운 약물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질환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제외했습니다. 따라서 사회, 경제적인 편견으로 정신과 치료를 꺼려했던 인식이 변화하면, 자연히 잠재돼 있던 정신건강의약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976년 설립된 환인제약은 정신신경계 전문 제약사로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정신신경제 비중이 76.4%에 달합니다. 설립 이래 정신신경용 시장에 집중해 오면서 국내 정신신경용제 시장점유율 17%로 다국적 제약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열증 치료제인 리페리돈, 쿠에타핀 등의 복제약을 주력제품으로 정신과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중소형 제약사 가운데 영업이익률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적을 살펴보면, 2016년 매출액 1,414억원, 영업이익 216억원, 순이익 164억원을 기록했으며, 2016년 3월 조현병 치료제의 약가 인하로 인해 일시적인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728억원, 영업이익 173억원을 올리며 전년반기 대비 각각 1.5%, 47.8%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보톡스 사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매출액 성장은 정체되었지만, 원가율이 높은 상품 매출이 줄어드는 대신 원가율이 낮은 정신과 약품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회복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국내 정신과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4,357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시장 대비 3%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13~15% 규모임을 감안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역시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3% 수준이었는데, 2005년 6% 수준을 기록하면서 7년만에 2배 이상의 성장이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건강제도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정신질환 시장의 성장세는 불가필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신신경계 의약품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고 판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영업망을 특징으로 하고 시장이 크지 않다보니 대형 제약사들이 이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어 환인제약이 시장지배력을 유지해 나가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건강보험공단 과목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의약품 시장은 요양급여 기준으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4.13%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선진국 시장의 사례처럼 성장한다고 가정한다면 수년 내에 시장이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시장의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자료인 의원 과목별 환자당 진료비를 살펴보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가장 큰 금액을 기록하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0년간 정신신경용 의약품에 집중해온 환인제약은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정신과 치료를 꺼리던 환자들의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는 영업환경의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수면장애 등의 질환은 비교적 가벼운 치료만으로도 증세를 완화할 수 있었지만, 그간 정신장애로 분류돼온 탓에 부정적 시선과 사회적 불이익을 우려한 환자들은 증세가 있어도 정신의료 서비스 이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정책적인 변화와 함께 정신과 치료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가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