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페이스북같은 걸 시작한 이유가 가짜뉴스가 싫어서였다.
무슨 정의니 공정이니 그런 것보다도,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먹겠다고 자꾸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버젓이 하고 큰소리치는 걸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서였다.
"야 정신차려, 니가 먹고 살 일도 아닌데 뭣땜에 자꾸 그런 걸 신경 쓰냐?"고 힐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내가 먹고 살일이랑 크게 무관하지도 않은 것같다. 한국 사회는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
다들 뻔히 틀린 걸 알면서도 틀리다고 말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한테 이익이 남을 일이어야만 옳다고 하고, 얻을 게 없으면 입을 다무는 그런 행태가 모든 사회적 패악의 근원이라고 생각된다.
병원을 처음 시작할 때의 젊은 의사들은 리베이트가 뭔지도 모르고 과대, 허위 광고가 뭔지도 모른다. 근데 병원 딱 1년만 하다 보면 다 똑같이 물들게 된다. 왜? 주변에 그런거 안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유령 수술 대리 수술은 왜 그렇게 퍼졌을까? 병원 크게 하는 인간들이 전부 다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걸 눈으로 계속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무슨 처벌을 받긴 커녕 돈만 잘 번다는 걸 알게 된다. 누구도 애초부터 양심에 털이 있지 않았다. 근데 자기 선배들이 그렇게 해서 돈을 벌고 자기 친구들도 따라하는 걸 보면서, 에이 다들 하는 걸 뭐... 이런 생각으로 똑같이 되고 만다. '그건 환자를 속이는 일 아냐?' 라는 양심의 소리를 외쳤다간 자기만 이상한 놈이 될까봐, 아뭇소리도 안 한다. 누군가가 용기를 내, "저건 잘못된 거 아냐?" 라고 공공연히 말하면 Me, too! 하며 함께 서로 동조해 주는 게 아니라 "쟨 왜 저래? 혼자서, 이상한 놈이네" 이런 뒷담화의 대상이 되고 말 뿐이다. 그게 엘리트 사회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왜 진중권이 저렇게 되었을까? 그가 진보적인 강연과 발언을 할 때는 그의 '상품 가치'를 언론들이 쳐주지 않았다가, 보수쪽의 '편'을 들어주는 발언을 하자 다들 신나게 편들고 나서서 말 한 마디마다 다 북, 장구 쳐주며 띄워줬기 때문이다.
진보적으로 발언하면 돈이 안 됐는데, 안티 진보적으로 발언하니 주목도도 높아지고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돈이 생기기 시작하니 저렇게 된 것이다. 인간은 약한 존재다. 진중권도 만약 자기 원래 양심대로 옳은 소리를 했을 때 진작에 언론들이 맞장구를 쳐줬다면 지금처럼 윤석열이 초딩조차 비웃는, 맞춤법 틀린것까지 발벗고 나서서 변명해 주고 있었을까?
지금은 다들 언급 안 하는 것같지만, 울산 고래 고기 사건을 제보한 사업가가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진짜 나쁜 나라예요. 수사기관하고 붙어서 뒷돈 주고 빽 있는 놈들은 뭘 해도 되고, 그렇게 안 하고 정직하게 장사할라 하면 망해 버리니까요."
대장동 개발 사건에 대해 이미 국힘당조차도 그 몸통이 누군지는 감을 잡고 있을 것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박근혜 정부때 철저히 아웃사이더였던 성남시장 이재명이 당시의 수원지검장, 청와대 민정수석,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런 어마어마한 정재계를 좌지우지해서 돈을 끌어오고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끌고 들어와 그림을 그렸으리라는 건 상식을 한참 벗어난다. 그 속에서도 양심이란 걸 가진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는 뚫고 나오지 못한다. 정치적 이익, 그리고 잇권을 위해서 최소한의 진실조차 땅에 밟고 묻어버리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부인이 남편한테 맞아서 안와 골절 검사 받았다는 악성 루머는 우리 어렸을 적, 흰옷 입은 할머니들은 전부 구미호다, 손톱을 보여주면 잡아 먹힌다 라는 소문이 초딩들한테 파다하게 퍼졌을 때를 기억나게 한다. 진실을 차근차근 따져서 알아내려는 사람들은 드물고, 많은 사람들이 루머를 듣고 자신의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아무리 허무맹랑하다 해도 그저 퍼뜨리기 바쁘다. 그 루머를 부정당하면 마구 화를 낸다.
주먹으로 눈쪽을 맞아서 생기는 안와 골절이 맞다면 이재명 부인은 그 병원에 입원했어야 맞다. 몇 시간 응급실에 있다가 아침에 성형외과에 가서 얼굴 상처만 봉합하였다 하는데 뼈가 부러졌으면 그게 우선이지 누가 피부만 꿰메고 끝난단 말인가.
안와, 광대뼈 등의 그런 골절은 성형외과 소관이기 때문에 내가 수련의 시절 수도 없이 응급실에서 케이스를 검사, 진단하고 입원시키고 치료해 왔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양이 포르쉐를 타고 다녔다는 가짜 뉴스는 파다하게 퍼지고, 곽상도의 아들이 포르쉐를 타고 경찰 조사를 받으러 왔던 팩트는 언론에서 다루지도 않았던 것과 비슷하다.
지금 우리 나라는 인체로 따지자면, 어떤 상처가 나서 피를 흘리는데 그에 대한 자연적인 치유 기전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와 같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톱니바퀴처럼 맞춰 돌아가기는 커녕 그거에서 어떻게 자기들이 해먹을까만 고민한다. 정상적인 힐링 메카니즘은 이미 고장나 있다.
가령 식당 하나를 차려서 장사를 한다 했을 때라도, 포털이나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특혜를 입은 점포에만 주문이 집중되고 땀흘려 노력하여 맛을 낸 식당은 손님이 발길이 끊긴다면, 그런 상황은 모두에게 손해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제대로 맛을 낸 음식을 먹고 싶지, 이윤 추구의 기법, 셈에 밝은 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만을 먹고 싶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일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팩트를 지키려는 언론이 사라졌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국민이 분노할 일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가짜와 왜곡에 의해 늘상 휘둘리고 있다. 팩트를 지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더이상의 가짜와 거짓에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