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 이외에는 철저하게 절약하며 사는 구두쇠였던 그의 생활태도 때문에 영화계에는 아직도 떠돌아다니는 유명한 일화들이 많다.
90kg이 넘는 거구로 유난히 육식을 좋아하는 그가 지방촬영 현장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서울대 후배이기도 한 정일성 촬영감독에게 들킨 사건도 그중 하나다.
이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낀 정 감독이 바로 서울로 올라가 버리자 다음날 그가 남대문 시장에서 산 햄을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옆구리에 끼고는 정 감독의 집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정 기사, 미안해. 난 몸집이 너무 커서 고기를 먹지 않으면 힘이 없어. 다 같이 먹을 돈은 없고…”라는 말에 화를 풀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본 현지 촬영 때는 여관비를 아끼기 위해 주말이면 심야상영관에 들어가서 이틀 밤을 보내고 나온 적도 있다는 등 수없는 구두쇠 일화를 남기고 있다.
이런 웃지 못할 이야기들은 한국 자체가 가난했던 시절, 대부분의 영화를 직접 제작했고, 그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아내가 치과를 경영하면서 벌어 오는 수입으로 충당했던 상황에서 김 감독이 피할 수 없었던 현실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008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되었던 ‘김기영 감독 10주기 전작전’에서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당시 사모님은 김 감독의 영화를 5분 보면 운다고 그랬다. 버린 돈 생각 때문에”라는 말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