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용인-구리 등 5곳에 8만채 신도시
오산-용인 ‘반도체신도시’ 4만7000채
구리 ‘한강뷰’ 1만8500채 신규 공급
정부가 경기 오산·용인·구리시 등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과 서울 인접 지역 6만5000채를 포함해 전국에 8만 채 규모 신도시를 새로 조성한다. 광역교통망이 갖춰졌거나 예정된 교통 요충지에 첨단 산업의 배후 주거지가 될 수 있는 ‘반도체 신도시’를 조성하고, 서울 인접 신도시로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기존 신도시 사업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서울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5일 경기 구리토평2(1만8500채), 오산세교3(3만1000채) , 용인이동(1만6000채), 충북 청주분평2(9000채), 제주화북2(5500채) 등 전국 5개 지역에 8만 채 규모 신규 택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 중 오산세교는 용인, 화성,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에, 용인이동은 용인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인접해 있다. 청주분평 역시 반도체 공장 증설이 예정된 산단 인근이다. 구리토평의 경우 서울 바로 옆 한강변에 조성된다. 제주화북은 제주항,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운 지역에 조성된다.
윤석열 정부의 신규 택지 발표는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한강2(4만6000채), 올해 6월 경기 평택지제역 역세권(3만3000채) 및 경남 진주 문산(6000채)에 이은 세 번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에도 광역교통망이 양호한 지역에 신규 택지를 추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수요를 일부 분산시킬 수는 있지만 서울 민간 공급이 급격히 준 상황에서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한강변, 일자리와 교통 거점에 신도시… “서울은 공급난”
오산-용인-구리 등에 8만채 공급
광역 교통망 갖춘 곳에 신도시 조성… 서울에 집중되는 주택수요 분산
실제 공급까진 최소 10년 걸려
서울 내년 입주 1만채… 역대 최저
정부가 15일 전국 5개 지구에 8만 채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표한 건 최근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커진 주택 공급 부족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신규 택지는 고속철도(KTX)나 수서고속철도(SRT),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망이 들어서고, 인근에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등 향후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곳들이다. 서울에 집중되는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고, 지속적인 공급 신호를 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최근 공급 여건이 악화하며 3기 신도시 등 기존 신도시 공급조차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데다 서울 도심 공급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어 수급 불안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일자리 가깝고 교통망 갖춘 ‘직주근접’ 신도시
신규 택지 중 경기 오산세교3지구(3만1000채)와 용인이동지구(1만6000채)는 모두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에 조성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중 오산세교3은 총 433만 ㎡로 화성∼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부다. 기존 세교 1, 2지구(총 5만 채)와 연계하면 반도체 클러스터의 배후 주거지가 일산신도시(약 6만9000채)보다 더 큰 규모로 조성되는 셈이다.
용인이동(228만 ㎡)의 경우 남쪽에는 올해 3월 발표된 용인 첨단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동쪽에는 용인테크노밸리가 붙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서면 인근 인구가 4만 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보기술(IT) 인재를 위한 직장-주거-여가가 결합된 반도체 배후도시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非)수도권인 청주분평2지구(130만 ㎡) 역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인근 산업단지와 가깝다. 향후 공장 증설에 따른 주거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리토평2(292만 ㎡)의 경우 서울 광진구와 중랑구 바로 옆 한강변 입지로 강 건너로는 강동구를 바라보는 지역이다. 한강변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한강 조망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수변 여가·레저 공간도 조성한다. 제주화북2지구는 92만 ㎡ 규모로 조성되고 삼화지구, 화북공업지역과 연계해 개발한다.
이번 신규 택지는 인근에 광역교통망을 이미 갖추고 있거나, 개발이 예정된 곳이라는 특징도 있다. 오산세교의 경우 1호선 오산역이 택지 인근에 있다. 오산역에는 수원발 KTX가 2025년 개통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GTX C노선 연장을 공약한 바 있다. 구리토평에는 별내선 연장선 장자호수공원역이 내년 개통한다. 용인의 경우 SRT와 GTX A노선이 지나는 동탄역과 연계한 도로를 신설할 예정이다.
● 입주까진 최소 10년…“서울 공급 문제 여전”
정부는 이날 발표된 신규 택지의 사전청약을 2027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에 실제 공급이 이뤄지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수용 등 관련 절차에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 2019년 발표 당시 2025∼2026년 입주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에야 일부 지역에서 착공이 시작됐다. 이후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도 이미 1, 2년 지연된 상태다. 3기 신도시 중 주택 수가 가장 많은 광명 시흥지구는 당초 예상했던 토지보상 일정이 2년 이상 지연돼 2026년에나 보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기 신도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사전 청약 당첨자들의 포기도 늘고 있다”며 “토지 수용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 공급 부족 문제도 여전하다. 부동산R114 데이터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921채다. 이는 연도별 수치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향후 입주 물량을 판가름할 수 있는 인허가 물량도 1∼9월 기준 3만2053채로 전년 동기 대비 48.7%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구리토평 정도가 서울과 인접해 있고 다른 곳은 서울 수요 분산과는 큰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의 공급 부족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오승준 기자, 이축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