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가시고기>

저의 감상평입니다. ^^ -------     ‘가시고기’를 읽고      아마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친구가 추천해주었고 또 책을 빌려주었다.  꼭 그 친구가 추천하지 않았다 해도 그 당시 ‘가시고기’는 화제의 책이었다.  각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었다.  학교에서, 자습시간이나 수업시간에 읽었다.  특히 수업시간에 읽을 때,  나는 너무나도 슬퍼서 눈물을 흘리려 하다가 그 눈물을 참기 위해  천장을 바라본다는 것이 칠판을 바라보았고  얼떨결에 선생님 눈과 마주쳤다.  그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너 왜 하품해?”  나는 결국 선생님께 혼났다.  그러나 차라리 하품으로 오인 받은 것이 났다고 생각했다.  사내새끼가 울면, 아직까지도 이런 편견은 남아있으므로,  그거보다 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수업시간과 자습시간을 이용해 이 한 책을 다 읽었다.  양이 많지도 않았고 또 어려운 부분도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읽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때는 나는 생각했다. 물론 아이는 불쌍했고, 더 불쌍한 것은 아이의 아빠다.  그리고 그(아이의 아빠)의 전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여자다.  나는 ‘가시고기’가 실제 이야기라면 그 여자에게 돌팔매를 할 것이라 다짐했다.  한편 ‘가시고기’가 실제 이야기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여자의 존재를 파헤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언론에서 방영하기도 하였다.  또 이 소설은 드라마로 각색되기도 하였다.    이 시점에서 머나먼 옛날을,  고등학교 때의 추억을 더듬어 보기 위해 나는 ‘가시고기’를 다시 읽었다.  물론 그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느끼지 않을까.  그런 심정에서 이 책을 읽었다.  한편 학창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독서를 많이 해 왔다는 것이 이 ‘가시고기’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가시고기를 다 읽는데 30분 만에 읽은 것이다.  물론 어렵지가 않아서 그렇겠지만, 나는 그때 당시 책을 읽으면,  삼국지 한 권을 읽는데 10시간이 걸렸었다.    그러나 그때만큼 감동은 없었다.  솔직히 뭔가 억지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예전에 나는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권유했다.  이 책 너무 슬프니 한 번 읽어보라고.  그러나 엉뚱하게도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가시고기’가 생각보다 슬프지 않다고 하였다.  그들은 슬픔을 억지로 만들어낸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으므로,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나는 그들이 느꼈던 감정의 일부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적어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만큼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였다.  아들의 친엄마의 설정은 조금 가식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는 측은함, 그리고 힘겨운 싸움을 하는 아들의 심정.  게다가 난치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좀 많은가. 이 상황에서,  돈에 허덕거리고 난치병에 시달리는 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그 슬픔,  그것만큼은 진실이라 믿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도 울지 못했다.  아마 그만큼 사회에 물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감수성이 사라져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감수성이 사라져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고등학교 때, 그 이전의 중학교 때 느꼈던 설렘과 예민함,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두 다 잃어버린 느낌이다.    좀 더 다가가면 작가의 의도를 알 수가 있다.  불치병과 난치병이 없었다면, 정다움(아이의 이름)과 다움이의 아빠, 여진희,  이 세 사람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다움이의 친엄마 또한 그의 방식대로 삶을 가꾸어 나갈 것이다.  난치병과 불치병이 존재하는 이상, 인간은 이 병을 짊어져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이 병들은 악한 자에게만 오는 것도 아니고 선한 자에게만 오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 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 둘에게는 현대 의학으로 치료를 할 방법은 있었다.  백혈병 같은 경우도 전반적인 체계 제도 개선이 된 상태에서는  80% 이상의 치료를 성공해낼 수 있고,  간암의 경우 조기 발견을 했더라면 절반의 삶은 보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이 치료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돈이다.  돈이 없다면, 결국은 허사인 셈이다.    그런 점이서 너무나도 안타깝다.  솔직히 착하게 살아도 일찍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하게 살아도 오래 사는 사람이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서부터 인생의 비극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은 인간 스스로의 본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아직까지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선(善)은 아직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가시고기’는 씁쓸한 책이다.  도식적이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 슬픔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로부터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독자들은 단지 읽는 것 자체가 독자들에게 고통스러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독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읽을 때의 ‘가시고기’가 매우 슬픈 노래였다면  다시 읽을 때의 ‘가시고기’는 삶의 씁쓸함을 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