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 아랫목에서의 시간여행
이뿐만 아니라 네모 난 사방 바닥 가장자리를 삥 돌아 군불을 땠을 때 연기가 잘 빠져나가도록 통로를 미리 만든다. 아궁이에서 군불, 즉 장작을 피웠을 때 나오는 연기가 나가는 길이다. 이는 연료를 태우며 열을 발생시키는 과정 중에 생겨나는 찌꺼기를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도 세밀히게 생각한 선조들의 앞선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요즘으로 애기할 것 같으면 엔트로피의 법착*을 염두에 둔 결과이리라. 종합적으로 구들은 불을 때는 아궁이. 불길을 통과시켜 구들장을 덥히는 고래 그리고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으로 구성된다.
다시 돌아가 이런 고래의 기반 위에 이제 구들이 깔린 방바닥에 작은돌, 큰 돌 할 것 없이 구들장 위에 골고루 올려주고 그 위에는.황토를 올리는 작업을 한다. 구들장 위에 각종 크기의 돌과 황토가 서로 어우러져 나름의 방바닥 모습을 보일 때까지 이 밑 작업은 계속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그 위에 또 다른 좀 더 미세한 황토를 올리고 견고한 미장 작업을 해주는 것이 남았다. 방바닥 한지 작업은 나중 일이라 빼더라도 말이다.
뭐든 온돌 최고의 효과를 보려면 재료가 우선이니 재료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의 물성은 열을 머금으면 그 열을 오래도록 간직한다. 그래서 온돌방이라고 일컬어진다. 이렇게 돌과 황토가 한국형 구들 온돌방의 주 재료다. 돌도 황토도 그 재료의 특성을 잘 알고 구별해 써야 한다. 보통 이 구들은 방에 까는데 이는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울 때부터 이미 염두에 두는 일이다. 구들이 깔릴 바닥은 마사토로 돌처럼 단단히 다져있고 그 위에 벽돌이나 열에 강한 돌 종류로 작은 기둥을 세운다. 바닥인 구들장이 놓일 자리 아래에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이 전체 사각 공간 가장자리에 아까 언급한 연기를 빼는 고래의 길목도 생긴다. 바닥재는 시중에 유통되는 열에 강한 구들장을 주로 쓴다. 간혹 구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자연석 돌을 구해 둔 경우는 자연석을 쓰기도 한다. 요새는 거의 수입된 구들장을 쓰는 형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들을 놓은 온돌방은 군불, 즉 장작을 피워주고 이는 곧 열을 머금는 돌의 성질과 합해져 우리에게 겨울밤의 정경을 선사해 주는 것이다. 돌과 불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말로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돌에는 다양한 광물들이 섞여 그자체가 에너지 덩어리이고 불 또한 그러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에게 구들을 놓은 온돌방은 온몸을 녹여주며 기혈 순환을 도와주고 최적의 몸 상태로 만들어주고는 날 서성이게 한다. 오늘도 가벼워진 몸으로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의 신비를 듬뿍 담은 아랫목에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은 덤이지 않겠는가.
*엔트로피의 법칙:
자연일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바뀌며, 질서화한 것에서 무질서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
박혜린 rtbakelin@naver.com
관조적인 삶의 미학을 알아가는 나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