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되는 듯하던 엔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여러 통화당국의 흐름과 반대로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커져서다.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또 한번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과 서울외국환중개업소에 따르면 2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8엔 하락한 1달러=149.78엔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가 140엔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 10월 21일 149.54엔에서 6주 만이다.
엔화 환율은 상반기에는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지난 4월에 이어 7월에도 깜짝 금리를 인상하면서 분위기가 급전됐다. 160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 환율이 140엔대까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해외로 빠져나간 엔화 투자 자금도 빠르게 회수됐다. 일본 통화당국이 장기간 저금리를 고수해왔기 때문에 그동안은 싼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엔화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해외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실제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역풍으로 지난 8월 5일 한국을 비롯한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엔 상승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도 진정됐다.
최근 심상치 않은 엔화 환율 상승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커지면서 나왔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지난달 도쿄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웃돌았을 뿐 아니라 시장 예상치인 2.1%도 웃돌았다.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자 이달 예정된 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됐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으며 7월에는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한 바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이달 초 32%였던 일본은행의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현재 60%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꾸준히 올라가는 자신감이랄까 정확도가 높아지면 적절한 타이밍에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키우치 타카에이 이그제큐티브·이코노미스트도 마이니치 신문에서 「달러-엔 환율이 1달러=155~160엔의 레인지에 들어가면, 엔 매수·달러 매도의 환개입을 단행하는 것이 예상된다. 그 때에는 정부는 엔저 저지를 향해서 일본은행에 협조를 요구해, 추가 금리인상의 실시를 지지할 가능성이 나온다」라고 예상했다.
만약 이달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되고, 이에 따라 8월처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격히 진행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엔 캐리 트레이드 잔액은 추정 506조 6000억엔이다. 이 중 금리 인상 등으로 청산될 가능성이 높은 자금은 32조 7000억엔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