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한지([楚漢誌) 2-24 (54)
《영웅 호색(英雄好色)》
일찍이 초회왕(楚懷王)이 유방과 항우에게 진나라를 정벌하라는 명을 내릴 때,
"두 장군 중에서 누구든지 함양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을 관중왕(關中王)으로 삼고,
나중에 들어간 사람은 그의 신하로 삼게 하겠소."하는 언약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러므로 항우에 앞서서 함양을 먼저 점령한 유방이 <관중왕>이 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방은 함양에 먼저 입성하자 관중왕의 자격으로 모든 장졸에게 아래와 같은 포고령을 내렸다.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점령국 백성의 재물을 약탈하거나 부녀자를 겁탈하는 자는 용서 없이
엄벌에 처한다."그것은 지극히 시의 적절한 포고령이었다. 이런 소식을 들은 함양의 백성들은
유방의 처사에 감동을 하면서 유방을 자부(慈父)처럼 우러러 모시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군대를 막론하고 전쟁에서 이긴 군대는 패전국의 재물을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것을 당연한 일처럼 생각해 왔기 때문이었다.
유방은 그러한 폐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입성식이 끝남과 동시에 그런 포고령을 내려
백성들의 피해를 사전에 막아 주었던 것이다.그로 인해 함양성 안의 질서는 단시일 내에 확립되었고,
백성들은 오래간만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유방은 함양성 안의 치안을 확립하고 나자, 대장들과 함께 진황제가 거처하던 궁전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유방은 진나라 황제들이 사용하던 궁전을 둘러보다가,
그 규모가 방대하고 장엄한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진나라의 궁전은, 시황제가 지어 놓은
아방궁(阿房宮)을 비롯하여 금은 보화로 장식된 궁전이 무려 36개에 달하였고,
황제가 노닐기 위해 만들어 놓은 유원(遊園)만도 24곳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중의 어느 것 하나도
호화롭고 수려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돌아 보던 유방과 대장들은 정신조차 황홀해 올 지경이었다.
게다가 대궐 안에 있는 창고문들을 열어 보니, 그 많은 창고 안에는 금은 보화가 넘치도록
쌓여 있는 것이었다."전국 각지의 백성들에게서 금은 보화를 저렇게나 많이 수탈해 왔으니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일 수밖에 없지 않았나 ?"
유방의 입에서는 역대 진황제들의 죄악성에 대한 성토가 절로 튀어 나왔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엄청난 보물들이 이제부터는 <관중왕>인 자기에게 귀속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자못 흐뭇하였다.
그러다가 유방은 불현듯 진황제들이 거느리던 <3천궁녀>의 존재가 머리에 떠올라서,
"진황제는 3천궁녀를 거느리고 살았다고 하는데, 그 애들은 어디로 갔기에 한 명도 보이지 않느냐 ?"
하고 궁지기에게 물어 보았다.그러자 궁지기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3천 궁녀들이 거처하는 초방(椒房)은 대궐 후원에 따로 있사옵니다. 3천 궁녀들은 한 명도
도망가지 않았사오니, 초방도 한번 돌아보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3천 궁녀를 구경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로구나. 그러면 나를 그 곳으로 인도하라."
유방은 <3천궁녀>라는 말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유방이 오늘에 이르기 전에 한량 생활을 할 때에 만났던 많은 여인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스쳐갔다.
그녀들에 비하면 궁녀들은 많은 여자들 중에서도 뽑혀 나와, 화려한 옷과 수려한 화장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니, 유방은 한시라도 빨리 3천궁녀들이 거처하는 초방에 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대궐문을 통해 후원으로 나오니, 그곳에는 궁녀들이 거처하는 초방이 수 백채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난실 초방(蘭室椒房)이니 경옥초방(瓊玉椒房)이니 국화초방(菊花椒房)이니 하는
아담한 궁전 앞에는 미모의 궁녀들이 제각기 사오 명씩 늘어서서 유방을 미소로 영접해 주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미소만으로 오늘의 영웅을 영접해 주고 있는 궁녀들 ! 그녀들은 하나같이
20 안쪽의 절세 가인들뿐이었는데, 그녀들의 말없는 미소는 대장부의 간담을 녹여 내릴 것만 같이
고혹적이었다. 이를 본 유방은 너무도 아름답고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걸음 걸음에 정신이
현혹되어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바로 그날 아침에 유방 자신은 예하 장졸들에게 자기 입으로,
"누구를 막론하고 부녀자를 겁탈한 자는 엄벌에 처한다."하는 엄명을 내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삼천궁녀들의 미모에 현혹된 유방은 그같은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니, 3천궁녀들을 차례로, 모조리 즐겨 보고 싶은 욕망이 목구멍으로부터 뜨겁게 올라왔다.
그러면서, <나는 관중왕이 되지 않았는가 ? 그렇다면 내게는 저 애들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당당한 권리가 있지 않은가 !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올랐다.그리하여 궁지기에게,
"나는 오늘부터 아방궁에 거처할 테니, 나의 숙소를 그곳으로 정하라 !"
하고 기가막힌 명령을 내렸다.수행하던 번쾌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즉석에서,
"주공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옵니까 ? 진나라가 망한 것은 화려한 궁전과 아리따운
미희(美姬)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주공께서도 그들의 전철을 밟아 화려한 궁전과
아리따운 궁녀들에게 현혹되신다면, 그간의 진제(秦帝)들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앞으로 펼쳐질 천하를 어찌 취하시려 합니까 ?"동행하던 소하도(簫何)도 옷깃을 바로잡으며,
"번쾌 장군의 간언은 지당한 말씀인 줄로 아뢰옵니다. 주공께서는 이곳에 머물러 계실 것이 아니옵고,
일단 패상(覇上)에 진을 치고,항우의 군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이옵니다."하고 간곡하게 간언하였다.그러나 유방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내 이미 함양을 먼저 점령하였으니, 궁전과 궁녀들은 모두가 내것이 아니오 ?"
하면서 아방궁으로 돌아와 용상(龍床)위에 털썩 걸터앉는 것이었다.
소하와 번쾌는 기가 막혔다. 전쟁을 수행하는 중에는 누구보다도 황음무도(荒淫無道 : 함부로
행하는 음탕한 짓)함을 절제해 온 패공이었건만, 3천궁녀를 보고 나서는
태도가 이렇게도 돌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하와 번쾌는 너무도 걱정한 나머지,
장량에게 사람을 보내 그 사실을 급히 알렸다. 그러자 장량이 급히 달려와 유방에게 신랄하게
따지고 들 듯이 말했다."패공께서는 어인 일로 아방궁에 머물러 계시옵니까 ?
자고로 영화와 미색에 현혹되면 신세를 망치게 되는 법이옵니다. 패공께서 이곳에 오신 것도
진나라의 학정을 제거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패공께서
진제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와 미색에 현혹되신다면, 진나라의 황제들과 무엇이 다르오리까 ?
충언(忠言)이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로운 법이고, 좋은 약은 입에 쓰오나 몸에는
좋은 법이 옵니다.그러므로 패공께서는 모든 부고(府庫 : 관청의 창고)와 궁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소하와 번쾌의 간언대로 군사를 패상으로 이동시켜 항우가 오기를 기다리셔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시면, 항우장군의 미움을 사서 돌이키기 어려운 불행을 맞게 될 것입니다."
장량이 가차없이 충고하니, 유방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항우의 미움을 사면 어떤 불행이 초래될 지 모른다>는 말에 유방은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충격을 느꼈던 것이다.함양을 먼저 점령한 사람은 유방이었다. 따라서 관중왕의 자리는
응당 유방이 차지하여야 옳을 일이다.그러나 자만심이 강하고 성미가 왈패스러운 항우가
과연 관중왕의 자리를 유방에게 곱게 내줄지는 유방 자신으로서도 크게 염려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
유방은 그제서야 자신의 경솔함을 깨닫고,"자방 선생의 말씀을 들어 보니, 과연 내가 잘못했소이다.
그러면 군사를 패상으로 이동시켜 놓고 항우 장군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하겠소이다."
하고 군사들을 그날로 패상으로 이동시켜 놓았다.패상에 진을 치고 나자, 소하가 다시 간하는데,
"백성들이 오랫동안 진나라의 학정에 시달려 왔으니, 주공께서는 노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위안 잔치를 크게 베풀어 주소서. 그리고 주공의 시정 방침인 <약법삼장>도 그 자리에서 널리
선포하시옵소서. 그리하면 백성들의 환심을 사게 되어 앞으로의 통치가 수월하게 될 것이옵니다."
유방은 소하의 충고대로 함양성 안에 60세 이상 노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위안 잔치를
성대하게 베풀어 주었다. 그 자리에서 약법 삼장까지 선포하니 백성들이 크게 감동하며,
"바라옵건대, 패공께서는 부디 이 나라의 임금님이 되어 주시옵소서."
하고 축원을 하며 유방을 에워싼 채 언제까지나 돌아갈 줄을 몰랐다.
2-25편에 계속
초한지(楚漢誌) 2-25 (55)
《범증의 계략》
범증은 항우의 허락을 받고, 많은 첩자를 보내, 함양에서의 유방의 행적을 소상히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유방은 함양을 점령하고 나서, 백성들에게 눈부신 선정을 베풀고 있음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유방이 이처럼 선정을 베풀고 있음은 관중왕이 되려는 준비가 틀림없구나 ! )
이렇게 판단한 범증은 항우에게 달려와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유방이 고향에 있을 때에는 재물을 몹시 탐냈을 뿐만 아니라, 계집이라면 사족을 못쓸 정도로
색을 탐했습니다.그런데 함양을 점령하고 부터는 재물은 물론, 아방궁에 있는 3천궁녀들 조차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유방이 관중왕이 되려는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시켜 오고 있음이 분명하옵니다."항우는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치면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로구먼. 하하하 ....,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관중왕의 자리는 반드시 내가 차지하고야 말겠소."하고 예사롭지 않게 흘려넘기려고 하였다.
범증은 항우가 여유를 부릴수록, 크게 걱정이 앞섰다."이 문제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옵니다."
"가볍게 보아 넘기지 않으면, 유방이 나에게 어쩔거란 말이오 ? 아무튼 유방이 관중왕 자리를
내놓기가 섭섭해 한다면, 어느 변방에 왕 자리를 하나 만들어 보내버리면 될 게 아니오 ?"
항우는 유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범증은 절대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항우의 대꾸가 자신이 여기는 무거움에 비해서 워낙 가벼운 관계로 당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범증은 그날 밤 항우의 숙부인 항백(項伯)을 찾아가 이런 문제를 상의하였다.
"노공께서 반드시 관중왕이 되셔야 하겠는데, 유방이 그 자리를 양보해 줄 것 같지 않으니
이 일을 어찌 했으면 좋겠소이까 ?"항백이 대답한다."내 조카가 관중왕이 된다면 난들 얼마나 좋겠소.
그러나<왕>이란 천운(天運)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면 못 되는 법이오. 내 일찍이 장량선생에게서
천문(天文)을 배운 일이 있으니, 오늘밤 군사와 함께 천문을 한번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날 밤 범증은 항백과 함께 천문을 살펴보았다.
대지가 고고히 잠든 구적(俱寂)한 깊은 밤에 산에 올라 성좌(星座)를 살펴보니, 항우가 진을 치고 있는
동쪽 하늘에는 살기(殺氣)가 감돌고 있었는데, 저 멀리 유방이 진을 치고 있는 서쪽 하늘에서는
제왕성(帝王星)이 찬란히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음 ....., 이럴 수가 .....,)
범증은 내심으로 탄식해 마지않으며,"항백공께서는 천문을 어찌 읽으셨습니까 ?"
하고 항백의 견해를 물어 보았다.항백은 아무런 대꾸도 아니하고 하늘의 별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범증은 그럴수록 불안스러워서,"공께서는 천운을 어떻게 보셨는지, 솔직하게 말씀을 해 주소서."
하고 대답을 재촉하였다.그러자 항백은 가벼운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패공이 진을 치고 있는 서쪽 하늘위에는 제왕성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데, 노공이 진을 치고 있는
동쪽 하늘에는 살기만이 충만하니, 천운은 패공에게로 기울고 있음이 확실한 것 같구려."
천문을 살펴본 두 사람의 견해는 완전히 일치하였다.(천운이 그렇다면 관중왕의 자리는 유방에게
빼앗기고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 )전력을 기울여 항우를 보필해 온 범증으로서는 슬프기 그지없는
노릇이었다.항백은 범증의 그러한 심정을 눈치채고 넌즈시 물어 본다."천수로 보아서는
관중왕의 자리를 유방이 차지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군사는 장차 처신을 어찌 하시려오 ?"
범증이 결의에찬 어조로 대답한다."천수로 보아서는 관중왕의 자리를 유방에게 빼앗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성쇠(盛衰)의 운수란, 반드시 천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옵니다.
일찍이 제(帝)나라의 신포서라는 사람은 <하늘이 정한 운수는 사람을 이긴다
(천정고능승인 : 天定固能勝人)고 하였으나, 또한 노력의 여하에 따라서는 천운을 능히 이길 수도 있다
(인정적능승천 : 人定赤能勝天)라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나는 이미 신명을 다해 항우 장군을 보필하기로 결심한 몸이므로, 천운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나의 생각에는 추호의 변함이 없사옵니다. 그러므로 주공을 관중왕에 추대되도록
전력을 다 할 것이옵니다.다만 공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늘 밤 우리가 천문을 살펴본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하는 것이옵니다."
백발이 성성한 범증의 결심은 이토록 비장하게 확고부동하였다.
항백과 범증은 산에서 내려 오는대로 함께 항우를 찾아가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그때 유방의 부하인 조무상(曺無傷)이라는 사람으로부터 항우에게 한 통의 밀서가 보내져 왔다.
밀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유방은 관중왕이 되려는 마음에서 진황(秦皇)이었던 자영을
재상(宰相)으로 발탁하여, 대각(臺閣)의 모습을 착착 굳혀가고 있사오니 노공께서는
시급히 대책을 강구하시옵소서. 소생은 노공을 진심으로 앙모(仰慕)하는 까닭에
급히 알려 드리는 바이옵니다.>
조무상은 항우와 내통하여 크게 출세를 해 보려고 그런 밀서를 보내 왔던 것이다.
항우는 그 밀서를 받아 보고 크게 노했다."유방이란 놈이 분수도 모르고 이처럼 방자하게 나온다면,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로다."
항우는 노발대발하며 당장 군사를 일으켜 유방을 잡아 죽이겠다고 야단 법석을 해댔다.
그러나 범증이 침착하게 말했다."유방이 재물과 여색을 멀리하는 것을 보면, 그가 관중왕의 자리를
노리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사옵니다.그러니 우리로서는 손을 빨리 써야 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할 일이옵니다."
"유방을 잡아 죽이면 끝날 일인데, 검토고 자시고가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이오 ?"
범증이 다시 아뢴다."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셨다가는 큰일나시옵니다. 병법에 <병력이 10배가 되면
포위하고, 5배가 되면 공격하라>는 말이 있사옵니다. 유방은 10만 군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30만 군사를 가지고 있으니, 병력의 규모만으로 본다면 우리가 우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유방의 휘하에는 번쾌와 주발 같은 용맹 무쌍한 장수가 50여 명이나 있는 데다가, 장량,
소하 같은 탁월한 모사들도 기라성같이 많사옵니다.
그러므로 싸워서 이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그나 그뿐만이 아니라, 유방은 함양에
먼저 입성하여 민심을 두텁게 얻어 놓고 있는 관계로, 그의 세력을 결코 가볍게만 볼 수는 없사옵니다."
"그렇다면 유방을 어떤 방법으로 때려잡자는 말이오 ?""신에게 한 가지 계략이 있사옵니다."
"무슨 계략인지 어서 말씀해 보시오.""내일 밤 삼경에 특공대를 패상에 밀파하여 유방을 사로잡아 오면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사옵니다."항우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감탄하였다.
"과연 묘책이오. 그러면 내일 밤 특공대를 보내 유방을 생포해 오기로 합시다."
범증이 다시 말한다."이왕 특공대를 보낼 바에는 장량도 함께 잡아 오도록 하소서."
"장량은 무엇 때문에 .... ?""장량을 그냥 두었다가는 보복을 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면 장량도 함께 잡아다가 죽여 버립시다그려."
옆에 앉아 있던 항백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범증이 항우를 위해 유방을 죽이거나 말거나,
자기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자기와 막역한 친구인 장량까지 잡아다 죽이자는 말에는
가슴이 철렁했던 것이다.
2-2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