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맥가이버 아우 덕분에...
2023년 5월 26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초이렛날
어제
하루종일 했던
예초기 작업이 많이 힘들었던 같다.
초저녁부터 그만 잠에 빠져들었으나
그래도 일어난 시간은 새벽 4시반이다.
일어나면
먼저 날씨부터 챙겨보는 버릇이라
바깥으로 나가 하늘을 쳐다본 다음에
목공실에 걸린 온도계를 살펴보는 것으로
촌부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영상 11도,
이젠 기온이 더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
아마 새벽에 소나기가 지나간 듯하다.
은방울꽃 잎사귀에 방울방울 맺혀있는
물방울이 하얀 꽃과 함께 참 잘 어울린다.
어제는
지난 늦가을 이후 처음 예초기 2대를
꺼내 무성하게 자란 풀을 깎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말썽을 부리는 것,
당최 시동이 걸리지를 않는 것이었다.
혼자 별의별 짓을 다해봤으나 요지부동,
아내가 아침운동을 하다말고 하는 말,
"기계치 영감탱이가 백날 용을 써봐야
안될 일, 맥가이버 아우에게 다녀오시지?"
라고 하는 그 말이 정답이구나 싶었다.
예초기 2대를
자동차에 싣고 마을 아우네에 내려갔더니
이리저리 살펴보던 맥가이버 아우 하는 말,
"형! 기계를 이렇게 엉망으로 관리를 했으니
시동이 안걸리는 것은 당연하거야! 제대로
관리를 했어야지 이게 뭐여? 잘 좀 하시오!"
할말이 없으니 묵무부답, 그저 서있기만 했다.
나의 산골살이 멘토 아우는
예초기 2대를 차례대로 분해를 하더니
왜 고장이 날 수밖에 없고 시동이 안걸리는지
그 이유와 원인을 아주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아우 말을 잘 듣긴 했는데 기계치 촌부에게는
그렇구나 싶었지 머리에 다 들어오진 않았다.
한 시간 가까이 예초기 2대를 고쳐놓은 아우,
이러니 맥가이버라고 부르지 않을 수가 없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이런 인사를 하긴 했는데...
"아우! 고생했으니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세!"
그랬더니 웃기만 하며 "커피나 한잔하고 가셔!"
라고 하여 정원 구경을 하며 커피를 마셨다.
이렇게 예초기를 수리하여
집에 올라와 예초기를 짊어지고 작업을 시작,
중앙통로부터 풀을 깎았다. 경쾌하게 소리를
내는 예초기 날이 지나가며 무성한 온갖 풀을
베어버리고 깔끔하게 변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뒤를 따르며 깎인 풀을 빗자루로 쓸던 이서방이
"형님 힘드신데 제가 한번 해볼까요?"라고 하여
예초기를 벗어 한번 해보라고 했다.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 예전에는 막내처제와 장서방이
주로 예초기 작업을 했고 촌부와 이서방은 거의
해본 기억이 없다. 그 뒤 막내네가 영주로 내려간
이후 촌부가 예초기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서방은 인천으로 가기전에는 안해본 일이라서
조금 걱정은 했지만 보고 배운 것이 있어 그런지
아주 곧잘 잘하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껏 십수년
예초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위험한 작업이라서 늘
긴장하게 되고 항상 조심을 해야 하는 작업이다.
잠시 외출에서 다녀온 사이에 이서방이 꽤 많이
풀을 깎아놓았다. 한낮의 햇볕에 땀을 뻘뻘 흐린
모습이라 괜한 고생을 시켜나 싶었다. 그렇기는
해도 혼자 단지 전체를 돌며 풀을 깎으려면 꽤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렇게 올해는 이서방이
함께 도와주어 그나마 수월하게, 손쉽게 하루에
단지 전체를 모두 끝냈다. 예초기 작업은 할 때는
힘이 들지만 작업을 마치고 나면 깔끔하게 정리
된 모습이라서 힘듬보다 흐뭇하고 뿌듯함이라서
너무 좋다. 이서방은 물론 아내와 처제도 모두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좋아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보람까지 느끼게 된다. 이제 시작을 했으니
늦가을까지 몇 번을 더 예초기를 짊어져야 하게
될런지 모르겠다. 아마도 서너 번은 더 해야겠지?
어찌되었거나 맥가이버 마을 아우 덕분에 예초기
작업을 하게 되었고 단지를 깔끔하게 정리하게
되어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첫댓글 이웃사촌이라는 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촌부님이 계시는 평창이군요.
언제나 이웃과 행복하게 멋진 동행하시길 바랍니다.
맞습니다.
이웃사촌,
가까이 살며 서로 정을 쌓아가는 고마운 아우입니다. 그래도 人福이 많은 촌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거의 대부분 주민들과 교류와 소통을 하며 친하게 지냅니다. 저희도 도시에서 왔지만 요즘 이주한 분들은 너무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안타깝기도 하죠. 그래도 함께 해보려고 원주민들과 함께 노력합니다. 오늘도 응원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지게
변해가는 촌부님
댁을보면 저절로 기분도 좋아 진답니다
아이구~ 보잘것없는 촌부의 일상이고 산골살이 모습인데 대리만족을 하신다니 이 촌부가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은 불금이라죠? 불금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저 위 쌓인 장작은
볼때마다 예술이네요.
꺼내어 사용하기가
아까울듯 해요.
하나하나 손 길
안닿은 곳이 없고
정성과 땀방울이 엿보이는듯
합니다.
맥가이버 아우님도
감사합니다.
오는 겨울에 쓸 장작입니다.
그동안은 야외 인테리어라고나 할까요? 저희도 보는 것으로 뿌듯함을 느낍니다. 산골살이는 손수 가꾸고 만드는 재미랍니다. 연휴 즐겁게 지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