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어느 더운 여름날 일기…
※ 금년 여름 혹 더운 날이면, 가족과 함께 가 보세요. 오고가는 시간도 그렇지만 경비도 거의 안 듭니다.
덥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연일 계속되는 마른 장마로 비는 오지 않고 잔뜩 구름만 머금은 채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 그렇다. 이제는 짜증스럽기조차 하다. 견디다 못해 아내와 둘이서 맨밥에다 김치반찬을 챙긴 도시락과 후식으로 복숭아와 참외를 각각 한 알씩 넣은 비닐봉지를 들고 범어사 너덜겅(암괴류) 계곡에 올라갔다. 고당봉에 들렀다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잠시 쉬면서 한숨 돌리거나, 주섬주섬 양말 벗고 계곡물에 발 담그기도 하는 곳이다. 공휴일인데도 조용하고 한적하다. 아주 무료한듯 계곡물에 발 담근 채 두어 시간 앉아 있다가 왔다. 물론 아주 시원했다….
참고로, 이 너덜겅(암괴류) 계곡은 국가지정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등재를 기다리는 중이다. 금정산성 북문에서 금강암 아래까지 주욱 이어지는 계곡 바위들이 중생대 백악기 후기의 화강암류가 절리에 의해 분리된 뒤 산사면을 따라 무너져 내려 형성된 것으로, 말하자면 암석의 풍화와 침식 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지질학적인 귀중한 정보가 이 바위들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극빙하 지형이나 고산지형, 빙하기와 그 후기 과정을 거쳐 거대한 바위 표면이 마모되면서 퇴적된 화석화 지형의 전형을 보여주는 데다 원형 보존 상태가 우수해서 자연유산으로서의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하는데…. (바위로서 최초의 천연기념물은 대구시 달성군 소재 비슬산에 있는 것으로 제435호란다.) 도시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이 대단한 것을 내가 깔고 앉아 뭉개고 있었다니… 그저 놀랍다. ㅎㅎ….
▶ 범어사 일주문 왼쪽 금정산성 북문 올라가는 계곡(다 안다)으로 그곳에 있는 안내 간판. 물론 계명암 쪽 계곡이 수량이 풍부하고 그늘이 많아 가족동반 물놀이 하기에는 더 좋다. 대신 사람이 붐비는 데면 그러하듯 좀 시끄럽고 번잡한 데다, 어떤 때는 음식냄새까지 진동해서 좀 거시기하다.
▶ 천연냉장고. 복숭아 한 알과 참외 한 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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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 마음 별과 같이 원문보기 글쓴이: 나는 별아저씨
첫댓글 손선배님 아주 학술적이시군요. 부산사람이면 거의 대부분 범어사 - 북문을 지나 가면서 한번 쯤 보고(쉬어가면서) 했을 것이지만, 그 암괴류가 지형학적(빙하시대하고 관련)으로 아주 중요한 문화재라는 것은 잘 모을 것입니다. 저도 가물 가물 입니다.
ㅎㅎ… 당시 우연히 신문 보고 알았는데요, 그냥 우리동네라서 관심이 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뒤 등재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등재여부보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휴, 이게 제 한계입니다. ㅎㅎ….
호포쪽에서 미륵암 으로 올라가는 도중 길을 좀 벗어난 너덜계곡에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노천탕도 있는데,.
고맙습니다, 선배님. 그런 곳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필히 답사(?)를 가 보겠습니다.
요즈음 같이 햇볕을 피하고 싶을 때, 범어사 순환도로 중간지점에 오른쪽으로 원효사가는 비포장도로가 나오며, 그 비포장도로에서 5m쯤 간 다음 좌회전하여 오르막길을 10m쯤 치고가면 그 이후부터 사송리까지 완벽한 평지 길에 온전한 그늘길 10리가 나옵니다. 힘드는 일을 싫어하는 안사람 그리고 아해들과 산보하기 참 좋습니다. 주말에 특별한 일 없으면 도시락 싸들고 그기로 가는 두 탱이와 망구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카메라 들고 가 보겠습니다. 그런 길이라면 저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탱이와 망구라니… 너무 우섭습니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