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물가, 6년만에 美 추월… “연말까지 고물가” 우려
전기료-사과-휘발유 값 줄인상
정부, 관리 나섰지만 효과 불투명
내년 전망치도 0.1%P 추가 상향
일각 “한은, 선제 금리인상 했어야”
전기요금, 휘발유, 농산물 위주로 물가가 뛰면서 연말까지 3%대 후반의 고물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6년여 만에 미국을 앞질렀지만 정부의 물가관리 대책은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월 물가가 3%대 중·후반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이 물가 전망치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11월에는 3.5∼3.6% 안팎의 물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6%로 0.1%포인트 올려 잡았다. 내년 전망치도 2.5%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해외 주요 기관들도 비슷한 시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주요 투자은행(IB)은 한국의 내년 물가 상승률을 기존 2.2%에서 2.4%로 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7월(2.3%)에 2%대로 내렸던 물가 상승률은 8월 3.4%, 9월 3.7%, 10월 3.8%로 3개월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전기요금, 사과, 휘발유가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보다 72.4% 가격이 급등한 사과는 전체 물가 상승분(3.8%) 중 0.16%포인트를 차지해 두 번째로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기여도는 개별 품목의 가격 변동이 전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 정도를 나타낸 값이다. 지난달 전기요금의 기여도는 0.25%포인트, 휘발유는 0.16%포인트로 458개 조사 품목 중 1, 3위에 올랐다.
이처럼 국내 물가 상승률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에 미국은 물가가 안정화되는 추세다. 미국 노동부는 14일(현지 시간)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3.2% 상승했다고 밝혔다. 9월 상승률(3.7%)은 물론이고 한국 물가 상승률(3.8%)보다 낮은 물가 흐름을 보인 것이다. 한미 물가 상승률이 역전된 것은 2017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물가 체감도가 높은 28개 품목 가격을 매일 점검하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품목별 물가 관리는 당장 기업에 주의를 주는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물가 안정 효과는 단기적일 것”이라며 “정부의 관리 감독이 느슨해졌을 때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한은이 고물가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적극적인 통화 정책으로 물가 안정에 나선 반면 한은은 6연속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며 “큰 폭은 아니더라도 소폭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침체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까지 감안하면 한은이 긴축 카드를 쓰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정책 목표가 금융시장과 부동산 경기 안정화에 맞춰져 있다 보니 물가 안정이 더딘 측면이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 등의 변수가 없다면 내년 2분기(4∼6월)쯤에는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조응형 기자, 소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