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부끄럽지 않도록 멋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몸을 아끼지 않고 뛰겠습니다.
쾌차하셔서 저 다시 보러 와주세요.
매일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동국"
싸인과 함께 정성스레 쓰인, 강하디 강한 그 남자의 연약한 눈물로 번진 편지.
3년 전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편지를 받고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4년간의 눈물겨운 투병생활 끝에 하늘로 가셨죠.
눈을 감으시고, 관에 들어가시던 순간까지도 그 편지를 손에 꼭 쥐신 채로, 쓸쓸하지만 행복하게...
할아버지는 이동국 선수를 정말 좋아하셨죠.
할아버지는 무뚝뚝하셨지만, 이동국 얘기만 나오면 호탕하게 웃으시며 그를 직접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매일 말하셨어요.
하루는 의사에게 한 번쯤 할아버지를 모시고 축구를 보러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었습니다.
결국 간신히 마련한 입장료로 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올림픽 예선을 보러 가게 되었죠.
몰디브와의 경기였는데, 그리 좋은 결과가 아니어서 관중들이 중간에 빠져나가기도 하고, 욕도 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목청 높여 응원을 하셨지만요.
저희는 경기가 끝나고 이동국 선수를 찾았지만, 번번이 막히고, 헤맸습니다.
어떤 보안관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부탁했을 때에서야 선수대기실로 갈 수 있었죠.
불편하신 다리를 이끌고 대기실 앞으로 달려가는 할아버지를 보며 저는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해 눈물을 흘렸죠.
하지만, 보안관들이 달라붙어 저희 할아버지를 떼어내려 했고, 저희 할아버지는 그만 내동댕이쳐지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제가 달려가 일으키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 저희 할아버지에게 손을 내밀며 보안관들을 꾸짖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그는 다름아닌 이동국 선수였습니다.
저는 투병중인 할아버지의 사정을 이동국 선수에게 이야기했고, 내성적인 성격의 할아버지는 애써 수줍은 웃음을 감추셨죠.
사정을 들은 이동국 선수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지를 말없이 안아드리고, 싸인과 함께 편지를 써주셨죠.
고맙기는 했지만, 매일 기도하겠다는 말은 빈 말처럼 보였죠.
하지만 바쁜 와중에 가끔이라도 연락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었죠.
몇 년이 지나고, 이동국이 월드컵에 입맞추는 장면은 보고 죽어야지 라는 말을 하시던, 또 그의 부상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시던 할아버지는 결국 월드컵을 몇 달 앞두고 돌아가셨습니다.
이동국 선수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아서 음성메모로 할아버지의 장례식 소식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끝내 연락이 없더군요.
그리고 장례식 날.
저는 식 관계로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아야만 했습니다..
나의 할아버지.
나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무뚝뚝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할아버지.
삼촌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도 삼촌 걱정에 시름시름 앓으며 조금씩 죽어가신 할아버지.
저의 성공을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시며 죽어가시던 할아버지.
하지만 이제는 이 못난 손자의 손을 잡고 차가운 시신으로 남은 할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참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그 때 "네가 새벽마다 위해서 기도해왔던 할아버지가 이 할아버지야??"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응"이라는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 지 알아차리고선, 저는 참아왔던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감동 이상이었습니다.
매일 기도해준다던 말을 정말로 지켜왔다니...
빈 말이 아니었다니...
저를 위로해주는 이동국선수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있었습니다.
그라운드에서는 날카롭지만, 뒤에서는 사무치게 인간적인 이동국 선수의 모습은 제가 봐왔던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축구를 잘 몰라 이동국 선수를 욕하는 사람들이 이동국선수가 어떻게 못해서 욕하는 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동국 선수는 호나우도 선수보다 뛰어난 선수이고, 나아가 가장 멋진 인간입니다.
이동국 선수.
저희 할아버지도 하늘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시고 계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의 선전을 기원하겠습니다.
(출처 : '죽을 만큼 고마운 이동국 선수...' - Pann.com)
첫댓글 동국이형......
우와...퍼가겟습니다..
당당한 코리안프리미어 리거가 될것입니다.... 이동국...
이거 낚시라고 톡톡에서 난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