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킬러문항 없앴지만… 국수영 모두 까다로웠다
[2024학년도 수능]
국어, 작년 수능보다 어려워
수학, 어려웠던 작년과 비슷
영어, 1등급 비율 줄어들 듯
킬러문항 배제에도 변별력 확보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16일 오후 중구 서울여자외고에서 수능을 마치고 나오는 딸을 어머니가 반기고 있다. 송은석 기자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16일 오후 중구 서울여자외고에서 수능을 마치고 나온 딸이 어머니가 만들어 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송은석 기자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영역 모두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도 변별력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어 영역은 쉽게 출제됐던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어려웠고, 수학 영역은 다소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다. 영어 영역도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웠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학 영역이 입시 당락을 가르는 변수였다면 올해는 국영수 영역 모두 중요해졌다.
이번 수능은 윤석열 대통령이 6월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이후 첫 대입 시험이다.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역할을 했던 킬러 문항이 빠지면 ‘물수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9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수학 영역 만점자가 최소 2520명 나오자 최상위권 변별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시작에 앞서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2023.11.16.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이날 공개된 수능 문항을 살펴본 교사, 사교육 업체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그동안 나왔던 지적을 반영하려고 노력한 티가 난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난해 수능은 국어 영역이 쉬워 수학과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11점으로 벌어졌는데, 올해는 이를 고려해 국어 영역을 어렵게 냈다는 분석이다.
수학 영역은 난도를 급격히 올리기보다는 공통과목 주관식 22번을 까다롭게 출제하는 방법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 9월 모의평가에서 만점자가 많았어도 1등급 구분점수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기 때문에 수학 난도를 더 높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객관식 문항의 난도를 높이면 전체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올라간다”며 “최상위권 변별력을 가리고 만점자를 줄이기 위해 주관식을 하나 어렵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EBS 현장 교사단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사교육 카르텔’ 의혹으로 세무조사까지 받았던 사교육 업체들은 “이번 시험에 킬러 문항, 준(準)킬러 문항이 있어도 감히 누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번 수능은 킬러 문항이 빠져 쉬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수험생들의 기대와는 배치됐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워 1등급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와 수학도 어려웠는데 절대평가인 영어까지 어려워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능은 N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을 합친 ‘졸업생 등’의 비율이 35.3%로,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세 번째로 높다.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의대 등 최상위권 대학에 도전하는 N수생이 늘어난 것. 수능 문제 및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은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16∼20일에 할 수 있다. 성적 통지는 다음 달 8일이다.
최예나 기자, 세종=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