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GET2가 독일에 가장 큰 부담
그러나 독일의 직접 노출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은 Bundesbank가 TARGET2(Trans-European Automated Real-time Gross Settlement Express Transfer System: 전유럽실시간자동고속종합결재체제)에 따라 유로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에게 7,000억 유로를 대출해주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 국가들 상호간 국경을 넘는 자금거래를 결재하기
...위해 설계된 RARGET2에 따라 무역흑자국인 독일 중앙은행은 무역적자국 중앙은행들에게 자동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2008년 이전에는 은행들이나 투자자들이 자금을 지원했었다.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주변국들이 자금시장에 접근하지 않고도 무역적자나 자본이탈에 따른 자금수요를 충당할 수 있게 하기위해 TARGET2가 사용되고 있다.
독일은 지금 TARGET2에서 최대 채권국이다. 네덜란드, 핀란드와 룩셈부르크 역시 채권국들이며, 나머지 유로존 국가들 모두가 채무국으로 남아 있다.
독일은 지금 함정에 빠져있다. 재정위기 해결책과 무관하게 독일은 지금까지 노출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릴 것이다. 한 때 엘비스 프레슬리가 ‘의심스러운 마음’이란 곡에서 노래한 것처럼: “우리는 함정에 빠졌어! 나는 너 유럽연합을 너무 사랑해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
유럽통합 지지자들은 통화 통합과 재정통합을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유로존의 경상수지가 거의 균형상태이고, 무역수지는 살짝 흑자 상태이며, 전체적인 재정적자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고 또 종합적인 공공부채 수준도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통합을 이루려면 유로존 회원국 전체나 다수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보증하는 유로존 공동채권을 발행하여 부채를 공동관리할 필요가 있다. 2012년 5월 말, 프랑스 대통령 프란코 올랑드가 유로존 공동채권을 지지하면서 이상한 주장을 했다: “동일 통화연합 안에서 어떤 회원국은 6% 이자로, 또 다른 회원국들은 0% 이자로 돈을 빌린다는 것을 용납할 수 있습니까?” 올랑드의 말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지도자들에게는 음악처럼 들리겠지만, 독일은 보나마나 유럽 국채 공동관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유로존에서 최대 경제 대국이며 신용등급이 가장 좋은 독일이 최대의 금융부담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공동채권이 발행된다면 독일의 유로존 노출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펀드 매니저인 John Hussman이 유로존 공동채권 발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했다: “파산상태인 9명이 워런 버핏에게 다가가서 함께 ‘워런버핏채권’을 발행하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90%가 그 생각에 찬성할 것이고, 워런 버핏은 워런버핏채권 발행에 반대한다고 비난받게 될 것이다.”
독일의 TARGET2 노출 역시 유로존 나머지 나라들의 무역적자를 매우기 위해 매년 800-1,600억 유로씩 계속 증가할 것이다. 여기에다 유로존 재정위기국들의 재정적자와 취약한 은행부문에 필요한 자금까지 지원하게 되면 독일의 노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독일의 TARGET2 노출은 지난 8개월 동안에만 약 2370억 유로 약 34% 증가했다.
유럽 통합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 독일은 유로존의 궁극적인 보증국이 되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 Bundesbank 총재 Jens Weidmann이 유로존 공동채권에 대한 독일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여러분들의 신용카드를 지출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는 또 ECB의 일부 적극개입론자들에 대한 우려를 다음과 같이 표명했다: “유럽중앙은행은 권한의 한계를 이미 넘었다. 특히 비정통적 수단을 사용하는 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Weidmann은 Le Monde 기자에게 꼭 찍어서 말했다: “끝으로, 이것들은 납세자들, 주로 프랑스와 독일 납세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유럽은 지금처럼 긴축과 ECB의 통화 완화라는 부분적 해결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당분간은 금융시장에 접근하기 곤란할 것이다. 주변국 부채는 구제금융과 TARGET2 시스템을 경유하여 공적기관들로 이전될 것이다. 이 경우 독일의 금융 지급의무가 증가하게 된다.
예금자 보호제도도 독일 부담으로
주변국들에서 국내 은행 예금인출이 지속됨에 따라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예금보호제도나 은행 기금 증액이 필요할 것이다.
유로존 전체 예금 총액은 가계들의 예금 5.9조 유로를 포함하여 약 7.6조 유로이다. 자금도피가 발생하고 있는 유로존 주변국들 가계 예금 총액은 1.8조 유로이다. 2012년 1월에서 3월까지 3개월 동안 스페인 은행에서 970억 유로의 예금이 인출되었다.
주변국 은행 예금의 72%를 아우를 수 있게 최대 10만 유로까지 원금을 보장하는 믿을 만한 예금보험계획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1.3조 유로의 예금이 원금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2012년 6월 초 스페인 정부는 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유로존에 1,000억 유로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Bankia 은행 단 하나를 구제하는데 유럽연합은 190억 유로를 투입해야 한다. 지금 현재가지 스페인 정부는 Bankia 구제를 포함하여 스페인 은행들에 총 330억 유로(GDP의 3%)를 투입했다. 스페인 경제부 장관이 문제있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1840억 유로를 대출했다고 보도된 것을 비추어 보면, 스페인 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금은 자그마치 2,000-3,000억 유로(GDP의 20-3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형태의 예금보호제도나 은행 기금 확충이라도 독일의 지급의무를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
만약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부분적 해결책들이 실패할 경우, 일부 국가들은 채무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고, 또 단일통화에서 이탈해야할 위험이 잠재해 있다. 그 경우 독일은 직접적으로 손실을 입게 된다. 그리스가 파산하면 독일은 약 900억 유로 정도 손실을 본다. 더 많은 나라들이 파산하거나 유로를 이탈할 경우 독일의 잠재적 손실은 급증하게 된다. 이들 나라들의 파산이나 유로존 이탈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들 나라들에 대한 독일의 노출이 증하가면서 독일의 피해가 증가하게 된다.
죽었던 라자로가 되살아나는 것 같이 주변국 경제가 기적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들 나라들에 대한 독일의 노출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거나 유로존 통합이 강화되어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지원이 확대되고 주변국들 부채가 증가할 경우 독일의 저축이 그리로 흘러들게 되고 독일 경제도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만약 독일이 마르크를 부활시키며 유로존을 이탈하고자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현재 독일의 노출분(독일 입장에서는 채권이고 다른 유로존 국가들 입장에서는 채무)에 대하여 상환할 가능성이 희박하여 독일의 손실은 여전할 것이다.
실물 경제가 악화되면
실물 경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긴축이나 국가 부도는 많은 유럽 국가들을 장기간 침체에 빠뜨릴 것이다. 유럽지역 수출 물량이 독일 전체 수출의 약 60%를 점하고 있고, 유로존 수출이 약 40%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존의 경기침체는 독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로가 분열되면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1%에서 -1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8년 수출이 급감하면서 독일 경제는... 2차세계대전 이후 최악인 -5% 성장률을 기록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가 부도나 부분적인 유로 분열은 독일 은행들에게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할 만큼 심각한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독일의 지급의무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통합이 강화되거나 지금같이 부분적 해결책으로 버티어 낼 수 있다면, 유로가 약세를 유지할 것이므로 독일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서 독일은 경제적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부도나 유로가 분열될 경우 유로가 최소한 단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이고, 그 결과 독일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다.
나머지 유럽 국가들을 지원하는 것이 독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길이라는 압력을 독일이 받고 있다. 독일은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국가부채를 늘려야 한다는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 임금을 인상하면 생산원가가 상승할 것이고 독일의 국제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다. 소비를 증가시키면 저축이 줄어들어 독일 경제와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게 자본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까지 독일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적자재정을 편성하거나 국내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절약, 신중함, 강한 통화와 금융에 대한 불신 같은 것들이 독일의 국가 유전자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신흥국 경제들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독일의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독일의 경제성장은 아시아, 동유럽과 브라질에 의존하였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은 독일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차를 판매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고급기술 산업기계 수요가 독일 수출에 많은 도움이 되어 왔다.
독일의 협상력이 약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 국채 중 4,000억 유로는 민간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고, 더 많은 국채를 IMF나 ECB 같은 공적 기관들이 구제금융 과정에 보유하게 되었다. 만약 일부 그리스 정당들이 위협하는 것처럼 그리스가 유로존을 스스로 탈퇴한다면 독일과 같은 채권보유자들이 입을 손실은 재앙적 수준이 될 것이다.
1999년 금융부 장관 Theo Waigel이 유로는 독일 마르크를 대체하는 것과 같다고 선언한 바 있다. Waigel은 언론인 Dirk Heilmann과 공동집필한 책 『풍족한 미래: 왜 독일의 미래가 휘황찬란한가』에서 독일은 2030년경 1인당 국민소득에서 세계 최고 부자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전직 ECB 이탈리아 집행이사 Lorenzo Bini Smaghi가 “가정해 본다면 …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듯이, 지금 유로존 모든 계획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독일 유권자들도 반발할 것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서 반긴축 정당들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은 구제금융지원을 확대하는 것에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독일인들은 유로존과 공통통화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자금지원을 계속해야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의 인기 있는 타블로이드판 신문 Bild지 머릿기사 “파산한 그리스인들이여! 섬들을 팔고 아크로폴리스 광장도 팔아라!”에 이러한 독일인들의 분노가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이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늦은 듯하다.
재정적 통화적 보수주의로부터 변화 요구에 필적하여 단일 통화 이점과 유로존 유지의 장점을 부각시키려는 독일의 시도는 실패했다. 그 결과 독일은 엄청난 금융 부담을 떠안고 미래 경제 성장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었다. 약 2.5조 유로인 독일 GDP로 보나 약 4.7조 유로인 독일 가계 자산 규모로 보나 독일의 유로존 노출 규모가 너무 큰 편이다.
독일 국민들은 유로를 채택하므로써 두 번의 비용을 지불하게 생겼다. 2000년대 초, 독일 국민들은 내부적으로 평가절하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임금이 삭감되고, 실업과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이제 또 다시 구제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 인위적 호황이 끝나면서, 독일 유권자들이 유럽통합파 정치 엘리트들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머지 유럽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유권자 혁명이 시작될 것이고, 급진적 정치세력들의 도전이 시작되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독일 역사는 기념비적 역전과 극단의 역사였다. 어떤 북독일의 잘나가던 가문이 기울어지던 때인 1901년 상황을 Thomas Mann은 소설 『Buddenbrooks』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행복과 성과에 대한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징후나 사례가 나타날 때쯤이면 벌써 모든 것들이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안다. 외부로 신호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마치 별빛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별이 사라지기 직전이거나 아니면 이미 사라진 직후인 것처럼.”
프리드리히 니체는 “희망이 가장 사악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괴로움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면 독일은 유럽 재정위기에서 안전지대가 못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