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해상케이블카
강 문 석
송림공원 터미널을 출발한 케이블카가 에메랄드빛 바다 상공으로 나서자 구름산책로 위를 거니는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름바다를 즐기러 송도를 찾은 이들이 거북섬 좌우로 바다 위를 길게 뻗은 스카이워크를 밟고 있었던 것이다. 금년 여름 이곳을 찾은 탐방객이 부쩍 늘어난 데는 그동안 절반만 개통했던 구름산책로가 완성된 데다 두 달 전 개통한 해상케이블카도 일조를 했을 터이다. 케이블카에 오르기 전 먼저 들렀던 거북섬엔 인어공주와 효성이 지극한 청년어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전설 때문인지 인어공주상이 탐방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다.
불과 칠팔 분 동안의 짧은 비행이지만 케이블카는 아름다운 남항바다와 그림 같은 항구도시의 풍광까지 조망할 수 있어 아늑한 행복감마저 안겨주었다.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인간들의 욕망이야 오래 전 실현되었지만 이렇게 가깝게 절경을 감상하면서 공중을 관통한다는 사실이 꿈속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케이블카가 제철을 맞아 원색의 비키니들이 난무하는 해수욕장을 지나자 짙푸른 송림 아래로 해안산책로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산책로 맞은편으로 봉래산을 거느린 영도 섬이 바다에 길게 몸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파도가 멈춘 바다는 거울처럼 반짝이면서 마치 얼어붙은 거대한 호수를 연상케 한다. 또한 남항부두와 용두산공원 그리고 멀리 황령산과 해운대 마린시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평소 속도감에 무딘 사람이 초당 5미터로 달리는 케이블카가 너무 빠르게 느껴진 것은 웬일일까. 바다 위 공중에 1초라도 더 머물면서 풍광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던 것이다. 고공을 비행하는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나 흔들리듯 갑자기 케이블카가 서너 차례나 요동을 쳤다. 해면에서 가장 높다는 86미터 상공을 지날 때 탑승자가 느낄 수 없는 강풍이 선로를 관통하고 지나간 때문이다.
내가 카메라를 차창에 고정하여 숨죽인 것과는 달리 구순이 턱밑이라는 세 노파는 소녀들처럼 들떠 소란하더니 갑자기 입들을 다물었다. 케이블카가 흔들릴 때 심한 멀미가 나더라고 했다. 53년 전,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곳 송도에 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섰다. 그 바람에 그 앞서 국내 최초로 개장했던 공설해수욕장이 명성에 걸맞은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게 되었고 더불어 신혼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송림공원에서 거북섬으로 연결된 출렁다리로 오갔고 거북섬에선 새하얀 빌딩 시하우스sea house가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당시의 케이블카는 세월이 지나면서 노후를 면할 수 없었고 마침내 태풍까지 직격탄으로 맞아 1988년 철거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29년, 새로 부활한 케이블카는 방향과 경과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의 케이블카가 천마산 자락에서 거북섬까지 남북방향을 경사지게 오가면서 바다를 아주 짧게 걸쳤다면 지금은 송림공원에서 암남공원까지 동서방향을 평탄하게 왕래하며 전체 구간이 해상을 지난다. 암남공원 끄트머리 해발 75미터 정류장은 전망대와 레스토랑 카페까지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특히 전망대는 탁 트인 조망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맑은 날이면 대마도까지도 보인다고 했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 너른 바닥엔 각종 조형물이 들어서서 탐방객을 맞았다. 조형물엔 여행을 기념하고자 인증샷에 매달리는 탐방객들이 많았다. 이젤 앞에 앉아 붓을 잡은 원로화가 형상과 몸매의 곡선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도록 만든 젊은 여인상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몰렸다. 정원엔 몸통길이가 22미터나 되는 거대한 백룡 조형물에다 소원을 적은 쪽지를 붙이도록 했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없어서 쪽지가 소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붙어있기는 어려워 보였다. 7백억을 들여 최첨단 기술로 제작했다는 송도케이블카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용요금을 대하자 걱정부터 앞섰다. 운행거리는 1620미터로 1975미터인 통영 미륵섬 케이블카의 8할 수준밖에 안 되는데 성인왕복 요금은 2만원으로 1만천원인 통영의 2배 가까이나 되었다. 비싼 요금 때문인지 오가는 39대 캐빈cabin은 빈차가 자주 눈에 띄었고 거북섬에 보이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암남공원 터미널 전망대에는 전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또한 송도케이블카는 터미널건물 간판을 비롯하여 안내용 인쇄물에 의당 우리말로 써야할 용어들을 외래어로 도배해놓고 있어서 놀랐다. 에어크루즈 베이스테이션 스카이워크 베이테라스 베이하버 스카이하버 모멘트캡슐 오션테라스까지 끝이 없었다.
일제의 말살정책으로 탄압받았던 우리말의 역사를 모르지 않는다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송도를 찾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잊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처음 케이블카 운행을 시작한 1964년 여름, 대전에서 부산으로 전근되어 와서 만난 KBS 출입기자다. 당시 20대 후반의 기자는 열정적으로 현장을 뛰고 있었다. 그때 케이블카 개통기념으로 백사장에서 벌어지는 시민노래자랑을 KBS 라디오는 <비치아워beach hour>란 이름으로 생중계하고자 했었다. 현장에 전기가 필요했지만 백사장엔 전주를 세울 수도 없었고 특히 물가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로 인해 부산에 발 디디면서 바로 송도를 접할 수 있었고 비록 모래사장이지만 관에서 벌이는 축하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전기를 공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땐 방송이나 신문에 종사하는 이들이 꽤나 목에 힘을 주던 시절이었는데도 기자는 나에게 친화력을 보이면서 서로 가까워졌다. 뒤에 부산MBC 사장을 거쳐 정부공기업인 한국냉장까지도 맡았던 그를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것은 그가 이미 이 세상을 떠난 때문이다. 갈 때가 되어 그를 만나는 날엔 송도해상케이블카 소식을 전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아야 하리라.
첫댓글 회장님
송도풍경 너무 멋집니다!!
잘 계시는지 가을 안부 여쭙습니다
저도 염려덕분으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올가을도 행복한 활동 기대하오며
늘 건강하시길 기원드릴께요!!
너무 존경하는 회장님!! 파이팅!!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여유롭고 행복한 가을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