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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2. 오늘 보러간다. 정말 미꾸라지 같은 영화다.
여행 다니면서 영화를 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기어이 코펜하겐부터 그 생각은 이뤄질 수 있었다.
코펜하겐에서의 마지막 날, 원형탑의 잘생긴 안경낀 총각에게 영화관에 대해 물어봤다.
"여기 theather 좀 있어?"
"응? 여기쯤 있을 걸."
"여기 지도."
"아니아니 그런 거 말고 영화 말야."
"아 그런 거라면 이 근처에 가봐. 멀티플렉스가 있어."
"대략 영화 언제쯤 해?"
"대략 9시쯤들 할 걸?"
"아 아주아주 고마워~"
코펜하겐 남자들 정말 몸 좋고 잘 생겼고 깔끔하다. 금발이 50% 이상이었고 거의 백발에 가까운 금발이 아주 많았다. 다리 정말 길고 이 땐 바지를 최대한 내려입는 것이 유행이었다. 기본적으로 어깨는 떡 잘 벌어졌는데 몸은 좁고 근육질인데다가 날씬하고 다리가 디올옴므 입는 남자모델들처럼 아주 잘 말랐다. 안경 쓴 사람들은 코펜하겐에서 이 사람 딱 한 명 보았을 정도로 거의 없었다. 머리를 길게 기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보통 짧게 쳐서 스포츠 머리를 하고 다녔다. 어쨌든 이 사람도 참 귀엽고 지적이었다지... 안경을 쓴 것이 참 잘 어울렸달까..
어쨌든 이 분 덕에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 이 분에게 정보를 얻고 우린 두 시간 동안 에로티카 박물관에 갔다. 덴마크는 유럽 국가 중에 처음으로 성인물을 해금한 곳이란다. 이 곳 에로티카 박물관은 정말 가볼만한 곳이었다. 이 곳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쉽게 쉽게 멀티플렉스란 곳을 찾았다. 연극극장, 서커스 하는 곳이랑 함께 있었다. 꽤나 커서 우리나라랑 비슷했고 많은 헐리웃 영화가 있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곳이 그 후 다닌 영화관들 중 가장 규모가 컸다. 가격은 살인적인 북유럽 물가에 꽤나 합리적이었다고 기억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더빙을 안 했다는 점이고 영화관 환경도 꽤나 괜찮았다. 그리고 상영중인 영화들도 나온지 얼마 안 된 것들이고 한국에서 하는 것이랑 비슷했다. 그 후 슬쩍 눈치를 살폈던 다른 영화관들에 비해 할리웃 영화도 많이 있었다.
(상가 안에서 발견한 소규모 영화관도 있었다. 영화 2개를 상영하고 저녁에 한 번씩 정도 상영하는 곳.)
이번에 여행 다녀와서 한국의 할리웃영화 개봉날짜가 동유럽, 북유럽, 독일에 비해 얼마나 이른지 알게 되었다. 7월2일인가 개봉했던 '캐리비안의 해적2'가 아주 절실한 예였다. 그것 좀 보자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미꾸라지처럼 이 놈이 계속 빠져나가는 거다. 우리가 다녔던 모든 나라에서 '캐리비안의 해적2'는 가장 선전을 많이 하고 개봉박두에 있는 헐리웃 영화였다. 어딜가나 선전이 있었다. (모든 곳에!)
그.러.나.
개봉이 늦다. 그나마 북유럽이 제일 빨랐다.
아마도 7월 12일이었을 거다.
그 날짜가 코펜하겐에서 확인한 날짜고 우린 탈린이나 러시아에 가면 볼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가졌다.
7월 10일쯤 러시아 도착. 여기서도 광고를 보아 유럽 여행중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날짜 착오로 탈린에서 7월 12일 개봉하는 날 우린 드브로닉으로 떠났다.
(탈린에서 죽어라도 공항 갈 버스를 찾다가 발견한 사인. 이제껏 못 찍은 것이 약간 후회가 되어 찍어보았다. 어쨌거나 그림의 떡..공항버스도..그림의 떡..)
당연한 건지 모르겠는데 크로아티아에서는 '캐리비안의 해적2'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여기서부터 음울한 도시 자그랩 곳곳이나 관광지 드브로닉에서 '게이샤의 추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도 부다페스트를 가면 볼 수 있겠지. 사실 꼭 볼 마음은 없었지만 왠지 보면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부다페스트에서 친구는 공연을 보자고 했는데 젠장 여름이라 오페라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이
때 부다페스트가 믿거나 말거나 37도였다. 드브로닉도 33도밖에 안 되는데!
이 끊는 더위 속에서 우린 여유를 갖고 점심 먹고 1,2시쯤부터 표 파는 곳을 찾았다. 그러다가 요제프 황제의 왕비,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에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여인 '시시'가 즐겨 찾았다는 오페라까지 기어왔다. 그 주변에 표 파는 KASSA가 있었는데 오페라 표는 안 판대.... 그리고 오페라극장에서도 지금은 오페라가 없대...도대체 저건 뭔데? 어째서 리골레토가 한다고 길거리 포스터에 적혀있는거냐. 그러다가 결국 뻗어서 세 시에 오페라극장 투어에 참가하고 관광책자에 '몰래 다녔다고' 나와있는 것과 달리 '얼짱은 자기가 얼짱인 걸 안다'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공연내내 볼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박스에 앉아 조명까지 켜댔던 시시의 얼짱포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표는 개뿔이 표.. 차라리 헝가리 영화라도 건질만한 것이 있을까해서 영화시간을 뒤지는데 또 눈에 들어오는 '캐리비안의 해적2'
날짜가 또 이상하다. 시간도 영 이상하다..
바로 헝가리에서의 마지막 밤(니콜라스랑 같이 잔 밤) 자정 00:01 -_-..
느네 장난하니? 헝가리에서는 영화관을 Mozzi라고 하는데 조그만 규모에 각자 상영하는 것이 다 다르다. 우리집 앞에서 모찌 하나가 있었는데 그냥 길거리에 떠억하니 있다. 자국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있고 애들이 잘 돌아다니는 코엑스 같은 곳엔 할리우드 멀티플렉스가 모여있다. 실제로 가서 어떤지 확인은 못했건만.
어쨌든 어찌 할 것인가..
북유럽~탈린 개봉날짜: 7월 12일.
부다페스트 개봉날짜: 7월 19일 00:01 바로 우리가 잠을 자둬서 힘을 저축할 시간.
무모하지만 난 가볼 생각이었다. 극장도 우리 호스텔 주변에 있고 왜, 재밌잖아. 나름 premier을 보는 것인데 말야. 하지만 무모한 계획에 비엔나에서의 일정을 신경 쓰고 있던 친구는 반대했고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얘네들은 자국 영화 두 개 정도는 꽤나 신경써서 밀어주고 있는 편이었다. 볼까 했는데 그 날 너무 돌아다녀서 영화는 무슨 영화. 결국 언젠가 보겠지..하면서 영화에 대한 미련을 꺼버렸다. 사실 친구가 뎁씨를 그렇게 좋아하셔서 꼭 볼것처럼 말을 하길래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거잖아?
그 후 오스트리아로 가니 개봉 날짜는 더 늦었던 것 같다..
독일 뮌헨에서 확인한 개봉날짜: 7월 27일...훨~~~씬 더 늦다.
왜 그렇냐면 독일은 독일어를 더빙하기 때문이다.(독일사람들이 생각보다 영어를 못했는데 그 이유를 노르웨이 친구 잉에는 영화에 자국어를 더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뮌헨 도착한 날 그래서 독일자국 영화 한 편을 보았다. HuiBuh라는 유령 영화인데 꽤나 즐겁게 보았고 나온 남자주인공이 뎁 스타일이라 친구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한다. (나 그 사람 이름 알아냈다.) 난 보면서 계속 그 사람도 다른 북유럽 남자들처럼 머리를 빡빡 밀어보면 어떨까 상상을 했다. 영화 속에서는 귀족이라 머리를 5:5 가름마 디카프리오 스타일로 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인터넷에서 찾았고 역시 머리는 빡빡 밀고 있었다. (씨익)
어쨌든 오늘 '캐리비안의 해적2'은 보러간다.
북유럽도 그랬고 독일도 영화 시작하기 전에 30분 정도 광고를 때린다. 독일은 더 웃겼던 것이 스크린 앞에 빨간 커텐이 있었는데 광고를 30분간 열심히 때린 후 쉬는 시간도 줬다. 빨간 커텐이 다시 닫혔다 열리더라니깐. 코펜하겐에서는 그래도 거의 다 '영화' 광고였는데 독일에서는 '제품' 광고 혹은 도시 선전이었다. 코펜하겐에서 보았던 영화는 엑스맨3이었고 꽤나 볼만했다. 재밌었던 것은 역시 기럭지가 긴 북유럽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이 자기 앞을 이동할 때 우리나라사람들처럼 다리를 오므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벌떡 일어난다는 점이었다. 영화에 대한 반응도 참 재미났다. 광고를 보고 웃는 것, 어이없다는 듯 웃는 행동, 야한 씬이 나올 때 반응, 이제 좀 이 나라 사람들이 사람처럼 느껴졌다.
독일에서도 광고 보면서 흐흐대는 것.. 특히 굉장히 야시스런 광고가 있었는데 좋아죽겠다는 반응이 정말 웃겼다. 뮌헨에서는 영화 두 편을 때렸다. 하나는 영화관에서, 하나는 야외에서!
마침 뮌헨에서 야간열차로 떠나는 밤, Open Air Cinema가 개봉했고 Fantasy Film Festival 중이었다. 우선 Fantasy Film Festival은 장소를 옮겨가며 독일의 큰도시들이 하는 건가 보다. 후에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다른 날짜에 페스티벌을 한다는 포스터를 보았으니. 이건 지정된 영화관에서 하는데 뮌헨에서의 영화관에선 영화 상영하는 곳이 단 하나였다. 그래서 꽤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건 완전 '어디에나 호러광은 존재' 이런 분위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웃긴 것은 영화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엔 독일어로 시놉시스 설명이 있었고 영어로 영화평이 있었다. 아시아 영화 중에는 일본 영화, 우리나라 영화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 여기다 팔아먹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했다. '달콤한 인생'은 DVD출시 광고를 때리고 있었고 무영검, 형사, 등등 영화가 많았다.
우리가 시간에 맞춰 보려면 헐리웃 영화를 봐야했는데 영화평이 꽤나 시니컬해서 관뒀다.
'뭐 느네 헐리웃 영화 어떤지 알잖아? 개뿔이 도시 전체가 아니라 개인에게 조명이 가는..'
이런 느낌이라 포기. 게다가 영화 분류도 '피튀기는 영화'
대략 이런 아담한 분위기다. 그리고 'Original Version'이 보이는가? 이곳 영화관 자체는 여행가이드지도에서 본 것이고 설명도 '당신네 나라 영화를 최대한 빨리 모국어로! ♡' 이런 곳이었다.
그래서 위치도 가깝고 그냥 가보기로 한 것이 Kino Open Air.
한국에 와서 확인하니 우리가 본 건 'Prime Love'였다. 내가 비디오 알바할 때도 난 그 여자가 우마서먼인 줄 몰랐어..어쨌거나 open air cinema도 특별한 경험이었는데 이건 나중에 비엔나에서 시청 앞 Film Festival이랑 묶어서 포스팅 하겠다.
이렇게 이번 여행 하면서 거창하게 말하면 영화산업 전반을 약간 주의깊게 들여다 보였다. 조금 신경쓴 정도인데 무엇보다 첫인상은 '서울 영화보기 참 편함'.. 특히나 헐리웃 영화의 개봉일, 그 종류와 때려주는 양은 내가 돌았던 유럽 그 어느 곳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게임이 안 되었다. 동유럽에선 '게이샤의 추억'이나 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자기나라말로 더빙 입히려고 개봉날이 저렇게 까마득하고. 그리고 영화관의 규모 및 시설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멀티플렉스'를 언급해야만 할 듯. 그나마 영화관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던 헝가리에서는 소규모 mozzi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mozzi들의 성격이 다들 달랐다. 헐리웃 영화 하는 곳, 국제 영화 상영해주는 곳(여름에는 문 닫음) 하나, 거의 자국영화만 하는 곳, 비율이 반반인 곳.. 러시아에서는 그 가장 화려하다는 넵스키대로에 영화 세 개 정도 내걸로 하는 Kino가 두 세 군데 있었고 헐리웃 영화는 하나 정도였다. 독일에서도 사정은 거의 마찬가지였다. 자국영화는 우리나라가 비율적으로 더 많았다. 그렇게 헐리웃 영화도 몇 개 안 되지만 워낙 우리나라에서 절대적으로 영화수가 많은지라 그렇게 느껴졌다. 영화 광고도 '캐리비안의 해적2'를 제외하면 광고 때리는 걸 목격한 적이 없다. 예술영화도 우리나라가 더 보기 편하다고 느꼈다. 규모는 멀티플렉스에 비하면 작고 극장도 돈이 안 되서 옮기고 그래야 할 형편이건만 (내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영화관수 측면이 아니라 1년에 볼 수 있는 영화의 종류와 질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우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비교의 대상은 뮌헨의 필름페스티벌이고..1년 내내 어떤 페스티벌을 하는지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살펴볼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그랬다.
나중에 영화나 영화산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걸 테마로 여행해봐도 괜찮을 듯 하다. 그렇다면 나처럼 현상관찰 차원에 머물지 않고 좀 더 그 이면에 많은 걸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포스트주소: http://elchei11.egloos.com/2317030
여행준비하면서 사이트에서 크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즐겁게 정리 중이랍니다~ ^^
첫댓글 와우 멋지네요^^ ㅎ 앞으로도 자주 올려주세요^^
와...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