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의 자유시장, 그 멋진 표현에 관하여 ...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1919년 Abrams v. U.S., 250 U.S. 616 사건에서 Holms 대법관이 반대의견으로 밝힌 논거이다.
진리에 대한 최상의 검증은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하여 사상이 스스로 수용될 수 있는 그것의 힘에 있다(the best test of truth is the power of the thought to get itself accepted in the competition of the market)라고 표현된다.
그는 사상의 자유로운 소통(free trade in ideas)을 진실을 찾기 위한 최선의 도구로 보았다. 즉 다양한 사상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다른 사상들과 경쟁하여 그 지배력을 높이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러한 소중한 기능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혐오스럽거나 극도로 불편한 것으로 여겨지는 의견 조차도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입장은 대한민국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도 수용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2019년 11월 21일 선고한 2015두 49474 사건에서 “다양한 견해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경쟁할 때 비로소 올바른 여론이 형성될 수 있고, 사회는 자율적인 규제와 정화작용을 통하여 국가의 발전과 공공복리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국가는 방송내용에 대한 개입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방송의 본질적 역할을 부당하게 위축시켜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여 사상의 자유시장의 원리를 당연한 법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2002. 6. 27. 선고한 99헌마480호 사건 에서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집권자에 대한 비판적 표현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쉽게 규제될 소지도 있다.
우리재판소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 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한바 있음을(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39-340) 환기하여 둔다.”라고 판시하였다.
말은 복잡하고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원리는 간단하다.
어떤 물건을 시장에 내놓으면 흠이 있는지 없는지, 좋은 물건인지 아닌지, 값이 나가는지 아닌지 단박에 안다.
그냥 공짜로 줄 때야 다소 흠이 있어도 받지만, 시장에서 값을 치르고 물건을 살 때에는 아무리 사소한 흠이라도 허투루 두지 않는다.
흠이 있으면 그만큼 값이라도 깎는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값을 치르는 사람이 물건을 보고 결정하지 그 말만 믿고 가격을 정하지 않는다.
이런 자연스러운 시장의 원리가 사상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과 사상이 토론과 비판의 시장으로 들어오면 숨어 있던 오류들이 드러나고, 터무니 없는 주장은 바로 사람들의 비난과 외면으로 도태된다.
이러한 이성의 자정작용을 믿고, 사상의 자유시장에 국가가 함부로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가를 밝혀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표현을 정말 좋아하는 것은 이 표현이 주는 선명함과 그 작동원리의 합리성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와 함부로 제한할 수 없도록 켜켜이 놓여 진 장애물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정치체제를 유지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본권이다.
인간의 모든 정신적인 작용 즉 사상, 이념, 양심, 종교, 학문, 예술 이러한 것들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그저 일개인의 관념 속에만 머물게 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출판을 통해 기록되며, 집회와 시위를 통해 주장된다. 표현의 자유가 없는 정치체제는 그 이름을 무엇으로 붙이건 그저 전체주의 국가일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가 없는 사회를 전체주의 사회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확인이다.
미국연방 수정헌법은 제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규정 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방식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데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드러냈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문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연방 수정헌법 제1조 “연방의회는 국교를 수립 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 할 수 없다. 또한 연방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나 평온하게 집회할 권리 및 고충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
이처럼 중요한 기본권이 대한민국 헌법에서 누락되어 있을 리가 없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동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언론․출판 및 집회․결사의 자유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이 표현의 자유에서 중요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밖에도 인터넷, 영화, 연극, 사진, 미술작품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표현도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애초 정신활동의 자유로 정의되고, 따라서 인간의 정신활동의 모든 결과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자유를 말한다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이렇듯 인간의 정신활동을 밖으로 드러내는 자유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독재와 독선을 견제하고 다양한 의견이 현출되어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기능을 하므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이러한 표현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그 기본권이 절대권이 될 수는 없으므로 일정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을 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을 가할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우월한 지위 때문에, 그 규제가 헌법에 합치 하는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다른 자유권에 대한 제한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의 적용을 받는다.
즉 표현의 자유를 법률로 제한하고자 할 때에는 그 앞에 많은 장애물들을 설치하여 그 장애물들을 모두 극복하고 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할 하다면 그때 제한하라는 것이다.
대강 그 기준들을 간략히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전억제 금지의 원칙이 있다.
언론의 보도나 출판물의 출판에 대하여 사전에 검열을 못하게 하고, 집회나 결사를 함에 있어서 사전에 허가를 받는 것을 금하는 것이다.
둘째, 명확성의 이론으로 ‘막연하기 때문에 무효의 이론’ 이라고도 표현된다.
표현의 자유는 우월한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그것을 침해하는 법률은 일단 합헌이라고 추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명확하지 않고 막연 하다면 그 법률은 무효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셋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으로, 이것은 앞에서 보았던 미국 연방대법원의 홈즈 대법관에 의하여 주장되었다.
즉 이 원칙은 표현의 자유를 사후에 제약하는 경우에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 있지 않으면 제한하지 말라는 원칙이다.
표현의 자유는 사전에 억제할 수 없지만, 사후에라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으면 제한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넷째, 필요최소한 제한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우월한 지위를 고려하여 덜 제한적인 선택 가능한 수단(less restrictive alternative)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밖에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 형량하여 판단하라 는 원칙, 같은 자유권적 기본권이라고 하더라도 정신적 자유권인 표현의 자유를 경제적 자유권들보다 우월하게 보장하라는 이중기준의 원칙들이 있다.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소개나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 또 그것을 제한할 때의 어려운 기준 등에 대한 내용들은 실은 대단한 내용이 아니고 헌법교과서나 판례 몇 건만 뒤적이면 바로 찾아지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구차하게 짧은 필력으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기본권인가를 강변하는 것보다 표현의 자유가 천명된 좌표들만 살펴도 이 기본권이 가지는 위상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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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 Kyu Kim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