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Godfather of Soul By Scoop Jackson (SLAM Magazine)
오랫동안 잡지사의 애만 태우다가 드디어 인터뷰에 응한 줄리어스 어빙이었습니다. SLAM 지 1997년 4월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입니다. 너무 길어서 2부로 나누어 번역해 올리겠습니다.
SLAM: 2년 만입니다. 2년 동안이나 저희들의 인터뷰를 미뤄 오셨는데요. 이제는 설레임도 없고 흥분도 안 됩니다.
ERVING: 타이밍이죠. 저는 매사에 타이밍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잭슨 씨는 오랜 지기 아닙니까? 서로를 너무나 잘 알죠. 우리 사이에 어떤 긴급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항상 만날 수 있고 또 실제로 자주 보기도 하잖습니까? 제 인터뷰는 언제든지 가능한 것 아니었나요?
SLAM: 네, 맞습니다. 우리들이 만날 때 마다 (목소리를 깔고) 제게 그러셨죠. 농구계의 다른 모든 이들부터 먼저 다루자고... 만날 때 마다 "헤이 스쿱, 조지 거빈 인터뷰는 하셨나? 빅 O, 오스카 로벗슨 옹은? 아티스 길모어는? 데이빗 톰슨은?" 마치 이들 모두의 인터뷰가 나간 후에야 자신의 인터뷰에 응할 것처럼 말씀을 하셨는데요. 원래 좀 그런 스타일이십니까?
ERVING: 하하. 아무튼 이제 제 이야기를 다루시지 않습니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하하. 방금 전에 말씀하신 그 선수들이야말로 슬램 지에서 다룰 가치가 있는 분들이거든요. 특히 ABA의 레전드들... 거빈, 길모어, 빌리 나이트, 조지 맥기니스, 감독들, 구단주들, 이들의 활약상을 보고 싶네요. 마지막 ABA 경기가 끝난 지 21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ABA 리그가 CBA처럼 NBA의 하부리그인 양 취급받고 잊혀져 가는 것이 정말로 싫었습니다. 이 리그가 남겨놓은 고유 유산들, 그리고 재능 넘치던 선수들이 재평가를 받았으면 싶었고, 당시의 ABA 리그가 NBA 리그와 견줄 수 있는 동등한 라이벌 리그였음을 현 세대에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ABA 리그의 유산과 이 리그로부터 NBA에 병합된 네 구단, 인디애나, 샌안토니오, 뉴저지, 덴버가 NBA 리그에 공헌한 바도 매우 크지 않습니까?
잘 아시겠지만, 저는 정말로 팬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요란하게 미디어나 매스컴에 뭘 알리고 떠벌이고 그러는 성격이 못 됩니다. 앞으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들도 그러한 취지에서 예전부터 말하고자 했던 것들입니다. 오래 기다리시게 한 만큼, 영양가 높은 인터뷰로 보답하겠습니다.
SLAM: ABA 리그를 보고 겪은 사람들은 흔히들 "Dr. J가 곧 ABA 리그였다" 라고들 말합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실 땐 기분이 어떠신지요?
ERVING: 저도 사람인데 그런 말들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요. 하지만 그런 말씀들은 당시의 ABA 리그 전체를 무시하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저도 잘 압니다. 아마도 제가 ABA 리그 역사상 가장 영향력있고 잘 알려진 수퍼스타였다... 뭐 그런 맥락에서 하시는 말씀들일 겁니다. 하지만 제가 리그 그 자체였다니요? 터무니 없는 표현입니다. 조금 아까도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저와 리그가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뿐입니다.
ABA 리그는 9시즌 밖에 지속되지 못 했습니다. 그 중에 저는 마지막 다섯 시즌을 그 리그와 함께 했습니다. ABA 리그의 첫 다섯 시즌과 마지막 네 시즌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마지막 네 시즌 동안엔 TV 방송국들이 ABA 리그에 큰 관심을 보였고요, 기자들도, 신문사들도, 이 신생리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였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시즌인 1976년의 뉴저지 넷츠 대 덴버 너겟츠의 파이널은 매스컴도 많이 탔던 위대한 파이널이었습니다. 그러던 시기에 제가 그 리그에서 뛰었던 겁니다. "줄리어스 어빙이 곧 ABA 리그였다"라... 저로선 감사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옳은 표현은 아닙니다.
SLAM: 그 76년 파이널 때가 어빙 씨의 최고 전성기 아니었습니까? 제 기억엔, 플레이오프 시리즈 하면 다음의 셋이 딱 떠오르거든요 - 버나드 킹의 1984년도 대 피스톤스 시리즈, 아킴 올라주원의 1995년도 대 스퍼스 시리즈, 그리고 어빙 씨의 1976년도 대 너겟츠 시리즈....
ERVING: 그 당시의 뉴욕 넷츠 팀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정체성이 매우 분명한 팀이었죠. 팀 케미스트리가 상당히 뛰어났었고요. 시즌 마지막 한 달을 남기고 케빈 루게리 감독님이 제게 그러시더군요. 마지막 한 달은 휴가를 줄테니 어디 가서 푹 쉬고 오라고요. 하하하. 농담 아닙니다. 정말로 그러셨습니다. "어디 휴양지라도 갖다가 와. 아무데나... 푹 쉬라구." 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감독님, 그러면 안 되죠."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감독님은 "자네 뜻이 정 그렇다면 남게. 그런데 나는 자네를 1쿼터만 뛰게 하고 벤치에 앉혀둘 생각이네." 그 당시에 저는 평균 29점으로 리그 득점왕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즌의 득점왕 레이스는 저와 조지 맥기니스, 둘 간의 싸움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진짜로 시즌 마지막 세 주 동안 저를 벤치에 앉혀두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 경기들에선 평균 12~13점 밖에 득점하질 못 했어요.
대어를 잡기 위한 일종의 희생이었죠. 득점왕을 고스란히 앉아서 빼앗긴 대신, 플레이오프가 시작될 시즘의 저의 몸 상태는 최고조로 올라와 있었거든요. 몸이 가벼웠고, 무결점 상태가 된 겁니다. 플레이오프 시작하기 직전, 팀 훈련 중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돌아가면서 레이업으로 몸을 풀다가 가볍게 덩크를 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모두들 덩크를 하길래 저도 덩크를 힘껏 찍었는데.... 백보드가 부서져 버렸습니다. 백보드 유리도, 림도, 전부 다요. 다 부서져 버렸어요. 그 때 부서져내린 그 림 말입니다. 그 림이 아직도 제 집에 있어요. 그런 일이 발생하자 감독님이 그러시더군요. "이 봐, 어빙,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쉬게."
맞습니다. 그 76년 파이널 시리즈 할 때가 저의 최고 전성기였던 것 같습니다. 팀이나, 저 자신이나, 시즌 내내 그토록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며 완전히 컨트롤이 되었던 시즌은 제 커리어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SLAM: 예전에 조지 거빈이야말로 어빙 씨께서 보신 선수들 중 베스트 플레이어였다고 하셨는데요...
ERVING: 아닙니다. "거빈은 내가 돈을 내고 볼 가치가 있는 최고의 사람이다"라고 했었지요. 베스트 플레이어는 압둘자바였습니다. 커림 압둘자바가 제가 역대 최고로 꼽는 선수입니다.
SLAM: 그러셨나요? 아무튼... 전에 이런 말씀도 하셨었죠? 농구 역사상 최고의 2인자는 스카티 피픈이라고요.
ERVING: 그랬죠. 조던이 은퇴하기 전에 그렇게 말한 기억이 납니다 (편집자 주 - 사실 어빙이 이 말을 한 것은 시카고 불스가 93년도 우승을 하기 전이었습니다). 조던이 할 수 없는 많은 다른 부분들을 완벽하게 메꿔주는 게 스카티의 역할이거든요. 특히 수비 면에서요. 공격에 있어선 다른 팀원들의 공격력을 올려주기 위한 플레이들을 해주는 선수죠. 조던이 잘 하는 부분들은 전혀 터치하지 않으면서 다른 모든 부분들을 메꿔주는 올어라운드가 스카티입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서로를 보완해주는 듀오는 본 적이 없습니다.
SLAM: 마이클과 스카티, 둘 중 누가 어빙 씨의 게임과 닮아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ERVING: 조던의 프로 초창기 때는 조던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보니, 스카티가 저와 더 많이 닮아 있는 듯 합니다. 특히, 안으로 돌파할 때나 속공 피니쉬 할 때요. 마이클이 저와 닮은 부분은 코트의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슛을 쏜다는 점입니다.
SLAM: 아... 그 슈팅 각도 말씀이십니까? 어빙 씨가 그 쪽으론 일가견이 있으셨죠.
ERVING: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예전에 빌 러셀 씨와 이런 담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빌 러셀 씨가 말씀 하시길, 타 선수들이 러셀 씨 위로 간혹 슛을 성공시키기도 했지만, 그 이후론 절대 성공시키지 못 했다고 하시더군요. 왜냐하면 러셀 씨가 그 선수들의 슈팅 각도와 궤적 등을 모두 머리에 입력시켜 놓았다가 또 다시 같은 슈팅을 날리면 모두 블락해버렸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제가 이렇게 받아쳤습니다. "제 슈팅 각도는 읽지 못 하실 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어느 각도로 슈팅을 날릴 지는 저 자신 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 임기응변으로 만들어 내어 던지기 때문이죠. 저도 계산하고 던지지 않는데 러셀 씨가 저의 슈팅 각도를 무슨 수로 읽고 입력해 두겠습니까?" 하하하.
러셀 씨가 이러셨습니다. "Doc,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나는 자네의 슈팅 각도를 알아냈을 걸세. 절대로 자네가 내 위로 덩크를 하지 못 하도록 말이야." 저는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이것 봐요, 러셀 할아버지. 저는 어느 누구의 위로도 덩크를 꽂을 수 있었답니다." 그 때부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티격태격 자존심 싸움을 했습니다. 러셀 씨는 자기 자신의 수비 능력에 확신을 갖고 계셨고, 또 저는 저대로 제 자신의 공격력에 자신이 넘쳤었고요.
"러셀 씨가 제 슛을 몇 개 블락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죠. 그런데 제 슛을 다 막아내기란 불가능했을 겁니다. 종류가 너무도 다양했으니까요." (큰 웃음)
어빙이 말하는 '롤 모델', 'Rucker Park의 진실', 그리고 '조던과의 비교'에 관한 이야기는 2부에서 계속...
번역: Doctor J
|
|
첫댓글 재밌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진짜 보물이네요 감사합니다.
조..좋은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정한 레전드 오브 레전드의 포쓰가 느껴지는군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2부도 기다릴게요.
마지막에 러셀옹이나 닥터의 반농담식 논쟁은 참 재미있네요 레전드분들이 은근히 소심한거 같다는 ㅎㅎ
둘이선 의형제 지간입니다. 러셀은 어빙의 대학 시절 때 스스로 어빙을 찾아와 큰 형님이 되어주시기도 했습니다. 러셀은 어빙의 인생의 선배이자 멘토로서, 어빙이 중요한 많은 결정을 내리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입니다. 어빙이 ABA를 선택한 것도, 또 ABA가 NBA로 병합될 때 넷츠에서 식서스로 옮긴 것도, 모두 빌 러셀의 조언을 듣고서 따른 중대한 결정들이었다고 하지요.
어빙옹의 마지막 멘트는 어우 소름이 돋네요;; 2부가 기다려집니다^^
어빙 정말 존경할만한 인물이군요.
감사합니다... Doctor J님이 Doctor J의 글을 자서전인가요?? 하하하
멋져요 ㅎㅎㅎ 레전드란..
레전드의 인터뷰 참으로 교만하지 않으면서 위엄있는.. 대단한 인터뷰입니다. ^^ 해석하기 귀찮으셨을텐데.. 감사합니다. 모로가도 서울로 가면된다.. ㅋ 미국식으로는 모로가도 뉴욕만 가면 된다 이런느낌이 ㅋㅋㅋ
오~정말 귀한글이네요. 즐겁게 봤습니다. 2편이 기다려지는군요.
2부가 기대됩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선순데 어빙이 ABA에서 뛴 것 때문에 평가면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최소한 커리어 스탯과 수상기록 만이라도 ABA 시절이 함께 언급되었으면 합니다. 어빙 뿐 아니라 모든 ABA 출신 스타 플레이어들의 바람이기도 하겠죠.
그게 참...ㅡㅡ; 그건 ABA가 NBA에게 먹힌 꼴이라서 더 그런 거 아닌가요??
ABA 리그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NBA는 심한 견제를 했었고, 이 리그가 자라나지 못 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훼방을 했습니다. 일단 이 ABA 경기들이 공중파를 타지 못 하도록 TV 중계권을 확실하게 점유했고, 언론을 통해 이 신생리그는 NBA의 하부리그라며 대 놓고 폄하를 했지요. 공정한 대결을 펼쳤으면 서로가 더 발전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 시작부터 NBA의 텃세가 너무 심했습니다. ABA의 기록이나 스탯을 애써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ABA 기록까지 언급이 된다면, 어빙도 3만점을 득점한 선수가 되죠.
그렇군요...
그건 그만큼 NBA가 ABA를 두려워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ABA가 더커졌다면 각 리그 1위 팀이 월드 시리즈를 가졌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도, 문득 드네요!^^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 ㅋㅋ
재밋게 잘 봤습니다. 2부가 기다려지네요.
항상 감사합니다~잘 봤습니다~^^
어빙이 최고로 생각하는 선수가 압둘자바라는 것은 여러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었죠. 또한 어빙은 제일 멋있는 공격기술로도 압둘자바의 스카이훅을 꼽았습니다. 자기가 본 가장 아름다운 슛이었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공을 쥐고 점프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던 동작입니다. 새가 비상할 때 양 날개를 펴듯이, 어빙도 공중동작에선 항상 양 팔이 저절로 같이 펴지더군요.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최고의 글입니다.
피펜에 대해서 딱 정확히 말씀하신듯...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자신감...ㅎㄷㄷ
정말 잘 봤습니다. 두 슈퍼스타 들의 자존심 대결, 가끔 이런 가상 대결을 생각할때 마다 타임머신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최고의 2인자?? ...................... 쩜오!!
플레이스타일이나 마인드로 볼 때 전 가넷이 최고의 2인자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멋진 인터뷰네요! ^^
어빙은 말도 참 멋지게 하는군요.. 조던도 말을 참 잘하던데 역시 스타는 운동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닌 듯.
빨리 다음 편을 보고 싶네요.... 이런 식의 인터뷰자료 너무 좋습니다....ㅎㅎ
농구의 열정이 끌어오르게 만드는 글들 너무 사랑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너무 좋은 글이라 스크랩도 했습니다..출처는 확실히 표시하겠습니다..
제게 알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