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주말.
광주 5. 18 묘지를 찾기로 했다.
함께 지리산을 정기적으로 찾는 산악회에서 매년 첫 주말은 5.18묘지를 찾아, 참배를 하는것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새벽 6시에 출발하는 타이트한 일정이었지만,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어 함께 하기로 했다.
몇년전 비엔날레를 보러 갔다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단순히 촬영을 위해 신묘지에 들른적이있었다.
그러니까 두번째 방문이었다.
88고속도로는 완전히 설국으로 변해버린 아름다움을 전해주었다.
난 거의 밤을 새우고 출발했음에도 잠이 들지 못했다.
눈꽃이 화려하게 핀 야산들...
논과 밭 들에는..
아무도 밟지 않아...정말이지 "눈처럼 하이얀"이란 표현처럼...
순백의 아름다움이 펼쳐졌다.
그러잖아도 눈이 많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강원도쪽에 한번 가볼 생각이었다.
온통 눈 뿐인 풍경을 보고 싶었기에...
4시간여 달린 끝에 광주에 접어들었다.
비엔날레를 할때마다 찾았던 광주라... 고속도로 진입로는 익숙한 느낌이었다.
다만 온 도시가 눈으로 뒤덮여 하이얗게 변해버린것 말구는...
차에서 내리니 직사광선이 내리쬐는데도 전혀 녹지 않는 눈이 이해가 된다.
살을 에이는듯이 바람이 차다.
전날 만났었던 50이 다되어버린 어느 어른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겨울이라 날씨가 많이 추운데,
춥다고 느낄수있다는것은 살아있기 때문이구...
살아있음을 이렇게 느낄수 있다는것에 감사해야하지 않겠냐구...
겨울은 겨울다워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눈쌓인 묘지를 둘러보며 묵념하고,
묘하나 하나 돌아보면서 구두를 덮쳐오는 한기와 시린 발은 어쩔수 없었다.
먼저 망월동 구묘지를 찾아서 참배를 하고 묵념을 올렸다.
민족의 아픔이자 비극이고,
아직까지 완전히 치유되거나 보상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구의 한 친구는 광주를 찾는다고 이야기하니...
'네 주위사람들은 전부 광주사람이냐?'
황당한 멘트다...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명단과 사진만이 곱게 모셔져 있었다.
행방불명된 일시와 사건개요등이 간략히 적힌채...
처참하게 일그러진 시신일지언정 시신이라도 있어,
안장 한 묘지보다 그들의 쓸쓸한 사진에 더 눈이 간다.
새해 첫 휴일에 망월동은 찾은 사람들은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함께한 모임의 리더는 이런 말을 한다.
"해마다 망월동을 찾지만, 몇년 전만 하더라도 새벽차를 차고
새벽에 광주에 도착해 전남도청앞을 헤메거나 새벽 다방에서 졸다가,
버스를 타고 망월동으로 오곤 했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진것 같다.
망월동 입구를 가시덤불을 키워놓아서 들어오는 사람마다 가시에 찔려가며,
그 아픔을 느끼며 그렇게 참배하러 와야될것같다"
그는 정말로 그 비극에 가슴아파하며 치미는 분노에 치를 떠는거 같았다.
신묘지를 참배하며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장면이 보인다.
항상 아주 큰 빚을 지고 사는 느낌이라 한다.
그래서 정초에 망월동에를 들르고 나면 작게라도
그 빚이 해소되는것같다고 한다.
그는 영남 사람이다.
자리를 옮겨 신묘역을 찾았다.
잘 가꿔놓은 공원에 온듯한 착각이 들었다.
몇년전 혼자 찾았을때는 밤이었다.
쓸쓸한 가로등만이 켜져있는...
오늘은 흰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멋진 공원에 온듯하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추모탑.
올려다 보니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덕분에,
탑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하다.
모두들 모여 묵념을 올렸다.
묘지하나하나 앞을 움직이며 비석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그렇게 그렇게 참배를 올렸다.
상처받은 영혼들...억울한 죽음들..
그 죽음 뒷편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깊은 슬픔과 분노...
불과 2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난 4살때 였다.
신 묘지 지하에는 80년 5월의 현장 사진이 전시되어있었고,
다큐멘터리 5.18이 상영되고 있었다.
당시 광주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 자행되었고,
신군부측에선 적지중에서도 깊은 적지였다.
수많은 공수부대원들이 총과 살상용 무기를 들이대고 학살이 일어났다.
제길...
현장 사진들중에는 잔인하게 죽어간 시신들의 사진도 제법 있었다.
역할만큼 일그러진 시신들이었다.
왜 이런일이 있었야만 했을까?
왜 하필 광주였을까?
상황을 되짚어보니 광주에서 그렇게 된건....
광주에서 그런 일이 생긴건..
자연발생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몰아간것이었다.
왜 광주였을까?
의문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전두환이 장충체육관에서 취임연설을 하는 장면도 비추고 있었다.
몇번을 본 장면이지만, 오늘은...
아프리카의 몇몇 (군부)독재자들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는 아직도 잘 살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경호를 받으며...
주말마다 골프회동을 하면서...
처연했다...
친한 후배가...
최고의 킬러 4명을 극비리에 키워
정말 없애버려야 할 사회 암적인 존재 100명을 제거하고 싶다는 말을 한적이있다.
그 100명의 명단은 진작에 작성되어 있다고 한다.
왜 갑자기 그 후배가 생각나는건지...
카페 게시글
궁시렁궁시렁
광주 망월동을 찾다...
조니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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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06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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