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픈 일을 ‘눈병’이라 하고, 배가 아프면 ‘배탈’이나 ‘배앓이’라 합니다. 속이 아프면 ‘속앓이’나 ‘속병’이라 하고 ‘가슴앓이’도 하지요 그러면 머리가 아플 땐
중국 조선족이 읽는 <범을 이겨낸 물소>(1984)란 책을 읽다 보니 “외할머닌 요즘 눈앓이를 해서”란 대목이 있어요. 여기서 ‘눈앓이’란 ‘눈병’과 같은 말입니다. “눈을 앓으니”까 자연스럽게 ‘눈앓이’라 한 거죠. 그리하여 “머리가 아파서 앓는” 일이라면 손쉽게 ‘머리앓이’란 말이 나오지요 우린 ‘두통’(頭痛)이라 하지만 머리가 아프니 ‘머리병’이라 할 수도 있는데 왜 ‘두통’이라고만 할까요 또 허리가 아프면 ‘허리앓이’나 ‘허리병’이지 ‘요통(腰痛)’이 아닙니다.
얼마 앞서 끝난 프로야구 있죠 아이들은 노는 걸 좋아하고 야구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야구를 하며 타순을 매길 때 1번부터 5번까지는 무슨 타선이라 하나요 6번부터 9번까지는요 방송과 신문에서는 ‘상위-하위 타선’이라 하는데 ‘앞-뒤 타선’이나 ‘위-아래 타선’이라 할 수도 있어요. 말 그대로 앞이나 위에 있으니 ‘앞타선-윗타선’이 되고 뒤나 아래에 있으니 ‘뒷타선-아랫타선’이에요.
어른들은 가끔 “사는 낙(樂)이 없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낙’이란 또 무얼까요. ‘즐거움-보람-신남-재미’ 같은 일일 테죠 똑부러지게 무어라고 가리키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낙’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말을 따라 배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는 즐거움’이나 ‘사는 보람’이나 ‘사는 재미’라 하면 훨씬 좋습니다.
아이들 고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서 보기 좋게 틀을 만들어서 끼우면 ‘사진틀’이 되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담으면 ‘그림틀’이 됩니다. ‘액자’(額子)라고도 하지만 ‘사진틀 그림틀 상장틀’처럼 쓰면 더 낫지 싶어요. 아이가 여럿일 땐 ‘장남 장녀 이남 삼남 사녀 오녀’라고도 말하지만 이럴 때도 ‘맏아들 맏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처럼 말하는 편이 더 좋아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생일‘파티’(party)를 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태어난 날을 기릴 때는 아무래도 생일‘잔치’라고 해야 더 괜찮을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