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향연》에서 자신의 두뇌를 만든 스승 소크라테스의 사색법을,
소크라테스의 또 다른 제자들인 아리스토데모스와 알키 비아데스의 입을 빌려서
소개하고 있다.
먼저 아리스토데모스가 들려주는 소크라테스의 사색법을 보자.
그는 스승 소크라테스와 함께 향연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크라테스에게 무언가 사색할 게 떠올랐다.
이때부터 소크라테스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리고 제자와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아리스토데모스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승을 기다렸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먼저 가라고 했다.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소크라테스는 계속 무엇인기를 골똘히 사색하면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마침내 두 사람은 향연이 열리는 아가톤의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때 아리스토데모스의 시야에서 스승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스승은 이웃집 정문,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담과 정문 사이 공간 앞에 서 있었다.
아마도 스승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사색할 곳을 찾다가 그곳을 택한 것 같았다.
이곳에서 소크라테스는 꼼짝도 안 하고 서서 사색의 세계로 침잠했다.
이때 아가톤이 하인을 보내 소크라테스를 모시고 오려고 하자,
아리스토데모스가 이렇게 제지했다.
“스승님을 그대로 놔두게. 그게 스승님의 규칙이라네.
스승님께서는 사색할 게 있으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셔서
해답을 얻을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서서 사색을 하신다네…
그러니 방해하지 말게."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와 함께한 전쟁터에서의 경험을 이렇게 들려준다.
"당시 우리는 전쟁터에 있었지.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다네.
스승님께서 무언가를 놓고 사색을 시작하셨다네.
당신께서는 한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서서 사색에 사색을 거듭하셨지만
해답을 얻지 못하셨네. 하지만 전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서서
사색을 이어나가셨다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정오가 됐고,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새벽부터 한자리에 서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며 수군거렸다네.
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저녁이 됐다네.
그러자 식사를 마친 이오니아 사람 몇몇이 침구를 밖으로 내왔다네.
그들은 밖에서 잠을 자면서 스승님을 지켜보기로 한 걸세.
과연 스승님이 밤새도록 그 자리에 서서 사색을 계속할지 안 할지,
그들은 궁금했던 걸세. 놀랍게도 스승님은 새벽이 올 때까지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선채 사색을 계속하셨고, 마침내
태양이 떠오르자 태양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는 그 자리를 떠나셨다네."
- 이지성 저, ‘에이트 씽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