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대만 TSMC 2나노 미국 생산 고려…삼성 영향은 / 12/3(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제2차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흐름이 급변하고 있다. 경쟁자가 없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를 보유한 대만이 트럼프 씨의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앞에서 당황하는 양상이다. TSMC와 대만의 선택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의 전략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우성원(呉誠文)주임위원은 지난달 27일 대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SMC의 2나노미터(나노는 10억분의 1) 프로세스가 민주주의 우방국으로 확산되는지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TSMC의 최첨단 2나노 반도체 공정이 대만 외 미국에서도 생산될 가능성을 대만 정부 관계자가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SMC는 지금까지 2나노 칩은 대만에서만 생산한다는 입장으로, 실제로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 트럼프 앞에 'N-1' 원칙까지 흔들리는 대만
우 주임위원의 발언에 대만 산업계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궈즈후이(郭智輝) 대만 경제부장이 "대만에는 자국기술보호를 위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TSMC는 해외에서 2나노 칩을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 지 한 달도 안 돼 기류가 뒤집혔기 때문이다. 다만 우 주임위원은 반도체 기술 공동화를 우려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2나노 공정의 안정적인 대량생산을 확인한 뒤 외부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겠다. N-1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N-1 원칙'이 종종 언급되고 있다. N-1 원칙은 대만 내 반도체 공정 수준이 해외 공장보다 1나노 이상 앞서야 한다는 것으로 대만 정부가 주도하는 기술 시차 원칙이다. 세계 반도체 핵심 공급망으로 떠오른 TSMC를 지렛대 삼아 자국 안보를 지키고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려는 대만의 고육지책이다.
◇ 트럼프 앞에선 아무것도 안 통한다
트럼프 씨는 취임 전부터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모두 훔쳐갔다"면서 방위비로 대만을 압박했다. 그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다음달 20일 2차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만의 N-1 원칙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TSMC는 650억 달러(약 9조 7233억엔)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 주에 3개의 반도체 공장을 만들었지만 2028년 가동되는 공장에서는 2나노급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대만 TSMC 공장과 미국 TSMC 공장 간 기술 시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5년 뒤에는 최첨단 칩 생산에서 미국 공장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추격자' 삼성도 미국서 2나노
현재 전열을 재정비 중인 삼성전자 역시 전략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파운드리 신공장에서 당초 올해 말부터 4나노 공정으로 칩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수주 부진과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가 조기에 2나노 공정을 미국 공장으로 옮긴다면 삼성 역시 고객 유치를 위해 테일러 공장을 2나노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 가동 시기를 미루는 동시에 2나노 공정 설비를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TSMC와 손잡고 2025년 2나노 양산, 2027년 1.4나노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주 한진만 반도체(DS) 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사령탑을 교체한 삼성 파운드리는 내년 상반기 화성사업장에서 본격적인 2나노 양산 테스트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