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라북도 부안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으로 2016년 월 5.8 규모 경주지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경주지진 당시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큰 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시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특히 울산을 중심으로 사방 30km 안에 부산시 기장군 고리에 5기, 울주군 2기, 월성 5기 모두 12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 대규모의 지진 발생 소식은 울산시민들을 삽시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지난 2011년 3월11일 도쿄 지방 해역 지진으로 인해 리터 규모 7.3 강진이 발생, 이로 인한 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으로 덮쳐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엄청난 재산과 인명 피해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얻은 교훈은 지진에 의한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과 원전이 파손돼 방사능이 유출되면 그 지역은 풀 한 포기 살기 힘든 정도로 황폐해진다는 사실이다. 결국 지진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지만, 혹여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웬만한 규모의 지진에도 원전이 견뎌준다면야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등에 대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고리원전과 울주 원전이 지진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활성단층인 양산단층대 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발생한 규모 7.3의 후쿠시마 강진과 달리 한반도는 과거 수천 년 동안 규모 7.0 이상이 지진이 발생한 적이 거의 없는 만큼 7.0 규모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며 그러나 언제든지 7.0 이상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여지는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주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법적 내진 설계기준이 최고 6.0 이하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원전이나 석유 비축기지 등 국가기간시설 등 사회 주요시설만이 내진 설계기준 최고 수준인 6.0에 맞춰 설계ㆍ시공됐었으며, 나머지는 그 이하 기준에 맞추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6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 대부분이 7.0 이상의 강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경주지진 이후 서둘러 지진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에 나서 제도와 법을 정비했다. 그러면서 최고 7.0 이상으로 강화된 내진 기준에 부합되도록 공공건물은 의무적으로 민간 건물은 새로운 법적 기준에 맞도록 내진에 대한 보강 공사를 권장해 왔다. 하지만 2023년 12월 말 기준 전국 건축물의 내진율은 16.9%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유사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전국 어느 지역보다 높은 울산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울산지역 공공 건축물의 26.0%, 민간은 22.1%로 역시 매우 저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주지진이 발생했을 때 잠시 반짝 경각심을 가졌을 뿐, 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시민 모두가 지진으로 인한 지금도 고통받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 등 인류의 재앙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다.
다른 곳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울산은 지진과 원전 파괴로 인한 참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언제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닥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재앙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울산시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울산지역 공공과 민간 부분에 대한 내긴 강화에 나서야 한다. 원전 못지않게 지진에 취약한 곳이 폭발 위험이 큰 석유화학물질을 다루는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온산국가산업단지다. 울산지역 전제 건축물의 내진율이 22% 머물고 있다는 것은 석유화학플랜트 역시 여전히 내진 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울산시는 차제에 일제 점검에 나서 내진 강화를 독려해야 한다. 대규모 강진은 사전 예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