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 아기마저… “병원이 묘지” 된 가자지구 참상
눈조차 뜨지 못하는 가냘픈 미숙아들이 한 줄로 뉘어진 한 장의 사진.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전기가 끊기면서 인큐베이터에서 꺼내진 가자지구 아기들의 모습이다. 작게는 800그램, 기껏해야 1.5kg밖에 되지 않는 조산아들은 숨쉬기도 힘겨워 보인다. 공습 중에 출산했거나 마취제도 없이 제왕절개를 한 엄마들은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다. 체온 유지와 산소, 영양 공급이 되지 않은 상태에 노출된 39명의 조산아 중 3명이 이미 숨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지 40일째.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마저 약품과 연료, 물, 식량이 바닥났다. 의료진은 컴컴한 치료실에서 촛불이나 휴대전화 조명에 의지해 650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복도에 늘어선 이동 침상조차 확보하지 못한 피투성이 소녀는 병원 바닥에서 치료를 받았다. 병원 역내에는 잇단 공습 때문에 매장하지 못한 100여 구의 시체가 쌓여 있고, 일부는 부패하기 시작했다. “병원이 공동묘지”라는 절규가 터져나온다.
▷위태롭게 버텨오던 알시파 병원은 15일 새벽 이스라엘군의 급습으로 아비규환 상태다. 이스라엘은 “병원 지하에 하마스의 작전본부가 있다”며 탱크 6대와 특공대원 100여 명을 투입했다. 병원은 전쟁 중에도 국제법상 보호되는 인도적 시설로, 공격 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이스라엘군은 “병원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하마스의 행위야말로 전쟁범죄”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마스가 병원 내 환자들을 ‘인간방패’로 삼은 채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사망한 가자지구 주민의 수는 1만1200여 명, 이 중 어린이가 4600명으로 40%를 넘는다. 운 좋게 살아남은 어린이들 앞에 닥친 것은 추위와 두려움, 굶주림이다. 잿더미가 된 길 한복판에서 “이 두 손으로 시체들을 옮겼어요”라며 울부짖는 소년의 눈동자엔 공포가 가득하다. 구호식량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치켜드는 절박한 손길도 상당수가 아이들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해 하마스를 궤멸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 완강하다.
▷“아기들이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대로면 알시파 병원 내 미숙아들은 매일매일 더 죽어나갈 것이라고 의료진은 호소하고 있다. 5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자지구 내 임신부들이 전쟁 스트레스로 조산하는 사례마저 늘어나는 상황이다. 소중한 새 생명이 포염 가득한 세상에 나오기 무섭게 꺼지는 비극이 반복될 것이란 의미다.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도 용납이 안 되는 21세기 한복판에서 어린이들의 희생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정은 논설위원